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To Do List를 사용하는 분들이 많죠? 저 역시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오프라인 다이어리를 주로 활용했는데, 요즘은 괜찮은 온라인 프로그램들이 있어서 그것들을 활용합니다.     


중요도에 따라 A, B, C로 나눠서 리스트를 채우고 이를 지워나가는 방식이 일반적이죠. 저도 그렇게 하곤 하는데, 특별히 일이 많은 날, 또는 시간이 별로 없는 날은 ‘집중 To Do List’를 작성합니다.     




‘집중’이라고 해서 뭐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고 개별 Task 옆에 ‘예상 소요 시간’을 기재하는 겁니다. 가능하면 1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여, 10분 단위로 기재합니다.(10분/20분/30분/40분/50분/1시간)     


<예>     


□ 센00닷컴 준비서면 작성 ... 1시간

□ 월간 000 원고 작성 ...30분

□ K사 미팅 대비 제안서 초안 작성 ... 30분


□ 김00변호사와 S사 대응방안 회의 ...20분

□ L사장님께 소송비용 제안서 작성/발송 ... 30분

□ 00회계법인에 의견서 작성 ... 1시간

□ 은행에서 신규통장 만들기 .. 30분     


리스트가 완성되면, 개별 Task를 시작할 때 PC로 Timer를 작동시킵니다(Timer는 Google App 중에 많습니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Task 별로 정해진 시간 내에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 시간의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그 Task를 끝내지 못할 경우가 있겠죠. 그 때는 축구경기 90분이 끝난 후 추가시간을 부여하듯 스스로 ‘10분’, ‘20분’을 추가시간으로 부여합니다. 그럼 추가시간 내에는 어떻게든 끝내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이 방식은 은근히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자주 활용하지는 않지만, 정말 급한 일들이 산적해 있는데, 만약 오늘을 넘겨 버리면 난감한 일이 발생할 그런 비상시국에는 한번쯤 써볼만 한 방식입니다.     


그리고 이런 작업을 통해 개별 Task를 과연 얼마만에 끝낼 수 있는지 가늠해 보는 연습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재판을 진행하다보면 왠지 불리하게 돌아가는 느낌을 받는 순간이 있다. 재판 도중 판사님이 툭 던지는 언급에서, 그리고 그 표정 등에서 변호사로서 직감되는 바가 있다.


또는 당초 사건을 수임할 때 들었던 설명과는 다른 사실관계가 드러난다거나 상대방의 증거에서 우리가 예상치 못한 사정들이 밝혀질 때가 있다.


그런데 이런 부정적인 이야기는 왠지 의뢰인이나 관련자들에게 ‘빨리’ 통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의뢰인이 걱정하거나 실망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절대 잘못된 대응이다. 우리에게 불리한 소식, 나쁜 소식은 최대한 빨리 의뢰인을 포함한 관련자들에게 알려서 공유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① 의뢰인에게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 ②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경우에는 이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한다(담당자로서는 윗선에 보고할 논리를 만드는 시간적 여유를 준다)

  • ③ 관련자들 모두 비상등을 켜고 초긴장 상태에서 머리를 맞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문제가 될 만한 불리한 소식을, 밝히기 꺼려진다는 이유로 뭉개고 있으면 그 문제는 시한폭탄이 되어 째각째각 소리를 내며 시간이 진행되다가 언젠가는 “꽝!”하고 폭발을 하기 마련이다.





“아니, 그 이야기를 왜 이제야 합니까?”라면서 불리한 정보를 ‘늦게 알려준 것’에 대해서 문제 삼는 의뢰인들이 많았다.


나쁜 소식을 혼자 갖고 있어봐야 해결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설사 그 나쁜 소식이 나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라 하더라도 얼른 공유화하라. 그 때부터는 공동의 문제로 변환한다.



※ TIP


(1) 부정적인 정보, 불리한 뉴스일수록 빨리 관련자들에게 적극 공유하라.

(2) 설령 나의 과실이 개입된 경우라 하더라도 일단 초기 단계에서 공유되면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머리를 맞대면 분명 도움이 된다.

(3) 숨겨두지 말라. 언젠가는 터진다.




“조변호사, K사에서 보내온 질의사항인데 좀 복잡하긴 하네. 회사법 파트와 보험법 파트를 모두 리서치해야 할 것 같은데 한번 봐봐. 오늘이 월요일이지? 의뢰인이 이번 금요일 오전까지는 ‘법률의견서’를 달라고 했으니 늦어도 목요일 오전까지는 내게 초안을 갖다 줘. 알았지?”



선배가 이와 같은 지시를 했을 때 후배들은 다양한 대응 양상을 보인다.


▶ 1번 유형


혼자서 끙끙대며 답을 찾으려 노력한다. 목요일 오전까지 충분히 리서치가 안된 것 같다. 이대로 선배에게 주면 완성도가 떨어질 것 같고. 결국 목요일까지 밤새고 금요일 오전에 의견서를 작성해서 허겁지겁 선배에게 제출한다.


이 경우 선배의 반응은 보통 이렇게 된다.


“아니, 오늘 오전까지 의뢰인에게 보고해야 하는데 이걸 지금 가져 오면 어떻게 하나? 내가 분명 어제 오전까지 가져다 달라고 했잖아. 이거 정말 큰일이군. 그리고 자네가 쓴 문장 자체를 내가 바꿔야 하니 시간이 더 들겠어.”


아무리 후배가 뛰어나도 선배의 view를 따라갈 수 없다. 후배가 완벽을 기한다고 끙끙대봐야 한계가 있다. 선배가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미할 시간을 주지 못한 과오를 범한 것이다. 


▶ 2번 유형


다소 부실하지만 최대한 선배가 원하는 대로 목요일 오전까지 리서치한 내용을 반영한 의견서를 작성해서 제출한다. 물론 선배는 이것 저것 고쳐야할 점을 지적하거나 직접 수정을 할 것이다. 

여러분은 당연히 1번 유형은 피해야 한다. 2번 유형, 나쁘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더 업그레이드 된 3번 유형을 제시하고자 한다.


  

▶ 3번 유형


① 화요일 오후에 quick review를 마친 상태에서 ‘의견서 예비목차’를 들고 선배에게 간다.


② “선배님, 일단 아직은 초안이지만 제가 급히 리서치해보니 이런 문제들이 있는 것 같고, 이런 방향으로 의견서를 작성하고자 하는데 어떠신지요?”라고 의견을 묻는다.


③ 선배는 그 목차를 보고 몇 가지를 지적해주고 방향도 설정해 준다.


④ 큰 틀에서 선배와 의견 일치를 본 상태에서 수요일부터 의견서를 작성한 다음 목요일 오전까지 선배에게 제출한다.


이렇게 3번 유형으로 일을 진행하게 되면 잘못될 가능성을 사전에 대폭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선배는 생각할 것이다. “이 친구, 제법인걸~”








※ TIP


① 마감시한보다 먼저 결과물을 제출하라.

② 완벽하지 않아도 초안의 목차를 잡은 다음 선배(상사)에게 먼저 검토를 맡으라.

③ 선배(상사)와의 사전 조율이 끝난 후에 본격적인 문서작업을 하라.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To Do List를 작성하는 것은 이제 습관화되었다. To Do List 의 이미 완료된 일들 목록을 정리하다보니 힘만쓰고 제대로 결실을 맺지 못한 일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따로 정리해봤다. 


이름하여 '실패 리스트'


그동안 추진하다가 중간에 어그러진 일들, 또는 나의 판단착오로 시간만 낭비했던 일들의 목록과 그렇게 된 이유를.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 C사 프로젝트 : 첫 제안 이후 좀 더 치밀하고 타이트한 후속조치를 못해서 중간에 김이 빠져 버렸다.     


□ 김00 대표 사건 : 실무자와의 작은 마찰과 오해를 제 때 풀어내지 못해서 일을 키웠고,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빨리 대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박00 팀장 프로젝트 : 사전에 충분한 판례 리서치 없이 무조건 될 거라고 낙관한 잘못이 있다. 공연히 큰 소리만 친 격이 되어 서로 민망해져 버렸다.     


□ 최00 교수 프로젝트 : 너무 마음이 앞섰다. 나라도 상대방이 그런 식으로 나오면 경계를 했을 것이다. 왜 그리 급했던가.      



적다보니 다시 속이 쓰렸다. 

하지만 문제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살필 수 있었기에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피터 드러커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시행착오를 경영하라. 시행착오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시행착오 속에서 교훈을 얻자. 


실패 리스트 작성은 나의 '시행착오 경영' 방식이다. 




"관어해자 난위수" 觀於海者 難爲水


바다를 본 사람은 쉽게 물에 끌리지 않는다(물을 인정하기 어렵다, 물을 쉽게 말하지 못한다)


이미 큰 바다를 봤으니...


'창공을 날아 본 사람은 발은 땅에 있어도 언제나 눈은 창공을 향해있다' 라는 글귀가 같이 생각납니다.


여러분들은 바다를 보셨습니까? 아니면 창공을 날아보셨나요?

그 때의 기분과 감정을 아직 기억하시나요?



맹자(孟子) 진심편(盡心篇) 상(上)에 ‘觀於海者 難爲水(관어해자 난위수)’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앞뒤 내용을 보면, 공자께서 동산에 올라 노국을 작다 하시고, 태산에 올라선 천하를 작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바다를 본 사람은 강물쯤에는 마음이 안 끌리고, 성인의 문하에서 배운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에 흥미를 못 느낀다는 가르침을 주는 것이지요.


맹자가 평생 공자의 가르침을 직접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을 표현한 것인데, 작금의 상황에서 곱씹어 볼 만한 말씀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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