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강 : Position과 Interest를 구별하라 - 3편
1편은 여기에 : http://jowoosung.tistory.com/822
2편은 여기에 : http://jowoosung.tistory.com/8235. 견하지 말고 관하라
검도의 고수에게 들은 이야기 하나.
검도는 서로 목검을 맞대고 있다가 이를 떼는 순간 상대의 허점을 발견해서 신체의 일부를 가격해야 하기 때문에, 목검이 떨어질 때 상대방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지를 예측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예상 움직임 방향을 예측함에 있어 고수와 하수의 접근법이 서로 다르단다.
하수는 상대방의 발을 예의주시하고 그 발의 떨림에서 다음 동작 방향을 예측하려 한다고 한다. 하지만 고수는 상대방의 발이 아닌 몸 전체의 미묘한 움직임과 떨림을 모두 간파한 다음 상대방의 다음 동작 방향을 예측한다고 한다. 물론 고수의 예측이 훨씬 정확하다.
그래서 검도 사범은 수련생들에게, 상대방의 발만 볼 것이 아니라 상대방 몸 전체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라는 의미에서 ‘見하지 말고 觀하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見과 觀은 ‘본다’라는 뜻을 가진 비슷한 단어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의미가 다르다고 한다. 見은 외부적인 모습을 힐끗 본다는 의미가 있다면, 觀은 찬찬히 지켜본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이를 협상론 관점에서 본다면, 見은 외부적으로 드러난 상대방의 입장(Position)에 주목하는 것이라면 觀은 상대방의 내면의 욕구(interest)까지 살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상대방과 대립되는 입장에 놓여 있을 때, 그래서 앞으로 치열한 협상을 진행해야
할 때 우리는 상대방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그의 진정한 욕구(interest)가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질문해야만 한다.
6. 1인칭 시점 vs 3인칭 시점
과연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interest를 잘 파악할 수 있을까? 물론 다양한 질문을 던져본다든지 주위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얻어내는 등의 구체적인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나는 이에 대해서 ‘1인칭 시점에서 벗어나 3인칭 시점으로 바라보는 노력을 하라’라고 강조한다.
영화 촬영 장면을 떠올려보자.
당신은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소위 ‘잘 나가는’ 영화배우다. 잘 나가는 만큼이나 오늘 스케쥴도 만만치 않다. 영화촬영을 오후 1시까지는 마쳐야 그 다음 스케쥴인 CF 촬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엔 TV 연예프로 인터뷰가 잡혀 있다.
그런데 촬영 현장 진행이 생각보다 더디다. 짜증이 막 치민다.
도대체 감독은 왜 이렇게 스탭들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지. 그리고 조연배우도 정말 못마땅하다. 같이 나오는 장면에서 계속 조연배우가 NG를 내는 통에 촬영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래 저래 짜증이 치민다.
그럼 이제는 관점을 바꿔서 당신은 영화 감독이다. 감독의 심정은 이러지 않을까?
‘주연배우의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구나. 안 그래도 오늘 오후에 중요한 CF 촬영이 있다고 했는데. 시간을 맞춰줘야 할 텐데 걱정이다. 조연배우 저 친구 오늘 왜 저러지? 아무래도 많이 긴장한 듯 하다. 조감독에게 좀 다독이라고 시켜야겠다.
그리고 오늘 스턴트 장면에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데. 지난 번처럼 또 사고가 발생하면 곤란해. 더구나 오늘 스턴트맨들 중에는 초보자들도 있다고 하는데. 나중에 스턴트 장면 시작하기 전에 가서 격려 좀 해줘야겠다.
그나 저나 오늘 날이 더워서 조명팀들 땀을 무지 많이 흘리고 있구나. 나중에 따로 목욕비라도 챙겨줘야겠어.
제작사 측에서 나온 김이사님, 촬영 일정이 길어지는 것 같아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구나. 충분히 예정된 촬영일정 맞출 수 있다고 설명드려야겠다.’
자기 스케쥴에만 신경을 쓰는 주연배우와는 달리 감독은 결코 자신만의 입장에 매몰되어 있을 수가 없다. 영화촬영에 관여하는 모든 이들(제작사, 주연, 조연, 스텝, 스턴트맨)의 입장을 생각해 보고 이들의 애로점을 파악하면서 조율해 나가야 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따라서 감독은 자신의 현재 위치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설치된 카메라로 내려다보듯 자신의 주위를 내려다볼 줄 알아야 한다.
즉 1인칭 시점이 아니라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상황을 파악하는 view를 가져야만 한다.
1인칭 시점에 매몰되어 있으면 그 결과 편협한 사고를 하게 되고 그로 인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법률상담을 하면서 자주 경험하곤 한다.
A라는 분이 동업자 B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고 싶다면서 법률상담을 요청했다. 그런데 막상 상담을 진행하다 보니 A의 설명만으로도 A가 좀 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즉 B의 입장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사장님, 그런데 말이죠, B입장에서는 다른 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을 꺼내자, A는 정색을 하면서 ‘난 그 사람 입장 같은 거 관심 없구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중립적인 내가 보더라도 B는 충분히 항변할 수 있는 사정이 있어 보이지만 정작 A는 ‘그건 내가 알 바 아니다!’라고 말하는 상황, 즉 A는 철저히 1인칭 시점에 매몰되어 있는 것이다.
‘동업계약서’ 검토를 부탁하러 오는 의뢰인들이 있다. 그들은 ‘동업계약서’ 조항을 꼼꼼히 살펴서 자신에게 불리한 점이 없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런데 나는 그럴 때마다 이렇게 이야기한다.
“계약서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동업을 하려는 상대방입니다. 과연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파악해야 합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능력 있고 돈이 있는지 못지 않게, 과연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인가, 일이 생기면 항상 남에게 불평을 하는 사람은 아닌가, 이런 부분들이 훨씬 중요합니다.”
카메라를 높이 올려서 나와 상대방을 모두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서 3인칭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협상력 증강공식의 한 요소인 Interest를 실행하는 가장 중요한 행동방식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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