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듣는 귀, 보는 눈, 그리고 잊혀진 밟는 발] 한나라 유향은 일찍이 《설원》에서 귀로 들음은 눈으로 봄만 못하고, 눈으로 봄은 직접 경험함(발로 밟음)만 못하다 했다. "夫耳聞之, 不如目見之; 目見之, 不如足踐之." 심플하기 그지없는 이 구절은 오늘날, 정보의 폭포 속에서 허우적대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듣고' 가장 많이 '보는' 시대를 살고 있다. 손 안의 작은 유리 조각은 지구 반대편의 속삭임까지 들려주고, 이름 모를 타인의 일상까지 눈앞에 펼쳐 보인다. 듣는 것은 순식간이고, 보는 것은 클릭 한 번이면 족하다. 바야흐로 이청득심(以聽得心)과 목격담(目擊談)의 시대, 아니 이청득정(以聽得情)과 목격담(目擊談)의 과잉 시대라 할 만하다. 하지만 정녕 그러한가? 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