1. 주역 점을 이용하는 법
주역은 점을 치는 책으로 알려져 있다. 대나무 가지를 뽑든, 동전으로 뽑든 특정한 괘를 집어 낸 다음 그 괘에 해당하는 풀이(괘사 ; 卦辭)에 빗대어 현재와 미래를 설명하는 것이 주역을 활용한 점을 치는 행위의 기본이다.
주역에 나오는 괘사(卦辭)는 여러 가지 상징들로 되어 있다.
“용이 물에 잠겨 있으니 아직 쓰지 못한다”(중천건 1효) 라든가 “상다리가 없어진다. 바른 것을 없애는 것은 흉하다.”(산지박 1효)라는 상징이 있다.
만약 내가 점을 쳐서 중천건 1효가 나왔다면, ‘아직 내가 도모할 일은 때가 아니니 주의해야 겠군...“이라고 생각해서 근신하면 되고, 산지박 1효가 나왔다면, ’흠... 운이 아주 안좋군. 이번 일은 큰 기대를 하지 말아야겠어. 마음을 비워야겠군.”이라고 마음 먹으면 된다.
결국 점을 쳐서, 어떤 괘가 나오는가에 따라 그 괘에 해당하는 괘사를 본 후 처세의 지침으로 삼으면 되는 것이다.
2. 주역에 대한 선입관, 편견
결국 주역 점을 이용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 동전이나 대나무 가지 등을 이용해서 주역점을 친다(괘를 얻는 과정)
② 괘를 얻는다(得卦)
③ 얻어진 괘에 해당하는 괘사를 읽어본다.
④ 그 괘사의 뜻을 음미한 후 생활에서 주의하도록 한다.
여기서 ③, ④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①, ②의 과정이다. 도대체, 동전을 던지거나 대나무의 가는 가지를 뽑는 그 과정이 어떻게 ‘현재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을 가르쳐 주는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주역을 단순히 명심보감처럼 ‘좋은 글이 적혀 있는 책’ 정도로 생각하고 열심히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주역의 특이점은, 현재 그 주인공이 처해져 있는 상황을 ‘점’이라는 수단을 통해 ‘콕 찝어서’ 어느 괘에 해당하는지를 알려 준다는 점에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게 말이 돼?’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칼 융 역시 바로 이 부분에 대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 자신이 주역을 배운 다음 점을 쳐 보면 아주 높은 적중율을 자랑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칼 융은 “동시성의 원리”라는 개념을 설명하게 된다.
3. 문제 사례
가. 몇 년간 만난 적 없는 고교시절의 오랜 친구를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리고 그 친구의 목소리가 바로 그 전화에서 울려 나온다.
나. 친한 사람 중 한 사람이 자동차 사고가 났는데, 그 시간에 벽에서 시계가 갑자기 떨어져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다. 구소련에서 한 실험인데 어미 고양이를 잡수함에 태워 먼 바다로 내보내고, 새끼 고양이를 죽였을 때, 어미 고양이가 급격한 반응을 보임
라. 예전에 SBS 백만불 미스테리에서, 실험자에게 전기 자극을 주었을 때, 비이커 안에 있던 정자의 움직임이 반응을 보이는 경우
마. 내가 하루 종일 어떤 노래를 흥얼거렸는데, 약속시간에 만난 친구가 그 노래를 같이 흥얼거린다.
바. 갑자기 속이 메스껍고 구토가 날 것 같더니, 애인으로부터 “어제 먹은 게 체해서 구토했어”라는 문자가 오는 경우
의미심장한 우연의 일치. 인생은 이러한 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그것을 제어할 수 있을까요?
4. ‘동시성 원리’의 의미
융은 1920년에 ‘비인과적 연관’ 또는 ‘의미 깊은 우연의 일치’라는 뜻으로 ‘동시성(synchronocity)’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합니다.
즉, 원인이 결과를 낳는다는 전통적인 뉴튼식 인과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비인과적인 연결’을 가리키는 것이 동시성 원리입니다.
결국 ‘동시성’이란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사건이나 요소가 시간적, 공간적 또는 개념적으로 일치된 형태를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싱크로너서티에 관한 연구는 칼 융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며, 조화원리(배타성원리)의 발견자로 잘 알려진 파울리의 공동 저작에 의해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5. 칼 융이 설명하는 주역과 점
칼 융은 ‘점을 쳐서 미래를 아는 행위’는 '인과법칙'이 아니라 '동시성 원리'로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오묘한 ‘동시성의 그물’을 통해 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암시’를 주게 된다는 것입니다.
융은 나아가 ‘인간은 따로 떨어진 정신이 아니라 서로의 에너지로 상호 작용하는, 그럼으로써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수많은 방식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광대한 네트워크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러한 영향은 너무도 광범위하고 미묘해서 기존의 인과법칙만으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데, 기존 과학지식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자신들이 인지하는 인과율을 벗어나는 시도에 대해서는 ‘비과학적’이라는 딱지를 붙인다는 것입니다.
6. 물리학과의 관계
이러한 동시성은 물리학에서도 증명이 되었는데, 현대 양자물리학에서는 하나의 물체가 때로는 어떤 외관상의 에너지 이동 없이도 다른 물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위 ‘양자얽힘’에 관한 실험이 바로 그것입니다.
7. 결어
짧은 저의 지식으로 주역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동시성의 원리’까지 들먹였습니다.
결국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세상의 인과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단선적인 인과관계가 아닌 대단히 복잡하고 심오한 네트워크로 얽혀 있는 것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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