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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주역 이야기 (3)

지식창고/주역

by 조우성변호사 2012. 1. 2. 17:28

본문

<사안>

우리 로펌의 송무팀장이 상담의뢰 온 건이라면서 판결문을 건네 준다.

1심에서 패소하고 2심을 우리 사무실에 맡기려 한다는 것이다.

동업관계가 해소되면서 상당히 치열하게 싸운 사건이고 7억 원을 청구했는데, 모두 기각된 사안이었다.

사안 자체는 해볼만 하다고 생각을 하고는 의뢰인과 전화통화를 했다.

그런데 전화통화 내내 의뢰인은 ‘자신은 정당한데, 판사가 잘못 판단해서 졌다. 자신이 작은 법률사무소를 썼는데, 상대방은 큰 로펌을 써서 자신이 진 것 같다. 그래서 2심에는 태평양과 같은 큰 곳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서 계속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파워에 밀려서 졌다’고 하소연하는 의뢰인들과 일하게 될 경우 상당히 어려움이 많았던 기억이 있어서, 과연 이 사건을 내가 맡는 것이 옳을지 무심한 마음으로 주역점을 쳐보았다.

<득괘>

주역점을 쳐보니, 풍지관괘가 나왔고, 동효는 1, 3효였다.

풍지관.jpg 

<풀이>

(1)

풍지관 괘는 주역의 20번째 괘로서, 심사숙고해서 현상을 관찰하라는 괘다.

(2)

1효 효사 : '동관(童觀)', 즉  어린아이처럼 유치하게 관찰한다. 소인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별 허물이 없지만 군자에게 있어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3효 효사 : 내 생애를 먼저 관찰하여 나아가고 물러갈 것이니라. 그러면 허물이 없다.

<대응>

  ‘동관’이라는 효사가 나오자 무릎을 쳤다. 자신이 대응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변호사가 상대방 변호사보다 파워가 약해서 정치적으로 밀렸다고 주장하는 의뢰인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떼를 쓰는 어린아이 같아 보이기도 하다.

전화에서 느껴지는 막무가내가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한 부분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다.

 결국 3효 효사처럼, 잘 관찰하고 신중하게 수임 여부를 결정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수임을 하지 않는 쪽으로 거의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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