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 28

듣는 귀, 보는 눈, 그리고 잊혀진 밟는 발

[듣는 귀, 보는 눈, 그리고 잊혀진 밟는 발] 한나라 유향은 일찍이 《설원》에서 귀로 들음은 눈으로 봄만 못하고, 눈으로 봄은 직접 경험함(발로 밟음)만 못하다 했다. "夫耳聞之, 不如目見之; 目見之, 不如足踐之." 심플하기 그지없는 이 구절은 오늘날, 정보의 폭포 속에서 허우적대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듣고' 가장 많이 '보는' 시대를 살고 있다. 손 안의 작은 유리 조각은 지구 반대편의 속삭임까지 들려주고, 이름 모를 타인의 일상까지 눈앞에 펼쳐 보인다. 듣는 것은 순식간이고, 보는 것은 클릭 한 번이면 족하다. 바야흐로 이청득심(以聽得心)과 목격담(目擊談)의 시대, 아니 이청득정(以聽得情)과 목격담(目擊談)의 과잉 시대라 할 만하다. 하지만 정녕 그러한가? 귀..

파도와 나침반 - 기분과 태도

[파도와 나침반 - 기분과 태도] 아침, 창밖을 보니 햇살이 눈부시다. 문득 기분이 좋아진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도 귀가 열리고, 커피 향은 유난히 그윽하다. 이것이 '기분'이다. 예고 없이 찾아와 우리 마음의 창에 무지개를 그리거나, 때로는 먹구름을 드리우는 변덕스러운 손님. 어제는 분명 같은 창밖 풍경이었건만, 그때의 나는 왜 그리 무거웠던가. 기분은 마치 바다의 파도와 같다. 잔잔하다가도 순식간에 집채만 한 크기로 변해 우리를 덮치기도 한다. 슬픔의 파도, 분노의 해일, 좌절의 소용돌이. 그것들은 우리의 배를 흔들고, 때로는 전복시킬 듯 위협한다. 그러나 파도는 지나간다. 아무리 거세도 영원히 머물지는 않는다. 문제는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는 그 파도를 어떻게 견뎌내는가이..

보이지 않는 특권의 장막, 시대를 관통하는 불평등의 진실

[보이지 않는 특권의 장막, 시대를 관통하는 불평등의 진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새겨진 "천금지자불사어시(千金之子不死於市)" - "부잣집 자식은 저잣거리에서 죽지 않는다." 이 간결한 문장은 2천 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 오늘의 우리에게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고대 중국의 저잣거리는 형벌이 집행되는 곳이자, 일반 백성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곳이었다. 부유한 자의 자녀들은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다. 그들의 부와 권력은 보이지 않는 방패가 되어 위험으로부터 그들을 지켰다. 이 냉혹한 관찰은 과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현대의 '시장'은 더 이상 형벌이 집행되는 곳이 아니다. 그러나 불평등의 본질은 형태만 바꾸었을 뿐, 그 작동 원리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

위대한 갯츠비

[고전 읽기] 위대한 갯츠비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작품 개요: 1920년대 재즈 시대의 초상 1920년대 미국, 경제적 풍요 속 '재즈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 물질만능주의,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집착을 섬세하고 비극적으로 그려낸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대표작입니다. 주요 등장인물 제이 개츠비수수께끼의 백만장자, 데이지를 향한 순애보 닉 캐러웨이화자, 개츠비의 이웃, 관찰자 ..

<총, 균, 쇠>

총, 균, 쇠 인류 문명의 불평등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저 | 1997년 출간 | 퓰리처상 수상작 얄리의 질문: 모든 것의 시작 "왜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cargo)을 가졌는데, 우리 뉴기니인들은 그렇지 못했습니까?" - 뉴기니 정치인 얄리 이 단순해 보이는 질문이 재레드 다이아몬드로 하여금 인류 역사의 거대한 불평등 패턴을 탐구하게 만들었습..

AI 챗봇의 엔진 비밀

AI 챗봇의 엔진 비밀 (요약본) #1 AI 챗봇은 각기 다른 '엔진(LLM)'을 심장으로 탑재, 성능과 특징이 달라집니다! #2 주요 AI 엔진 특징 📚 ChatGPT(GPT): 만능 이야기꾼, Transformer 아키텍처로 방대한 텍스트 학습하여 자연스러운 대화 가능 📖 Meta(LLaMA): 열린 지식창고, 오픈 소스 기반으로 다양한 크기의 모델 제공하는 효율적 엔진 🛡️ Claude(Constitutional AI): 안전하고 정직한 조력자, 윤리적 원칙 지키며 긴 맥락 이해에 뛰어남 👁️👂 Google(Gemini): 다재다능 멀티플레이어, 멀티모달 기능으로 텍스트/이미지/소리/영상 모두 처리 🔍 Perplexity AI: 꼼꼼한 정보 탐정, 출처 제시와 필요시 강력한 엔진 ..

마법의 숫자 옷, 단어 임베딩

[문돌이 AI] 마법의 숫자 옷, 단어 임베딩 AI, 단어에 '마법의 숫자 옷'을 입히다! 🤖 (단순 기호 → 의미 파악, 흑백TV → 컬러TV 비유) 과거 컴퓨터는 단어를 점으로 봤지만, 이제 AI는 '단어 임베딩'으로 그 뜻과 관계를 이해해요! ** AI 언어 이해 핵심 기술 발전: 🧠 신경망(NN): 단어를 단순 기호에서 '의미 있는 덩어리'로 인식하는 첫걸음. 📖 순환신경망(RNN): 책 읽듯, 앞뒤 '문맥'을 기억해 단어의 진짜 의미 파악. ✨ 단어임베딩: 단어마다 고유 '숫자 옷(벡터)'을 입혀, 의미 관계를 수학적으로 계산 (예: 왕-남자+여자=여왕). 🔍 트랜스포머: '어텐션' 기능으로 문장 속 중요 단어에 집중, 긴 문장도 핵심을 정확히 이해. 🌟 결론: 이 기술들 덕분에 AI..

LLM 발전: 앵무새에서 대화 천재로!

[LLM 발전: 앵무새에서 대화 천재로! ]1. 비유: 앵무새에서 형광펜 든 지혜로운 대화자로 2. AI가 단순한 말 따라 하기에서 사람처럼 소통하는 LLM으로 발전! 3. 엔진별 특징 가. 초기 모델: 문맥 없이 단어를 반복하는 통계적 모델. 나. RNN/LSTM: 단어 순서를 기억하며 문맥 이해를 시작. 다. 트랜스포머: 어텐션으로 문장 핵심을 파악해 자연스러운 대화 구현. 라. 최신 LLM: 방대한 데이터로 창의적 소통 가능 (GPT-3, PaLM). 4.. 결론: 한계를 극복하며 삶의 지혜로운 동반자로 진화 중! ✨ AI 언어 모델의 진화 ✨ 앵무새에서 대화 천재로! ..

결, 그 접촉의 증거

낡은 목제 책상 모서리에 손을 댔다. 손가락 끝이 미끄러지기도 하고, 어떤 지점에서는 불쾌하게 걸렸다. 결. 사람들은 그것을 그렇게 불렀다. 나무가 제멋대로 뒤틀리며 새겨놓은 흔적. 혹은 그저 물질의 배열. 이것이 나무 자체의 속성인가, 아니면 내 손이 그것을 규정하는가. 질문은 책상 위 먼지처럼 건조했다. 결. 나무에도 있고, 돌멩이에도, 심지어 물의 표면에도 나타난다. 사람들은 마음에도 결이 있다고 했다. 매끄러운 마음, 혹은 어딘가 뒤틀린 마음. 결은 대상의 본질처럼 여겨졌다. 거스를 수 없는 어떤 것. 목수는 결을 거슬러 대패질하지 않는다. 물길을 거스르면 배는 전복된다. 결에는 그런 힘이 있었다. 그 힘은 명백해 보였다. 하지만 결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바람이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