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사례를 통해 본 협상(2)
제2화 : 워렌 버핏의 하인즈 인수 사례
작성자 : 조우성 변호사 / 최현명 미국변호사
조우성 변호사와 최현명 미국변호사는 앞으로 외국의 다양한 M&A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협상 노하우를 외국 언론과 관련자료를 통해 정리하는 연재물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
■ 사례
2013년 2월 14일, 워렌 버핏은 브라질 기업 3G Capital과 손잡고 세계 굴지의 식품회사 하인즈를 230억 달러(약 25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최대의 초대형 거래이다 (지난번 디즈니 루카스 인수는 약 4조 5천억이었음).
이번 버핏의 하인즈 인수는 식품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전망되어 많은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과연 버핏이 하인즈 케첩을 만들어 낸 굴지의 식품회사 하인즈를 성공적으로 인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 협상 타결의 노하우
여러 외신을 통해 살펴 본 이번 협상의 노하우는 대략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① 기본에 충실할 것: 철저한 사전 조사
② 확실해지기 전까지 철저한 기밀유지
③ 거부할 수 없는 제안
아래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1. 기본에 충실할 것 : 철저한 사전조사
82세의 버핏 씨는 하인즈를 잠재적인 인수 대상자로 마음에 두고 수년 동안 하인즈를 연구해 왔는데, 그가 모은 하인즈 회사에 관한 자료는 1980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고 한다.
또한 수년 동안 다양한 사람들, 예를 들어 이전 하인즈 회사 CEO인 Anthony O’Reilly 등으로부터 이 유명한 케첩 회사인 하인즈에 대한 여러 내부 이야기들을 꾸준히 들어왔다.
협상을 할 때 상대방에 대한 정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협상가들은 상대방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도 있지만, 상대방과의 거래처, 상대방회사의 전직 임직원, 상대방회사의 계열사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그 회사에 대한 정보를 취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정보들이 잘 취합되고 정리되면 협상 제안을 만들 때 유용한 가이드라인이 되어 준다.
버핏씨는 기본에 충실했다.
2. 확실해지기 전까지 철저한 기밀유지
하인즈 회사에 대한 버핏 씨의 조사는 매우 광범위하고 철저했음에도 불구하고, 버핏 씨는 그가 하인즈 회사에 관심있다는 사실을 여전히 외부사람들한테 조금도 내비치지 않았으며, 하인즈 회사 본부가 있는 피츠버그를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또한 이 인수 건에 대해서 처음으로 움직인 사람은 브라질 사람, 3G Capital의 레만 씨였다. 질레트 이사회에서 같이 활동한 적 있는 레만과 버핏은 십수년 동안 친구로 지내왔으며, 작년 12월 한 모임에서 레만 씨는 하인즈 인수 건을 버핏과 논의하였고, 버핏의 지지를 얻어냈다.
인수와 관련된 모든 사항들의 기밀 유지를 위하여 3G와 관련자들은 일이 진행되는 동안 하인즈 본사가 있는 피츠버그를 방문하지 않았으며, 대신에 전화와 영상 대화를 통하여 협상을 진행시켰다.
이 협상에서 하인즈 관련자들은 그들의 회사를 피츠버그 하키 팀의 이름을 따 ‘펭귄’으로 code화 했으나, 버핏과 레만 측 관련자들은 그 별칭이 기억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하인즈 회사를 펭귄 대신 다른 조류인 ‘매’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인수 관련 협상을 진행하면서 의도적으로 시장에서 주가를 띄우는 등의 목적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여야 한다. 보안을 유지하지 않을 경우 예상치 못한 외생변수로 인해 협상 과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물론 실사 과정 등을 위해서 대규모 인원이 동원될 때는 어느 정도의 시장에서의 루머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 직전 단계까지는 철저한 보안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수주체는 피인수기업(본건에서의 하인즈)에게 비밀유지의무를 준수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여야 한다.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3. 거부할 수 없는 제안
협상과정에서 대안(BATNA)을 갖는 측은 더 강한 협상력을 갖게 된다.
M&A 계약서에는 소위 "go-shop" 조항이라는 것이 있다. 아주 흔한 조항이다.
쉽게 말해서 인수제안자가 제시한 조건에 대해 협의를 한 이후 인수제안자와 인수대상회사가 그 거래 결과를 발표한 이후 일정기간 동안 인수대상회사는 더 높은 인수가격을 제안하는 자를 물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이다.(좀 더 높은 가격에 나를 사 갈 사람 없수?)
그러나 버핏 씨는 일단 그가 인수 대상자를 정하고 가격을 정하면, 그 인수 대상자들은 거의 협상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즉 go shop 조항을 포기한다). 예를 들어 버핏의 회사 버크셔 헤더웨이의 큰 인수 건인 Burlington Northern, Lubrizoil, 그리고 Wrigley’s의 경우를 살펴보면, 그 기업들은 버핏이 등장하는 순간 다른 협상 대상자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이번 하인즈 인수 계약 역시 “go-shop” 조항이 없었다. 하인즈는 오로지 버핏과 3G Capital과만 협상을 진행했고 협상 후에는 바로 계약을 확정지었다.
물론 이는 버핏 씨가 여러가지 제반 여건(그 동안 취득한 정보에 근거)을 감안하여 상대방이 거부하기 힘든 조건을 내걸고, go shop 조항의 폐기를 은근히 요구하였으며, 상대방 역시 괜히 go shop 조항을 주장하다가 좋은 조건을 날려버릴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을 주어 상대방의 BATNA를 스스로 제한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수 거래가 발표된 후 인터뷰에서 하인즈의 CEO 윌리엄 존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제안을 듣는 순간, 나는 그 제안을 우리 이사회가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느꼈다.”
이렇게 하여 워렌 버핏과 3G Capital은 하인즈 케첩을 만든 144년 전통의 하인즈를 성공적으로 인수하였다.
■ Tip
□ 협상 상대방에 대한 정보 획득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 정보들이 모였을 때 멋진 제안, 상대방이 거부하기 힘든 제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 협상 진행 중에는 엄격한 비밀유지를 지켜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밀유지는 협상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
□ 제안을 할 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회심의 일격을 날려야 하며, 상대방이 제2, 제3의 후보자를 물색하지 않도록 압박할 수 있도록 하라. 그러기 위해서는 그 제안은 상대방의 interest를 감안한 매력적인 내용이어야만 할 것이다. 섣불리 거부했다가는 오히려 후회막급으로 만들 수 있는...
■ References
http://www.cnbc.com/id/100486746
http://dealbook.nytimes.com/2013/02/14/berkshire-and-3g-capital-to-buy-heinz-for-23-billion/
http://dealbook.nytimes.com/2013/02/15/warren-buffetts-kind-of-deal/
M&A 사례를 통해 본 협상(5) : AOL과 Time Warner의 합병 (0) | 2013.03.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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