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se
#1
김정섭 회장은 ‘녹암그룹’의 실질적인 오너이다.
회장이라는 직함으로 불리긴 하지만 법적인 책임을 지는 대표이사가 아니다.
김회장은 자신의 말을 잘 듣는 경영사장으로 ‘류승훈’ 대표이사를 선임하여 20여년간 녹암그룹을 지배했다.
#2
녹암그룹은 크게 ‘무역부문’과 ‘건설부문’으로 나뉘어져 있다.
지난 3년간 김회장은 임원들에게 대규모 분식회계를 지시했다.
실제 분식회계는 ‘무역부문’의 본부장(이사급), ‘건설부문’의 본부장(이사급)들에 의해 진행 되었다.
#3
결국 이러한 분식회계는 발각이 되었고, 회사는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어 주주들은 대표이사인 류승훈을 상대로 회사에 손해를 배상하라는 대표소송을 제기했다.
#4
류승훈 대표이사는 대규모 회사에서 여러 업무담당이사들이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따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전담하고 있었기에
대표이사가 이를 전부 관리할 수 없었으며,
자신은 그러한 분식회계 사실을 몰랐음을 이유로 책임을 질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류승훈 대표의 항변은 정당한가?
○ Check Point
실제 오너의 지시에 의해 진행된 분식회계, 그리고 각 부문 전문업무담당 이사가 분식회계를 저지른 경우 대표이사에게도 책임이 있나?
○ Lecture
° 사실 이 사안에서 류승훈 대표이사는 상당히 억울할 것이다.
° 실권은 그룹 오너인 김정섭 회장이 휘둘렀으며, 분식회계를 실제 수행한 것은 재무담당 본부장들인 이사였던 것이다.
그 이사들은 대표이사인 류승훈 대표의 지시보다는 그룹 오너인 깁정섭 회장의 지시를 더 따랐기 때문이다.
° 하지만 ‘대표이사’라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 권한보다 책임이 더 막중한 자리. 이 사안에 대해서 대법원의 판단을 살펴보자.
-> 대법원 2008. 9.11. 선고 2006다68834
° 「대표이사는 회사의 영역에 관하여 재판상·재판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으므로( 상법 제389조 제3항,제209조 제1항 참조) 모든 직원의 직무집행을 감시할 의무를 부담하는 한편,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대표이사를 비롯한 업무담당이사의 전반적인 업무집행을 감시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 할 것이므로,
다른 대표이사나 업무담당 이사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시의무를 위반하여 이를 방치한 때에는 이로 말미암아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 대법원 1985. 6. 25. 선고 84다카1954 판결, 대법원 2004. 12. 10. 선고 2002다60474 판결 등 참조).
° 감시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회사의 규모나 조직, 업종, 법령의 규제, 영업상황 및 재무상태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는바,
고도로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대규모의 회사에서 여러 대표이사 및 업무담당이사들이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따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전담하여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라 할지라도
개개의 이사들은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 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배려할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거나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이용한 회사 운영의 감시·감독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 다른 이사의 위법한 업무집행을 지속적으로 방치하였다면
그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물론 류승훈 대표이사는 이 사건 분식회계에 관해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지 아니한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1) 당시 녹암그룹은 내부적으로 임직원들의 회계분식 시도를 방지하기 위하여 그 어떠한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 시스템이나 내부통제시스템도 갖추지 못하였고
2) 실제로 오너인 깁정섭 회장의 지시에 따라 불과 한 두 달 내에 그가 제시한 목표 수치에 맞추어 회사의 모든 영업부문에 걸쳐 전사적인 회계분식이 결행되었으며,
3) 류승훈 대표이사는 분식회계의 가능성에 대비한 그 어떠한 주의도 기울인 바 없었고,
4) 따라서 분식 과정에 직접 관여한 임직원들은 다른 임직원들로부터 아무런 제지나 견제도 받지 아니하였던 점,
5) 당시 녹암그룹에서는 실제 이사회를 개최하지 아니하고 이사회 업무를 담당하던 부서에서 이사회 회의록을 작성한 후 이사회 사무국에서 보관하고 있던 임원들의 인장을 날인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어 실제로는 이 사건 재무제표의 승인을 위한 이사회가 개최되지도 아니하였던 점
등을 알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류승훈 대표이사는 다른 업무집행이사들의 전횡과 위법한 직무수행에 관한 감시의무를 지속적으로 소홀히 하였다고 보여진다.
앞서 본 바와 같은 대규모의 회계분식이 아무런 견제나 저항도 받지 아니한 채 이루어진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회계분식은 사무분장이라는 명목하에 구조적·조직적으로 특정 이사의 위법한 업무집행이나 전횡이 의도적으로 장기간 방치된 결과로서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류승훈 대표이사가 이 사건 회계분식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하였다 하여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 Summary & Advice
° 각 분야 전문업무담당이사에 의해 불법행위가 저질러진 경우 그 사실을 대표이사가 몰랐다 해도 모른 것 자체가 대표이사의 책임으로 인정된다.
° 대표이사는 임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기 힘들다. 따라서 대표이사라는 직위는 무한책임을 지는 것임을 인지하고 힘들더라도 챙겨야 한다.
“눈치채셨겠지만 이 사안은 대우그룹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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