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창고/고전의숲 17

단하소불

본질에 관한 이야기 (철학 vs 철학, 강신주 저 중에서) 송나라 도원(道源)이 편찬한 중에 나오는 단하(丹霞) 스님(739~824)이 목불을 불태운 단하소불(丹霞燒佛,) - 혜림사라는 사찰에 들른 단하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나무로 만든 불상을 태우기 시작했다. 당연히 혜림사의 주지는 어떻게 부처를 나타내는 불상을 태울 수 있느냐고 힐난한다. - 그러자 단하는 사리를 찾으려고 이 불상을 태우고 있다고 대답한다. 이에 혜림사의 주지는 나무에 무슨 사리가 있느냐고 반문하다가 마침내 자신도 모르게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 도대체 혜림사 주지는 무엇을 깨달았던 것일까? 그는 목불에도 부처처럼 숭배받아야 하는 본질이 있다고 맹신했다. 그런데 지금 그는 자기 입으로 목불이 나무에 불과하다고 말해버린 것이다. - ..

고전의 숲을 거닐다(12) : 보왕삼매론에서 배우는 인생살이의 지혜

절에서 49재를 지낼 때, 참석자들에게 조그만 책자를 주곤하죠. 제목은 ‘예불천수경’이라고 되어 있고, 여러 불교 경전의 일부가 편집되어 있습니다(아마 대부분의 절이 비슷할 것입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보왕삼매론‘이라는 경전 구절을 읽으면서 항상 공감을 했답니다. 불교 수행을 하면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써 놓은 법문이 ‘보왕삼매론’입니다. 저는 특히 2, 5, 7, 9번 항목이 가슴에 와닿았고, 10번 항목의 경우는 예전의 낯부끄러운 일이 기억이 나는 항목입니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하셨느니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

집필프로젝트 : 고전의 숲을 거닐다(9) 은혜롭지만 그것이 정치는 아니다.

# 1 자산(子産)이 정나라의 재상이 되었다. 자산은 진수(溱水)라는 강을 건너는 사람들을 위해 자기 마차를 기꺼이 내주어 백성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었는데, 이에 대해 맹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 2 "그것은 인자하기는 하나 정치를 모르는 짓이다. 다리를 놓아준다면 굳이 자기의 마차를 내줄 필요가 없지 않은가? 재상은 한두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백성들을 사랑해야 한다. 좋은 정책이 곧 참다운 인자함인 것이다." 맹자에 나오는 말입니다. # 3 위정자나 공직에 계신 분들, 그리고 리더들은 음미해 볼 만한 우화입니다. 나아가 평범한 우리네 삶에 있어서도 충분히 반면교사가 될만한 이야기입니다. 하루 하루 적절히 마차로 물을 건너고 있음에 만족하고 있진 않은지, '다리를 건설하는 일'이 귀찮고..

집필프로젝트 : 고전의 숲을 거닐다(7) 관포지교의 대단한 의미

진정한 우정의 대명사, 관포지교. 감당 가능할까? 1. 관포지교(管鮑之交)에 대한 이해 가. 출전 史記(사기) 管晏列傳(관안열전) 나. 관포지교의 뜻 제(齊)나라 재상이었던 관중(管仲)과 포숙(鮑叔 ; 포숙아라고도 함)의 사귐이라는 뜻으로 서로 이해하고 믿고 정답게 지내는 깊은 우정을 나타내는 고사성어. 다. 사기(史記)에 나오는 스토리 정리 (1) 어린 시절 포숙의 집안은 명문가였으나 관중은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어려서부터 포숙은 관중의 범상치 않은 재능을 간파하고 있었으며, 관중은 포숙을 이해하고 불평 한마디 없이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다. 젊었을 때 관중은 건달로 지내며 자주 포숙을 속였다. 포숙은 자본을 대고 관중은 경영을 담당하여 동업하였으나, 관중이 이익금을 혼자 독차지하였다. 그런..

집필프로젝트 : 고전의 숲을 거닐다(2) ‘中’의 심오함

집필프로젝트 : 고전의 숲을 거닐다(2) ‘中’의 심오함 # 1 상황(時)은 늘 변한다. 상황 변화에 따라 가장 균형 잡힌 최적의 황금률(中)을 찾아내는 것이 시중(時中)이다. # 2 '시중'의 관점에서 보면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이거나,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극단이 없다. 오로지 그 상황에 가장 적합한 진실만이 있을 뿐이다(眞實無妄). # 3 에서는 군자와 소인의 인생살이를 이렇게 비교하고 있다. '군자지중용야(君子之中庸也)는 군자이시중(君子而時中)이라' (군자의 중용적 삶은 때를 잘 알아 그 상황에 가장 적절한 중심을 잡아 서는 것이다) '소인지반중용야(小人之反中庸也)는 소인이무기탄야(小人而無忌憚也)니라' (소인의 반중용적 삶의 형태는 시도 때도 모르고 아무런 생각 없이 인생을 막 살..

집필프로젝트 : 고전의 숲을 거닐다(11) 욕심에 관한 채근담의 글

사람의 욕심이란 참... 내가 담당하는 수많은 사건들의 대부분은 사람들의 욕심으로 인해 비롯된 것들이 많다. 특히 대부분의 형사사건은, 그 사람의 무리한 욕심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게 되고, 그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끝까지 상대방을 복수하려는 마음에서 투서나 고소를 하게 되어 결국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우린 100억 정도 갖고 있으면 정말 뿌듯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100억 갖고 있는 사람은 200억 벌려고, 사업을 확장하고 무리하게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려 든다.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봤었다. 욕망의 노예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실감 많이 했다. 채근담을 보다 보면, 이러한 사람의 무리한 욕심을 자제하라는 좋은 글들이 나온다.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인용해 보고자 한다. #..

말 때문에 vs 사람 때문에

子曰, "君子不以言擧人, 不以人廢言." "군자는 말 때문에 사람을 등용하지 않으며, 사람 때문에 그가 하는 말까지 막지 않는다." 논어 위령공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말 때문에 사람을 등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군주는 말에 현혹되지 않으며 그 실질을 따지고 실체에 접근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아가 '사람 때문에 그가 하는 말까지 막지 않는다'는 이 부분은 정말 많은 울림이 있다. 진정한 현군은 사람의 좋고 나쁨과는 별개로 그 사람의 말을 평가하는 객관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전해 주고 있다.

<고전의 숲을 거닐다> 죄는 은밀한 기쁨으로부터 시작된다.

죄는 은밀한 기쁨으로부터 시작된다. ● 인용문 過罪未熟 과죄미숙 愚以怡淡 우이이담 至其熟時 지기숙시 自受大罪 자수대죄 해석) 죄를 지어도 죄의 업이 익기 전에는 어리석은 사람은 그것을 꿀 같이 여기다가 죄가 한창 무르익은 후에야 비로소 큰 재앙을 받는다. ● 나의 느낌 우리는 뉴스에서 보도되는 권력자들의 각종 비리 소식을 접하면서 ‘거참,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과 더불어 ‘저러고도 안 들킬 줄 알았나?’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실제 많은 사건을 변호해 보면, 그 분들 중 상당수는 ‘안 들킬 줄 알았다’고 고백합니다. 위 법구경 원문 중 ‘과죄미숙’이란 말에 눈이 확 갑니다. 즉 죄를 지어도(過罪), 그 죄가 충분히 숙성하지 않은 상태(未熟)에서는 외부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기..

고전의 숲을 거닐다(13) : 수치를 아는 것이 용기다

고전의 숲을 거닐다(13) : 수치를 아는 것이 용기다 ▷ 사례 # 1 (주)재호전산의 김재호 사장. 최근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업체(주식회사 대용전기)와 사이에 트러블이 생겼다. 그런데 사실 그 트러블의 원인은 김사장이 최초에 판단했던 것과는 시장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인데, 지난 번 회의석 상에서는 오히려 상대방(대용전기)의 잘못인 양 몰아세웠던 것이다. 자존심이 강한 김사장으로서는 자신의 판단미스를 인정하는 것이 힘들었다. # 2 하지만 자꾸 그 당시의 상황이 머리를 맴돈다. 상대회사인 대용전기의 박대용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아주 정직한 분이다. 그런 분께 억지소리를 계속했던 김사장은 찜찜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 고전 한 자락 # 1 중용에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好學 近乎知(호학근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