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에서 배운 업무력 : 소송의 마지막을 '참고서면'으로 마무리하라.
1. 잘 아시겠지만 소송진행 중의 주장사항은 '준비서면'에 기재해서 냅니다. '준비'서면의 원래 뜻은 '변론을 준비하는' 서면이란 것입니다.
2. 따라서 변론기일에 출석한 다음 '2013. 1. 4.자 준비서면을 "진술합니다"'라고 말해야 비로소 소송기록에 편철되는 것입니다. 보통은 재판장이 "원고측, 2013. 1. 4.자 준비서면 진술하시죠?'라고 친절하게 물어봐주므로 그냥 '네'라고 대답만 하면 됩니다.
3. 그런데 좀 짓궂은 고등법원 부장판사님은 "자, 그럼 원고측 변론하세요!"라고 말합니다.
그럼 신참 변호사는 머뭇거리죠. 그 때는 당황하지 말고 "네, 2013. 1. 4.자 준비서면을 진술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준비서면에 첨부된 서증인 갑 제7호증부터 11호증까지 제출합니다."라고 당당히 말해주는 센스~~~
4. 자, 이제 제가 말하려는 포인트.
변론종결을 하고 나면 남는 것은 선고기일. 보통 3주~6주 정도의 기간이 주어집니다.
이 때 뭘 할건가? 놀면 뭐합니까? 참고서면을 준비해야 합니다.
5. 원래 참고서면은 변론이 끝난 후 못다한 이야기를 가볍게 '참고용으로 하는 정도'로 기재하는 것이 원칙이나, 저같은 독사(승부사)들은 다른 용도로 참고서면을 준비합니다.
6. 판사들은 첫장부터 순차적으로 넘겨가면서 기록을 봅니다. 원고의 소장, 피고의 답변서, 원고의 준비서면, 피고의 준비서면... 증인신문조서.. 대략 이런 순서로 기록에 편철되어 있으니 그 순서로 기록을 읽어나갑니다.
7. 그런데 제일 마지막에 변론종결후 제출한 원고(또는 피고)의 참고서면이 편철되어 있으면 아무래도 제일 마지막에 보는 서면으로부터 좀 더 강한 인상을 받습니다.
8. 참고서면은 철저히 '판사가 판결문에 베끼고 싶도록' 쓰는 것이 좋습니다. 판사가 판결문을 쓸 때 어떨게 씁니까?
'원고의 주장이 이렇고, 피고의 주장이 이런데, 관련 증거(쭉 거시)를 종합해서 보면 이런 사항을 판단할 수 있고, 이러한 부분은 인정되지 않는다.'
즉 참고서면은 내가 판사가 된 심정에서 기존의 주장을 정리하고 증거관계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판사로 하여금 판결문에 그대로 베끼고 싶도록 작성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8-2. 더 중요한 것, 이렇게 쓰다보면 '어라~ 우리측 주장이 좀 미진한 부분이 있었네'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다시 사건을 바라보게 됩니다(만약 주장이 미진하다고 생각하면 '변론재개신청서'를 내야겠죠)
9. 안그래도 판사가 긴가 민가 하고 있는데, 한쪽 대리인이 일목요연하게 주장과 증거를 정리해서 제출해 주면 울고 싶을 때 뺨 때려 준다고 아무래도 그 서면을 잘 봐줄 가능성이 큽니다.
10. 물론 말도 안되는 사건에 대해서 변론종결 후에 참고서면을 잘 썼다고 승소할 리는 만무합니다.
11. 하지만 (1) 의뢰인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해 본다는 의미 (2) 우리의 주장을 다시 한번 객관적으로, 그리고 거시적으로 파악해 본다는 의미에서, 종합적인 참고서면을 작성할 것을 권합니다.
12. 그런데 왠만큼 부지런하지 않고서는 이런 스마트한 참고서면을 쓰기 쉽지 않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정성을 다하는 변호사를 좋아하지 않을 의뢰인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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