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 변호사의 협상력 증강공식 ISG : Interest - 타인의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

 

어떤 신사가 뉴욕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지하철 안에서 아주 시끄럽게 구는 아이들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의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는 아이들을 전혀 제지하지도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눈을 감고만 있었다.





 

평소 공중도덕이 중요하다고 아이들에게 엄하게 가르치던 신사로서는 더 이상 그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는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그 아이들의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보시오, 아이들을 좀 어떻게 해 보시는 게 좋지 않겠소? 너무하지 않소이까?"

 

 


그제서야 남자는 숙였던 고개를 들고 신사를 쳐다보았다. 그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 말이 맞군요. 정말 미안합니다."


남자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저는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한 시간 전에 저 아이들의 엄마가 수술실에서 사망했거든요. 그래서... 그래서..."



그 말을 듣고 나자, 신사는 그 상황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그 남자는 교양 없는 무책임한 아버지가 아니라 가혹한 운명에 처해 있는 불쌍한 영혼의 소유자로 보였고, 그 철부지 아이들은 앞으로 엄마 없이 살아가야 할 가련한 천사들로 보인 것이다.

 

이 사건은 그 신사로 하여금 절대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쉽게 판단하지 말자는 교훈을 주었고, 그 이후 자신의 인생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신사가 바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인 스티븐 코비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현상'에 매몰되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거나, 큰 실수를 할 수 있다. 쉽게 속단하지 말고 그 사람의 내면의 상황과 욕구를 파악할 수 있는 지혜와 인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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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 변호사의 협상력 증강공식 ISG : Interest - 물수건을 누구에게 팔 것인가?

 

김씨가 사는 마을의 산 꼭대기에는 탄광이 있는데, 저녁 쯤이면 항상 광부들이 얼굴에 숯검댕이가 묻은 상태로 산을 내려온다. 그래서 김씨는 그들을 상대로 얼굴을 깨끗하게 닦을 수 있는 물수건을 팔기로 했다.

 

 

 

 

어느 날 두 사람의 젊은 광부가 일을 마치고 내려온다.

김씨는 얼른 물수건을 들고 두 사람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려고 한다.

 

이렇게 얼굴이 더러워서야 어디 마을에 내려가면 아가씨들이 좋아하겠어요? 얼른 이걸로 닦고 내려가세요.”

 

그런데 두 사람 중 한 사람(A)은 얼굴이 깨끗한 편이고, 다른 한사람(B)은 숯검댕이 많이 묻어 있다. 이 경우 김씨는 누구에게 이 물수건을 건네야 물수건이 팔릴 확률이 높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B에게 팔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마케팅 전문가들은 일단 A에게 물수건을 먼저 들이미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왜냐하면 AB의 얼굴을 바라볼 것이고, BA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얼굴이 어떤지를 가늠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 B에게 물수건을 건네는 것은 판매자의 시선에서 접근한 것이라면, A에게 물수건을 건네는 것은 소비자의 시선을 존중하는 접근이다.

 

 

김씨가 A에게 물수건을 건네자 AB의 더러운 얼굴을 힐끔 보면서 자신의 얼굴도 저렇게 더러우면 어떻게 하나 하고 고민하는 사이에 김씨는 물수건을 B에게도 건네면서 자연스럽게 거울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마케팅 책에 자주 나오는 이 이야기는, 협상론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는 역시 상대방의 관점에서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함을 가르쳐주는 좋은 사례이다.

 

 

조우성 변호사의 협상력 증강공식 ISG : Interest 편 - 대표이사의 가르침

 

 

어떤 세미나가 끝나자 대표이사가 같이 갔던 두 명의 직원에게 묻는다. 조금 전의 강사나 강의내용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러자 김대리는 약간 시니컬한 표정으로 뻔한 내용을 뭐 저리 거창하게 풀어내는지. 실망스러운데요. 라면서 다소 잘난 체를 했다.

 

대표이사는 싱긋이 웃으며 박대리에게 눈길을 줬다.

 

그런데 박대리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전에 먼저 대표이사에게 질문을 했다. 어떻게 느끼셨나고.

 

그러자 대표이사는 이렇게 말한다.

 

저 분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은사님이시지.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장본인이시고. 한달에 한번씩 꼭 가서 가르침을 받는다네.”

 

 

순간, 앞서 강의 내용이 뻔하다고 답했던 김대리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사실은 저도 강의 내용 중에서 일부는 동감을 했고... ...”라고 변명했지만 이이 때는 늦었다.

 

그러자 대표이사가 이렇게 말했다.

 

사실은 저 분,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일세. 김대리 자네가 당황한 것은 중요한 상대방의 생각을 알지 못하고 말했기 때문이겠지. 박대리는 현명하게도 중요한 상대방의 의중을 넌지시 떠봤기 때문에 실수를 면할 수 있었던 것이고. 난 그것을 가르쳐주고 싶었다네.”

 

 

 

이 사례 역시 중요한 상대방과의 대화에서는 항상 상대방의 interest를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인용문

 

아메리카 온라인(America Online, AOL)의 데이비드 콜번(David M. Colburn)과 뮤질불러바드(Music Boulevard) 중역들 간의 협상은 아주 조용히 시작되었다.

콜번은 동료인 마이어 벌로우(Myer Berlow)가 제안서를 검토하는 동안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고 앉아 있었다. 그들은 이미 협의를 마친 상태로, 뮤직 불러바드는 3년간의 광고대가로 AOL8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되어 있었다.


 





바로 이때 이미 연방증권위원회에 등록되어 있는 뮤직불러바드의 상장계획이 실현되면 AOL을 통한 광고가치는 800만 달러를 상회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뮤직 불러바드가 수백만 달러의 이익을 챙기게 된다는 생각이 벌로우에게 퍼뜩 떠올랐다.

 

그는 가격이 기재된 페이지는 조용히 찢어버리고, 800만 달러 대신에 1,600만 달러라고 써넣으라고 요구했다. 뮤직 불러바드의 임원들은 당황했다.

 

그 날 회의는 이전에 구두로 합의된 내용을 확인하고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요식행위였기 때문이다, 콜번은 상황을 되돌려보려고 했지만, 벌로우는 1,600만 달러를 계속 고집했다. 벌로우는 콜번에게 화장실에 같이 가자고 했다.

 

화장실에서 벌로우는 입장변화 이유를 설명하고, “네가 거래를 망치고 있어. 만약 1,600만 달러보다 적은 금액에 계약이 성사되면 네가 변상해!”라고 콜번을 비난했다. 이 말에 화가 난 콜번은 너 죽인다!”고 소리치면서 벌로우에게 달려 들었다. 얻어맞아 부은 자신의 얼굴을 상대가 볼 것을 생각하니 벌로우는 웃음이 터지려고 했다.

 




그들은 다시 회의장에 들어갔으며, 결국 벌로우의 수정요구보다도 200만 달러가 높은 1,80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워싱턴포스트, 2003. 6. 15.)

 

Comment

 

약간 변형된 굿가이 뱃가이전술이군요. 상황에 따라서 이런 식의 Fake가 의외로 먹히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더욱이 뱃가이 역할을 맡은 사람이 다소 비합리적으로 우기더라도, 굿가이 역할을 맡은 사람은 ... 저 친구가 정말 말이 안통해요라면서 오히려 상대방에게 어려움을 호소할 수도 있구요.

 

워싱턴포스트에 소개될 정도의 일이니 전혀 거짓말은 아닌가 봅니다.

 

조우성 변호사의 협상력 증강공식 ISG : hidden interest 파악 사례

무리한 로열티를 요구하는 라이센서에 대응하라

 

4. Hidden Interest 사례 연구 2 : 무리한 로열티를 원하는 라이센서에게

 

 

미국의 유명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오고 싶어하는 국내업체(라이센시)가 있다. 그런데 미국의 브랜드 업체는 매출액의 10%를 로열티로 원하고 있다. 라이센시 입장에서 매출액의 10%를 로열티로 지급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 적어도 6% 이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라이센시의 생각이다.

 

하지만 미국 업체는 로열티 율에 대해서 융통성을 보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 당신은 국내 업체의 협상을 맡은 변호사이다. 도저히 빈틈이 없어 보이는 미국 업체를 어떻게 설득해 보겠는가?

 

이 사안은 5년 전에 실제 경험한 사례다.

 

우선 내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미국 업체로서는 국내 업체가 라이센시로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달리 다른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조금 세게 나가봐도 괜찮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이렇게 접근했다.

 

미국업체의 입장(Position)매출액의 10%를 로열티로 달라는 것이고, 욕구(interest)로열티를 많이 챙겨서 경제적인 이익을 얻고 싶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업체의 입장욕구를 한국업체가 그대로 전부 맞춰 주기란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나는 미국업체의 숨은 욕구’(hidden interest)를 건드려 보기로 했다.

 

당시 미국업체의 그 브랜드는 한국에 처음 런칭하는 것이었다.

 

결국 미국업체 입장에서는 라이센서로서 로열티를 많이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상표가 한국에서 제대로 자리잡는 것또한 중요한 관심사일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나는 미국업체의 아시아 담당 이사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메일을 썼다.

 

"라이센시는 물론 최대한 그 브랜드의 국내 런칭에 대해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당들도 알다시피 라이센시가 신규 브랜드의 국내 런칭을 위해서는 초도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처음부터 로열티 율을 높여 놓으면 별다른 이익을 내지 못하고 초반에 상당기간 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만일 초반 적자가 심해져서 결국 이 사업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라이센시로서는 '에라 모르겠다' 싶어, 이미 만들어 놓은 물건을 싸게 처리해 버릴 위험도 있다. 이를 한국에서는 땡처리라고 한다.

 

물론 라이센서 입장에서야 (가격을 할인하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라이센스 계약을 해제하고 법대로 진행할 수 있겠지만, 라이센시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무리하게 브랜드 상품을 저가 처분할 경우, 귀사의 브랜드 명성(reputation)이 나빠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 메일에는, 국내에서 유명 브랜드가 국내 라이센시에 의해 땡처리 된 사례를 담은 사진을 첨부했고, 아울러 무역협회 자료를 통해 한국과 미국의 의류 라이센스 로열티 평균이 매출액 7% 이하라는 객관적인 자료도 동봉했다.

 

결국 로열티 몇 % 더 챙기겠다고 무리하게 밀어 붙이다가 해당 브랜드의 명성에 손상이 간다면 아시아 담당인 당신에게도 별로 좋을 것 없지 않겠느냐는 은근한 협박을 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 협상은 매출액의 7% 선에서 로열티를 확정짓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라이센서가 무리하게 로열티를 많이 받으려 한 사안에서 "해당 브랜드를 한국에서 잘 런칭하며, 그 이미지가 손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라이센서의 숨은 욕구(hidden interest)가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을 자극함으로써 의뢰인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선사할 수 있었던 모범적인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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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 변호사의 협상력 증강공식 ISG : 상대방의 interest에 집중하라

이방원의 실패한 설득

 

 

6. 사례 : 이방원의 실패한 설득

 

고려말의 충신 정몽주는 1392년 선죽교에서 이방원 일파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다. 조선 건국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 이방원(이성계의 5째 아들, 뒷날의 조선 3대 임금 태종)결단에 의해 벌어진 일이다.

 

우리는 이방원이 정몽주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하여가라는 시조를 읊었는데, 그 자리에서 정몽주는 고려 왕에 대한 충성심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단심가를 지어 응수했음을 알고 있다. 나는 그 일화를 접할 때마다 이방원이 협상론에서의 interest를 조금만 알았더라도 정몽주에 대한 설득 방법은 달랐으리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한 이후에, 새나라 건국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으르 당시, 이성계의 마음을 가장 힘들게 하는 존재가 바로 포은 정몽주였다. 이성계로서는 그냥 제거하기에는 고려의 민심이 신경쓰였고, 그대로 두기에는 위험한 인물이었다. 이 때 이성계의 아들인 이방원이 나서서 자신이 직접 정몽주를 설득해 보겠다고 한다.

 

 

아들 중 가장 총명했던 방원이었기에, 이성계는 정몽주에 대한 설득작업을 방원에게 맡겨본다.

 

 

 

당시 정몽주는 50대 중반인 반면, 이방원은 20대 중반이었다. 정몽주는 이미 부와 명예를 누릴만큼 누린 중신(重臣)이자 대유학자인 반면, 이방원은 혈기 방자한 권력자의 아들이었다. 그만큼 둘은 너무도 다른 배경을 갖고 있었다.

 

, 만약 여러분이 이방원의 참모라면 정몽주를 설득하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써야 한다고 충고했을까? 그냥 마구잡이로 해서는 도저히 설득당하지 않을 꼬장꼬장한 노 유학자를 어떻게 설득해야만 할까?

 

이방원이 정뭉주를 설득하기 위해 보냈던 시조인 하여가.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서

백년까지 누리리라."

 

이 시조를 통해 이방원은 우리 같은 편이 되어 오래 오래 부귀영화를 누려봅시다.’라는 제안을 한 것인데, 과연 이런 제안이 충절의 정신으로 똘똘 뭉친 정몽주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적어도 이방원은 정몽주에게 대의명분에 따른 제안을 했어야만 했다.

 

도탄에 빠져서 고생하고 있는 백성들을 보십시오. 현재 고려 조정의 능력으로는 백성들을 구제하기 어렵다는 것은 대감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우리 신흥세력이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집권이 아닙니다.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기 위함입니다. 대감, 제발 대감의 그 지혜를 어려운 백성들을 위해 저희들이 쓸 수 있도록 도와주시오.” 

 

하지만 이방원의 제안에는 그 어떤 대의명분도 찾아볼 수 없었다.

 

풍류를 즐기며 부귀영화를 누리자는 식의 이 제안에, 1품 문하시중을 지낸 인물이 동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권력이나 재물도 이미 누릴만큼 누린 사람에게 시정잡배 다루듯이 접근했으니 어찌 설득이 되겠는가.

 

한비자는 자신의 저서 '세난편'에서 이런 글을 남겼다.

 

"명예를 중시 여기는 사람에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설득하면 실패한다. 왜냐하면 그 설득자를 비천하고 비루한 사람으로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정몽주의 답 시조가 바로 그 유명한 단심가.

 

"이 몸이 죽고 죽어 일 백 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정몽주는 이 시조를 쓰면서 아마도 이미 죽음을 예감했으리라.

 

 

 

 

이방원은 정몽주의 단심가를 접하고, ‘도저히 말귀가 안통하는군. 제거밖에는 길이 없다라고 생각했을 수 있으나, 이는 정몽주의 욕구(interest)를 전혀 감안하지 못한 지극히 일방적인 입장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낚싯바늘에 초콜렛을 꽂은 것과 매한가지다.

 

이방원이 정몽주를 참살한 일은 이성계나 정도전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왔고, 결국 이성계와 정도전이 잔인한 성격의 방원을 제치고 막내 아들인 방석을 세자책봉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로 인해 두차례 왕자의 난이라는 골육상쟁의 비극을 초래하였다.

 

 

조우성 변호사의 협상력 증강공식 ISG : Hidden Interest(2)


4 : 협상의 고수들은 상대방의 hidden interes에 집중한다.


2. 고객들의 hidden interest에 집중하는 것, 선제적인 고객만족의 출발이다.


당신의 회사나 집에 법률적인 문제가 생겨서 상담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을 한 후 어느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하게 되었다고 가정하자.


차갑게 생긴 변호사가 회의실에서 당신을 맞는다. 당신으로부터 사건에 관한 설명을 들은 뒤 변호사는 법률적인 용어를 섞어 가면서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는데, 사실 잘 이해하기 힘들다


현재 발생한 문제는 워낙 중요한 것이라 당신으로서는 접촉 가능한 여러 변호사들을 만나서 각 변호사들의 설명을 들어본 후 가장 신뢰감이 가는 사람에게 이 사건을 맡기려고 한다. 당신이라면 변호사를 선정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시하겠는가?

 

변호사는 변호사법상 광고가 제한되어 있어 대중에 대한 광고를 대대적으로 할 수가 없기에 어떤 경로를 통했든 일단 사무실을 찾아 온 의뢰인들에게 신뢰감을 주어 그 자리에서 사건 수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수임 방법이다.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온 의뢰인은 아무리 태연한 척 가장한다 해도 속으로는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고, 이래 저래 궁금한 것도 많다.


여기서 잠깐 나만의 의뢰인 상담법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자 한다.






내가 생각하는 의뢰인 상담법의 핵심은 굳이 의뢰인이 먼저 말하지 않아도 의뢰인이 궁금해 할 것 같은, 그리고 미처 의뢰인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질문사항에 대해서 언급을 해 준다는 점이다. 협상론으로 말하자면 고객의 hidden interest를 파악해서 그에 맞는 답변을 주려는 것이다.


변호사를 찾아 온 의뢰인이 가장 궁금하게 여길 것은 a. 사건의 승소 가능성  b. 향후 일정 진행 c. 변호사 보수, 이 세가지라고 본다. 따라서 나는 이 세가지 사항에 대해 순서대로 설명을 한다.



첫째, 사건의 승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중립적이면서도 객관적인 견해를 말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가급적 전문적인 용어보다는 일반적인 생활용어로 적절히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



어떤 변호사들은 일단 사건을 수임하기 위해 무조건 낙관적인 견해를 표명해야 한다고도 하는데, 이런 식의 접근은 오히려 의뢰인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사건의 유, 불리를 설명한 다음,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보완을 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전략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대략적이긴 하지만 수치로 승소 가능성을 언급한다( : 60%). 의뢰인은 이 설명을 통해 막연한 희망이나 절망에서 벗어나 다소 객관적인 입장을 갖게 된다.



둘째, 사건이 진행될 경우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 것이며, 예상 일정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앞으로 닥칠 일의 종류, 그리고 그 경과기간(대략적이나마)을 알고 나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되고,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감을 잡는 의뢰인들이 많았다. 물론 재판 일정이야 다소 변동적일 수 있기에, 그런 변동가능성까지 감안하여 대략적인 기간을 예측해 주는데, 설령 나중에 그 기간보다 다소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문제를 삼는 의뢰인은 거의 없었다.



셋째,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변호사 보수에 관한 내용을 설명한다. 절대 부당하게 많은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키려 노력한다. 아울러 합리적인 범위에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예를 들어 1, 2, 3심 별로 사건을 의뢰할 것이 아니라 1, 2, 3심을 통째로 위임하는 방안)도 설명한다.




그리고 무조건 싸게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 변호사로서는 어느 정도 비용이 되어야 더 많은 자원(지원 변호사들)을 쓸 수 있으며, 그것은 결국 승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내가 비용에 대한 부분을 제일 마지막에 설명하는 이유가 있다


승소가능성에 대한 객관적 설명, 향후 발생할 일들에 대한 대략적인 계획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의뢰인으로부터 신뢰를 얻은 상황에서 비용에 대한 언급을 하면, 훨씬 의뢰인이 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경험상 발견했기 때문이다.


비용에 대한 문제가 있어서 그러시면 제가 싸게 할 수 있는 곳을 소개시켜 드릴까요?”라고 질문을 하면, 의뢰인들은 또 그건 싫다고 한다. 어차피 법률 문제라는 것이 자주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승, 패소의 영향이 큰 것인데, 단순히 값이 싼 곳을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본인도 잘 알기 때문이다.


굳이 의뢰인 상담 요령을 여기서 설명하는 이유는, 바로 이와 같은 상담 방법이 변호사 사무실을 찾은 의뢰인들의 hidden  interest에 대응하는 샘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신이 어떤 업종에 종사하고 있든, 당신의 사무실(매장)을 매장한 고객을 본 순간, 과연 그 고객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차마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마음 속에 갖고 있는 생각은 무엇인지를 최대한 파악한 뒤, 선제적으로 그에 관한 설명을 해 줄 수 있다면, 고객은 당신을 프로페셔널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고객의 hidden interest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마케팅이나 세일즈에서도 큰 힘을 발휘한다.






조우성 변호사의 협상력 증강공식 ISG : Hidden Interest(1)


4 : 협상의 고수들은 상대방의 hidden interes에 집중한다.


1. hidden Interest의 의미

 

소개팅 자리에 나간 김대리. 상대방은 모 증권사 홍보팀에서 근무하는 홍세리라는 여성이다. 약속된 커피전문점에서 홍세리양을 만난 순간 김대리는 가슴이 턱 막혔다.


이유는? 홍세리양은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미인이다. 옷차림도 아주 세련되고. 그 동안 여러 여성들에게 퇴짜를 맞은 경험이 있는 김대리로서는 본인이 그다지 큰 인기가 없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런데 오늘 소개팅 상대는 역대 최강이다. 그다지 화술도 뛰어나지 않은 김대리. 이미 홍세리 양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초리가 그리 곱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김대리는 서서히 심호흡을 하고 얼마 전 협상 강의 때 들은 내용을 실험해 보기로 한다. ‘좋아, 어디 한 번 부딪혀보자!’

 

앞서 우리는 협상이나 설득을 할 때 상대방의 명시적인 요구(Position)에만 얽매이지 말고 그 사람의 내면적인 욕구(Interest)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Interest 보다 더 깊은 심연에는 그 사람의 hidden interest가 있다. 이 둘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interest본인도 인지하고 있는 본인의 욕구라고 한다면, hidden interest는 본인도 쉽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막상 상대방이 그 부분을 자극해 주면그래, 맞어. 난 그런 게 필요했지혹은그래. 맞아. 내가 놓치고 있었어.’ 또는어라? 이거 괜찮은데?’라는 식으로 뒤늦게 인식하게 되는 자신의 욕구를 의미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본인도 놓치고 있던 숨은 욕구이기에 이 부분을 상대방이 찾은 후 자극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상대방의 hidden interest를 자극하는 것이야말로 협상의 고수들이라야 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이러한 hidden interest 자극 방법은 한 시대를 풍미한 획기적인 상품이나 서비스에서 많이 발견된다. 종래에는 존재하지 않던 상품이나 서비스가 고객들로부터 인기를 얻어 베스트셀러가 되는 과정에는 바로 고객들의 평소 숨은 욕구를 자극했기 때문인 것이다.



예를 들어 Apple의 아이팟이나 아이폰, 아이패드를 보자. 그런 제품이 출시되기 전까지는 우리에게 그런 제품에 대한 needs가 있는지 본인조차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막상 그 제품들이 출시된 이후에는 난 내가 원하는 음악들을 수시로 down 받아서 듣고 싶었었어. 기존의 mp3 플레이어로는 충족되지 못한 뭔가가 있었어. 아이팟은 이 문제를 해결해 줬어, ‘노트북을 휴대할 수도 있지만 너무 무겁고 부팅 시간도 오래 걸려서 불편했었어. 어차피 사이트를 검색하거나 컨텐츠를 보는 일이 대부분인데. 아이패드는 바로 그 부분에 있어 내 필요를 정확히 맞췄어.’라고 생각하면서 그 제품 없이 생활한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되었다. 결국 hidden interest는 외부의 적절한 자극에 의해 그 존재가 다시 재조명되면서, 그 이후에는 그 사람을 움직이는 중요한 동인(動因 ; 모티브)이 되는 것이다.

 

, 그럼 소개팅 자리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김대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여기서 우리는 연애의 달인이라고 하는 카사노바의 조언을 들어 볼 필요가 있다. 카사노바는 자신의 연애 비법 중 하나로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고 한다.



 “미모가 뛰어난 여성에게는 그 지성을

지적인 여성에게는 그 미모를 칭찬하라!”







카사노바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미모가 뛰어난 여성이라면 원래부터 자신의 미모에 대해 주위사람들이 칭찬하는 것을 들어왔기 때문에 미모에 대한 칭찬에 대해서는 별로 감흥이 없다. 하지만 이 여성은 혹시라도 자신이 외모만 챙기는, 허영에 빠진 여성으로 비칠까봐 상당히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스스로는 지적인 부분도 충분히 갖춘 사람으로 비치기를 원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갖고 있지 않거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서, 미모가 뛰어난 여성은 그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지적인 여성으로 보이고 싶은 숨은 욕구(hidden interest)’가 있다는 것을 카사노바는 정확하게 간파했던 것이다.


칭찬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 칭찬은 그 사람이 원래부터 잘하는 부분에 대해 주어졌을 때보다, 다소 미흡하지만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에 대해 주어졌을 때 칭찬받는 사람의 기쁨은 더 크다고 한다. 누구나 자신이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 안타까움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려는 숨은 욕구(hidden interest)가 있기 때문이다.


김대리는 홍세리 양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홍세리 양은 커피 테이블 옆에 책을 한 권 놓아둔 것이 아닌가. 홍세리양은 어디를 가든 책을 한 권씩 들고 다니는 버릇이 있다. 읽지는 않더라도 지적인 여인으로 보이고 싶은 내면의 깊은 욕구가 투영된 탓이리라.


김대리는 미인이시네요라는 상투적인 칭찬은 과감히 생략하고 바로 책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네요? 전 이 양반 책 몇 번 시도했는데 은근히 어렵더라구요.  제 주위 여성분들 중에 하루키 소설을 재미있어 하는 분은 쉽게 발견하지 못했는데, 세리씨, 대단하십니다. 독서 취향에 반했습니다.”





순간 김대리는 홍세리양의 눈이 커지고 얼굴이 환해지면서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세리양은 오늘 저녁에는 가서 그 동안 폼으로만 들고 다니던 이 책을 몇 장이라도 읽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만약 김대리가 미인이시네요라고 칭찬했더라면 홍세리양은 , 라면서 형식적인 인사만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협상의 고수라야 사용할 수 있다는 이 궁극의 hidden interest 자극법. 이 정도면 참으로 흥미롭지 않은지? 시간을 들여서도 좀 배워보고 싶지 않은지?



 

 

3강 : 상대방의 Interest에 집중한 사례연구 (1)

 

1. 사례 : 하나의 귤을 서로 갖겠다고 다투는 자매, 어떤 방법이 있을까?

 

대부분의 협상론 책에 나오는 사례이지만, 그만큼 상대방의 interest에 집중할 필요성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례라서 다소 중복되는 감이 있더라도 소개하고자 한다.

 

자매가 귤 하나를 놓고 서로 가지려고 싸운다. 곁에서 지켜보던 엄마가 가장 합리적인 타협책을 제시한다. 반씩 나눠가지라고.

 

그런데 막무가내다. 자매는 각자 기어이 완전한 한 개의 귤을 가지고 싶다고 주장한다. 자, 이런 상황에서 귤을 절반으로 잘라서 나눠 주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과연 존재하기나 할까?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단계가 하나 빠졌다. ‘왜 귤을 갖고 싶어할까?’라는 필요성에 관해서는 아직 파악이 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서 대부분 ‘그거야 물어볼 것도 없지 않소? 그야 당연히 귤을 먹으려고 그러는 것이지!’라는 대답을 할 것이다.

 

협상을 함에 있어 우리가 빠지기 쉬운 함정은 바로 ‘그거야 물어볼 것도 없이 당연한 것이잖소?’라는 ‘당연 도그마’에 빠지는 것이다. ‘귤을 갖고 싶다’는 언제나 ‘귤을 먹고 싶다’와 같은 의미일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협상가는 당연할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진정한 욕구(Interest)’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도저히 타협이 될 것 같지 않아 씩씩거리는 자매를 떼어놓은 엄마는 진지하게 물어 본다. 왜 귤이 필요하냐고.

 

그랬더니 언니는 ‘귤이 먹고 싶다’는 답을 하는데, 동생은 예상 외의 답을 한다.

 

동생은 최근 자연시간에 귤껍질을 활용한 비타민 C 추출방법에 대해서 배웠는데, 막상 귤을 보니 그 실험을 제대로 해보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완전한 하나의 귤껍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하나밖에 없는 귤 껍질을 까서 귤 알맹이는 언니에게 귤 껍질은 동생에게 건네면 된다.

 

만약 귤을 반으로 잘라서 자매에게 나눠주면 자매는 둘 다 불만스러워 할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의 진정한 욕구를 파악하고 나니 자매 둘 다에게 만족스런 결과가 도출되었다.

 

혹시 이런 사례는 지극히 예외적인 것이라 생각하는지? 의외로 그렇지 않다.

 

 

모든 사람의 지문(指紋)이 다 다르듯이 사람들의 욕구도 상당히 다양하다. ‘당연히 그렇지 뭐’라는 당연 도그마는 훌륭한 협상가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버려야 할 나쁜 습관이다.

 

 

2. 사례 2 : 갑자기 연봉인상을 강력히 요구하는 핵심프로그래머를 어떻게 설득하나?

 

촉한(蜀漢)전자의 총무이사인 관우는 최근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 촉한 전자의 핵심 프로그래머인 ‘마속’대리가 연봉협상을 앞두고 1,000만 원 정도의 연봉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마속 대리가 대단히 뛰어난 프로그래머인 것은 사실이지만, ① 다른 직원들의 연봉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하고, ② 무엇보다 회사 사정상 그렇게 큰 폭으로 연봉을 올려주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마속대리는 경쟁사인 (주)위위전자로부터 이미 스카웃 제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촉한전자로부터 받고 있는 연봉보다는 물론 인상된 금액을 제시받은 것이 분명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촉한전자의 대표이사인 유비는 관우 이사에게 ‘어떻게든 마속을 잡으라. 다만 연봉 인상폭은 최소로 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난번에 1차로 연봉협상자리에 앉았을 때 마속 대리는 상당히 강경한 입장이었다.

 

마속 대리는 당시, 자기는 1,000만 원 정도의 인상분을 적용받을 만큼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다소 당돌한 발언까지 하는 것으로 보아 협상진행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예상이 관우 이사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연봉 인상폭은 최소로 줄이되, 마속 대리를 경쟁사에는 뺏기면 안 되는 이 상황, 관우이사는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이 상황에서 관우이사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마속 대리가 연봉을 올려 달라고 하는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 좀 더 깊이 파고드는 것이다.

 

‘연봉 올려 달라는 거야 뭐 별 이유가 있겠어? 당연히 연봉 더 받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아냐?’라고 쉽게 치부할 수도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속대리가 큰 폭의 연봉인상을 요구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사실 마속 대리는 초등학교 4학년 딸아이 때문에 고민이 많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고 있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고, 몇 가지 해결방안을 모색했으나 쉽지 않아 일단은 전학을 가야겠다는 결정을 내린 상태다.

 

그런데 전학 갈 동네는 집값이 지금 사는 곳보다 더 비쌌기에 상당한 연봉의 인상을 이끌어내든지 아니면 전직(轉職)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관우이사는 마속과 속 깊은 대화를 통해 이런 상황을 다 알게 되었다. 관우 이사는 공교롭게도 수년 전에 아이의 왕따 문제로 힘들어했던 경험이 있어서 마속의 마음이 얼마나 괴로울지 공감이 갔다.

그래서 이런 대안을 제시했다.

 

① 주택 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회사에서 주거래 은행을 통해 장기 저리 대출을 알선해 주겠다. 더욱이 회사가 연대보증까지 서준다면 조건이 더 좋아질 것이다.

 

② 다만 회사가 아무 이유 없이 마속 대리의 대출금에 대해서만 연대보증을 서 준다면 문제가 될 수 있고, 나아가 다른 직원들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으니, 마속의 퇴직금에 대해서는 회사에게 담보권을 설정해 달라. 그러면 회사는 일정한 담보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므로 정당성이 확보된다.

 

③ 아울러 관우 이사의 친구 중에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는 의사가 있는데, 마속의 아이가 그 곳에서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으면서 마음을 위로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사실 마속 대리 입장에서도 연봉을 1,000만 원 더 받는다고 해서 주택자금이 완전하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더욱이 새로운 직장에 가서 과연 동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적잖이 걱정되는 바가 있었다. 그래도 당장 돈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 연봉인상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인데, 이렇게 회사에서 장기 저리의 대출을 알선해 준다면 경제적인 부담은 훨씬 줄어 들게 될 것이며, 나아가 심리상담까지 알선해 준다고 하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관우이사는 자신의 딸이 어떻게 왕따 과정을 극복했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면서, 마속의 아이와 자신의 딸을 한 번씩 만나게 하자고까지 제안을 했다. 마속은 목에 걸려 있던 그 무언가가 쑤욱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대신 연봉은 300만 원 인상 선에서 서로 기분좋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만약 관우이사가 ‘지금 우리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좀 양보해달라’는 식으로만 설득하려 했다면 아마도 마속은 경쟁사로 이직했을 것이다. 하지만 관우이사는 현명하게도 마속의 정확한 욕구를 파악하려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

 

 

 

 

 

2 : Position Interest를 구별하라 - 3편

 

1편은 여기에 : http://jowoosung.tistory.com/822

2편은 여기에 : http://jowoosung.tistory.com/823


5. 견하지 말고 관하라


검도의 고수에게 들은 이야기 하나.


검도는 서로 목검을 맞대고 있다가 이를 떼는 순간 상대의 허점을 발견해서 신체의 일부를 가격해야 하기 때문에, 목검이 떨어질 때 상대방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지를 예측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예상 움직임 방향을 예측함에 있어 고수와 하수의 접근법이 서로 다르단다


하수는 상대방의 발을 예의주시하고 그 발의 떨림에서 다음 동작 방향을 예측하려 한다고 한다. 하지만 고수는 상대방의 발이 아닌 몸 전체의 미묘한 움직임과 떨림을 모두 간파한 다음 상대방의 다음 동작 방향을 예측한다고 한다. 물론 고수의 예측이 훨씬 정확하다.


그래서 검도 사범은 수련생들에게, 상대방의 발만 볼 것이 아니라 상대방 몸 전체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라는 의미에서 하지 말고 하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본다라는 뜻을 가진 비슷한 단어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의미가 다르다고 한다. 은 외부적인 모습을 힐끗 본다는 의미가 있다면, 은 찬찬히 지켜본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이를 협상론 관점에서 본다면, 은 외부적으로 드러난 상대방의 입장(Position)에 주목하는 것이라면 은 상대방의 내면의 욕구(interest)까지 살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상대방과 대립되는 입장에 놓여 있을 때, 그래서 앞으로 치열한 협상을 진행해야 

할 때 우리는 상대방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그의 진정한 욕구(interest)가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질문해야만 한다.

 

6. 1인칭 시점 vs 3인칭 시점


과연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interest를 잘 파악할 수 있을까? 물론 다양한 질문을 던져본다든지 주위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얻어내는 등의 구체적인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나는 이에 대해서 ‘1인칭 시점에서 벗어나 3인칭 시점으로 바라보는 노력을 하라라고 강조한다.


영화 촬영 장면을 떠올려보자.



당신은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소위 잘 나가는영화배우다. 잘 나가는 만큼이나 오늘 스케쥴도 만만치 않다. 영화촬영을 오후 1시까지는 마쳐야 그 다음 스케쥴인 CF 촬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엔 TV 연예프로 인터뷰가 잡혀 있다


그런데 촬영 현장 진행이 생각보다 더디다. 짜증이 막 치민다


도대체 감독은 왜 이렇게 스탭들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지. 그리고 조연배우도 정말 못마땅하다. 같이 나오는 장면에서 계속 조연배우가 NG를 내는 통에 촬영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래 저래 짜증이 치민다.



그럼 이제는 관점을 바꿔서 당신은 영화 감독이다. 감독의 심정은 이러지 않을까?




주연배우의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구나. 안 그래도 오늘 오후에 중요한 CF 촬영이 있다고 했는데. 시간을 맞춰줘야 할 텐데 걱정이다. 조연배우 저 친구 오늘 왜 저러지? 아무래도 많이 긴장한 듯 하다. 조감독에게 좀 다독이라고 시켜야겠다.  


그리고 오늘 스턴트 장면에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데. 지난 번처럼 또 사고가 발생하면 곤란해. 더구나 오늘 스턴트맨들 중에는 초보자들도 있다고 하는데. 나중에 스턴트 장면 시작하기 전에 가서 격려 좀 해줘야겠다


그나 저나 오늘 날이 더워서 조명팀들 땀을 무지 많이 흘리고 있구나. 나중에 따로 목욕비라도 챙겨줘야겠어. 


제작사 측에서 나온 김이사님, 촬영 일정이 길어지는 것 같아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구나. 충분히 예정된 촬영일정 맞출 수 있다고 설명드려야겠다.’





자기 스케쥴에만 신경을 쓰는 주연배우와는 달리 감독은 결코 자신만의 입장에 매몰되어 있을 수가 없다. 영화촬영에 관여하는 모든 이들(제작사, 주연, 조연, 스텝, 스턴트맨)의 입장을 생각해 보고 이들의 애로점을 파악하면서 조율해 나가야 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따라서 감독은 자신의 현재 위치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설치된 카메라로 내려다보듯  자신의 주위를 내려다볼 줄 알아야 한다.


1인칭 시점이 아니라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상황을 파악하는 view를 가져야만 한다.


1인칭 시점에 매몰되어 있으면 그 결과 편협한 사고를 하게 되고 그로 인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법률상담을 하면서 자주 경험하곤 한다.


A라는 분이 동업자 B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고 싶다면서 법률상담을 요청했다. 그런데 막상 상담을 진행하다 보니 A의 설명만으로도 A가 좀 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B의 입장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사장님, 그런데 말이죠,  B입장에서는 다른 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을 꺼내자, A는 정색을 하면서 난 그 사람 입장 같은 거 관심 없구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중립적인 내가 보더라도 B는 충분히 항변할 수 있는 사정이 있어 보이지만 정작 A그건 내가 알 바 아니다!’라고 말하는 상황, A는 철저히 1인칭 시점에 매몰되어 있는 것이다.


동업계약서검토를 부탁하러 오는 의뢰인들이 있다. 그들은 동업계약서조항을 꼼꼼히 살펴서 자신에게 불리한 점이 없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런데 나는 그럴 때마다 이렇게 이야기한다.


계약서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동업을 하려는 상대방입니다. 과연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파악해야 합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능력 있고 돈이 있는지 못지 않게, 과연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인가, 일이 생기면 항상 남에게 불평을 하는 사람은 아닌가, 이런 부분들이 훨씬 중요합니다.”



카메라를 높이 올려서 나와 상대방을 모두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서 3인칭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협상력 증강공식의 한 요소인 Interest를 실행하는 가장 중요한 행동방식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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