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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사례를 통해 본 협상(4) Oracle의 피플소프트 인수사례

협상/M&A와 협상

by 조우성변호사 2013. 3. 9.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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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사례를 통해 본 협상(4) 


Oracle의 피플소프트 인수사례


작성자 : 양광모 뉴질랜드 변호사 / 조우성 변호사


■ 사례


2005년 1월 1월 7일. 1년 7개월이 넘도록 진행되어온 Oracle과 PeopleSoft간의 인수합병이 종료됨으로써 그 동안 양사 간의 적대적 M&A를 둘러싼 모든 논란이 마감되었다. 


지금도 미국의 적대적 M&A 사례에서 많이 회자되는 Oracle과 PeopleSoft간의 M&A는 적대적 M&A를 진행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공격방어 방법이 전개되었고, 협상론적인 관점에서도 고찰해 볼 만한 여지가 많은 대표적인 사례였다. 






원래 Oracle과 PeopleSoft간의 합병 논의는 2002년 PeopleSoft의 CEO인 Craig Conway에 의해 촉발되었다. PeopleSoft가 이 합병을 생각하게 된 것은,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시장에서의 규모를 확보하기 위해 2위 업체인 People Software와 3위 업체인 Oracle이 합병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Oracle의 생각은 달랐다. Oracld은 경쟁 업체인 PeopleSoft를 시장에서 밀어내고 자신들이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기회라는 측면에서 이 M&A를 바라보았으며, PeopleSoft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파워와 엔지니어 라인업을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하에 협상에 돌입했다(어떻게 보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있는데 Oracle은 야심만만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양측은 샌프란시스코의 Lafayette Park Hotel에서 만나 합병의 필요성 및 타당성에 대해 기본적인 합의를 했고, 합병을 추진하는 것이 양사를 위해 모두 좋을 것이라는 결론까지 내렸다(하지만 핵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거론을 하지 않은채 동상이몽 수준의 회합을 마친 것이다). 


합병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협상단의 보고를 받은 PeopleSoft의 CEO인 Craig Conway는 Oracle 회장 Larry Ellison과 전화 통화를 했는데, 그 통화에서 수면 밑에 가려져 있던 입장 차이가 드러나면서 M&A의 우호적인 진행은 무산되고 말았다. 





당시 Oracle의 공동 사장이었던 Safra Catz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상황은 이랬다. 


Oracle 회장인 Larry Ellison은 PeopleSoft를 독립적인 법인으로 두기 보다는 Oracle의 우산 안으로 끌어 들이기를 원했던 반면 PeopleSoft의 CEO인 Craig Conway는 합병 후에도 PeopleSoft를 독립된 법인으로 유지하면서 자신이 경영권을 유지하기를 원했다는 점에서 큰 입장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양측의 협상 결렬은 협상 결렬 그 이상의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 서로의 감정을 건드리고 만 것이다. 이는 이후에 벌어지게 되는 적대적 인수 과정에서 양측을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위치로 만들어 버린다. 


PeopleSoft는 2003년 6월경 J D Edward를 인수 합병한다고 발표하면서 ‘규모의 성장을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이 합병은 문제점을 드러내게 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PeopleSoft가 J D Edward를 인수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증자 절차를 거쳐야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PeopleSoft의 재무적 상황이 악화될 수 있으며, 또한 추가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판단이 시장에 퍼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호시탐탐 PeopleSoft를 노리고 있던 Oracle은 2003년 6월 3일 증권 시장에서 PeopleSoft에 대한 적대적 M&A 의사가 있음을 공시했고, 인수 제시 가격은 주당 $16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공시는 Oracle이 PeopleSoft에 대한 적대적 M&A를 진행하면서 저지른 실수 중 가장 큰 실수로 평가받게 된다. 당시 PeopleSoft의 시장 주가는 주당 $15이었던바, 결국 Oracle이 제시한 인수가격은 시가에 겨우 약 6.53%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불과 했기 때문에 과연 Oracle이 PeopleSoft를 진정으로 인수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시장에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Oracle이 왜 이 같은 가격결정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 좀 더 낮은 가격에 인수를 진행하려는 협상전술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공시는 Oracle이 시장에서 PeopleSoft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도록 유도하는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PeopleSoft의 J D Edward를 인수하기 위한 증자 절차를 방해하려는 목적이었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이후 Oracle과 PeopleSoft는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법원과 미 법무부, Trade Commission등을 통해 M&A에 대한 논쟁을 벌였는데 특히 PeopleSoft가 경영권 방어와 적대적 M&A를 저지하기 위해 활용한 방법은 적대적 M&A에 대응하는 교과서적인 방안으로 평가 되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Poison Pill 발동 


포이즌 필(Poison Pill)은 1983년 주주들간의 계약을 통해 이사회가 적대적인 M&A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된 방식으로 1985년 미국 법원의 결정으로 법적인 경영권 방어 방식으로 인정받았다.(Morgan v. Household International, 500 A. 2d  1346 (Del 1985))


이는 이후 1989년 Paramount Communication v. Time 사건을 통해 구체적인 허용 범위가 인정된 경영권 사수방식으로서( 5710A 2d 1140 (Del 1989)), 일정 규모의 주식이 외부 세력에 의해 매입되려고 할 경우 이사회는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배당을 통하거나 또는 신주 발행을 통해 기존의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기존 주주들에게 주식을 배당할 수 있는 방식을 의미한다(회사의 매력도를 확 떨어뜨리는 것이다. 못먹는 감 찔러보는 컨셉). 


PeopleSoft가 취했던 방법은 '플립인 필(flip-in pill)이라는 방식으로서 Oracle이 PeopleSoft의 주식을 20% 이상 인수할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현재 시가보다 50% 가격이 인하된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Oracle이 목표하는 주식 지분 확보가 예상보다 어렵도록 한 것이다(싸게 주식을 살 수 있으면 기존 주주들도 쉽게 주식을 살 수 있으므로 Oracle의 매집이 어려워진다. 이런 식으로 Oracle의 매집을 방해하겠다는 것이다).





2. 고객 만족 서비스 발동 


PeopleSoft는 2003년 6월 9일자로 향후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마케팅 캠페인을 런칭하면서 Oracle의 인수의지를 막고자 했다.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고객 확약 프로그램 (Customer Assurance Program – CAP)인데, 그 내용은, 만일 PeopleSoft가 다른 기업에 의해 인수될 경우 인수 기업이 PeopleSoft의 프로그램 업데이트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에는 고객이 계약한 날로부터 2년 내에 구매가격의 2배를 보상해 준다는 것이었다, 고객으로는 감사할 일이지만 회사로서는 부담을 떠안는 것이다. 이는 PeopleSoft가 주력 상품으로 팔고 있던 기업 HR 관련 프로그램과 구매 프로그램의 경우 수시적인 업데이트와 고객 사후 서비스가 필수적이란 점에 착안한 것이다. Oracle의 경우 처음에는 CAP의 내용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인수 기업이 PeopleSoft의 고객들에게 배상해야 되는 금액이 증가하자 Oracle은 PeopleSoft의 CAP은 자신들의 M&A를 저지하기 위한 색다른 의미의 포이즌 필이라면서 PeopleSoft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3. 미 법무부에 대한 적극적인 로비 


PeopleSoft의 Craig Conway는 Oracle의 공시가 이루어지고 법무부에 의해 독점금지법 위반 여부 확인 절차가 들어가자 이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그는 법무부를 상대로 Oracle의 PeopleSoft 인수는 시장에서 Oracle에게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법무부가 이번 인수를 막아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미국의 Hart-Scott-Rodino Antitrust Improvement 법에 따르면 미국에서 일정 금액 이상 규모의 M&A가 일어나거나 회사의 채권이 매도- 매수 될 경우 매수자는 이와 같은 거래의 승인을 법무부(또는 Federal Trade Commission)에 요청해야 한다( HSR Introductory Guide I, FTC, March 2009, accessed March 6, 2012). 이는 해당 회사가 시장에서 가지고 있는 지위를 확인한 뒤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얻게 될지 여부를 법무부가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인데, PeopleSoft는 이 규정에 따라 Oracle이 PeopleSoft를 인수할 경우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가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PeopleSoft의 방어 전략에도 불구하고 Oracle은 지속적으로 PeopleSoft의 주식인수를 위한 매수 가격을 올려서 제시하는 한편, 미 법무부의 독점 금지법 위반 결정에 대해 법정에서 적극적인 방어에 나섬으로써 최초 제기되었던 구매 의사의 진정성 여부를 불식시켜 나갔다(무슨 소리예요? 우린 정말 PeopleSoft 주식을 인수할 거란 말입니다!!!!)


결국 PeopleSoft의 CEO인 Craig Conway는 Oracle측의 계속 되는 공세에 초조함을 가졌고 그로 인해 허위 공시를 하는 자충수를 두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고, Oracle이 법무부와의 재판에서 승소함으로써 합병의 그림이 Oracle측에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Oracle은 PeopleSoft의 포이즌 필 결정과 CAP은 Oracle의 인수를 부정한 방법으로 막기 위한 전략이라면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던바, 소송이 Oracle의 승리로 끝나기 전 Oracle과 PeopleSoft간에 주당 $26.50의 금액으로 Oracle이 PeopleSoft의 주식을 인수하기로 함으로써 약 100억 달러 규모의 합병이 결정되게 됐다.



■ 협상론적 시사점


Oracle V. PeopleSoft의 인수 합병 사례는 양사가 소모적인 논쟁 속에 휘말려 들면서 적지 않은 시간과 인력 그리고 자본을 소모하는 소모전을 벌였기에 결코 성공적인 Deal로는 평가되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이 사례를 통해 M&A 협상에 있어서 피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많은 교훈을 남겨주었다. 이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협상에 임함에 있어서 상대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목표를 정확하게 판단하라 


2002년에 있었던 Oracle측과 PeopleSoft간의 최초 우호적 인수 합병 협상에서 볼 수 있듯이 양측 모두 합병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하지만 문제는 법인을 존속시킬 것인가, 경영권을 유지시킬 것인가라는 문제와 관련해서 PeopleSoft의 Conway와 Oracle의 Ellison간의 커다란 의견차이가 제대로 조율될 여지도 없이 정면충돌하는 바람에 그 이후 모든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드리고 나아가 Deal 자체를 깨뜨리는 Deal Breaker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M&A의 결과가 가지고 오는 부정적인 효과 등을 충분히 감안해서 객관적인 비교, 검토를 통해 Deal을 깰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논의 없이 ‘내가 더 강자야!’라는 식의 생각으로 감정적인 대처를 한 것이 문제였다. 또한 이렇게 Deal이 후다닥 결렬된 뒤에도 전략적인 협력이나 양측의 차이점을 줄이기 위한 논의가 있었어야 했는데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 이는 두 번째 이슈와도 연관이 있다.





둘째, 어떤 상황에서도 대화를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Oracle과 PeopleSoft간의 각종 법정 다툼을 비롯한 서류들을 검토해 보면 Deal의 규모와 내용의 중요성에 비해 상호간에 대화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PeopleSoft 측은 Oracle이 PeopleSoft의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 하고 있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치면서 경영권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고, Oracle은 공시와 법정 소송, 그리고 보도 자료 등을 통한 자신의 입장만을 줄기차게 알렸을 뿐이다. 

기본적으로 법정 소송과 M&A Deal의 경우 상호간의 소통이 얼마나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기간과 비용이 절감된다는 것을 볼 때 양측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상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또한 이 Deal을 진행하는데 있어 양측이 적극적으로 전문가 그룹의 조언을 듣거나 조언에 따라 소통을 했다는 사실이 보이지 않는 것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 된다(PeopleSoft의 Craig Conway는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조치와 정보 공개, 의결 절차 등을 제시한 담당 변호사를 해고했다) 

양 회사 CEO의 상대방에 대한 반감이 일을 크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셋째, 인수가를 제시할 때는 상대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을 제시해야 한다. 


Oracle이 PeopleSoft에 제시한 최초 주당 인수가는 지금도 논쟁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만일 Oracle이 PeopleSoft를 인수할 의사가 진정으로 있었다면 시장에서 최소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인수 가격을 제시했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당시 시장에서 평가하던 PeopleSoft의 적정 주당 가격이 약 $19 ~ $22였는데, Oracle은 이보다 낮은 인수가격을 제시했다. 


Oracle로서는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서부터 시작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가격에 인수하려는 전략을 수립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PeopleSoft의 경영진으로 하여금 Oracle에 대한 반감을 더 키우는 결과를 낳아서 결국에는 Oracle이 시간과 비용을 훨씬 많이 들여 인수한 꼴이 되었다.





■ Tip


□ 협상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needs와 interest 파악이 먼저다. 그것이 안되어 있는 상태에서 섣불리 진행하면 서로간에 감정을 상하게 될 위험이 크다.


□ 협상시 CEO의 상대방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은 시간과 비용을 증가시키는 주범이다.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대리인(Agent)에 의한 협상진행이 때로는 협상의 진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가격을 너무 후려치는 Aim-Low 전략도 상대방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혹은 객관성을 확보한 범위 내여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모욕감을 줄 수 있고, 이는 불필요한 감정적인 대응을 촉발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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