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내공컬럼] 견딜 수 있는 무게
바다는 유리 조각을 부드럽게 만든다. 날카로운 모서리를 밤새 갈아내고, 아침이면 또 갈아낸다.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가는 동안 유리는 그 자리에 있다. 견디는 것이다. 날카로움이 무뎌지고, 모가 나던 것이 둥글어질 때까지 파도는 쉬지 않는다. 바다는 잔인하지 않다. 단지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攻人之惡,毋太嚴。要思其堪受." 채근담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남이 잘못한 것을 다스릴 때에도 너무 엄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그것을 받아서 견뎌낼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바다가 유리를 다듬듯, 사람은 사람을 다듬는다. 너무 거세게 다듬으면 깨진다. 너무 느슨하게 다듬으면 변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잘못을 바로잡을 때 정의를 말한다. 옳고 그름의 경계를 명확히 하려 한다. 그러나 정의는 때로 냉혹하다. 사람의 마음은 유리처럼 단단하지 않다. 쉽게 금이 가고, 한번 깨지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정의는 필요하다. 그러나 정의만으로는 부족하다. 견딜 수 있는 무게를 재는 저울이 필요하다.
자전거를 처음 타는 아이는 넘어진다. 넘어지지 않고 배울 수 있다면 좋겠으나, 그런 일은 없다. 균형을 잡는 법은 균형을 잃어봐야 안다. 사람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잘못을 저지르고, 그것을 바로잡으며 사람은 자란다. 너무 빨리 자라라 하면 부러진다. 너무 늦게 자라라 하면 시들어버린다.
물을 담는 그릇에는 한계가 있다. 넘치면 물은 흘러내린다. 사람의 마음도 그러하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려 하면 마음은 넘쳐버린다. 조금씩, 견딜 수 있을 만큼만 변화해야 한다. 겨울 땅이 봄을 맞을 때도 한순간에 모든 눈이 녹지 않는다. 천천히, 조금씩, 견딜 수 있을 만큼만 녹는다.
사람마다 계절이 다르다. 어떤 이는 한겨울을 지나고, 어떤 이는 한여름을 산다. 같은 말이라도 겨울에 듣는 것과 여름에 듣는 것은 다르다. 같은 충고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는 다르다. 타인의 계절을 읽는 것, 그것이 먼저다.
파도는 유리를 한 번에 부드럽게 만들지 않는다. 매일 조금씩, 인내하며 다듬는다. 사람도 그래야 한다. 타인의 잘못을 바로잡을 때, 견딜 수 있는 무게만큼만 말해야 한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말이 될 때도 있다. 기다림이 때로는 가장 단단한 가르침이 된다.
파스칼은 말했다. "서두르지 말고 기다림을 배우라. 모든 것은 때가 되면 스스로 익어간다." 바다는 알고 있다. 유리가 부드러워지는 데 얼마나 많은 파도가 필요한지. 사람도 알아야 한다. 마음이 변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견딜 수 있는 무게를 헤아리는 것, 그것이 사람을 대하는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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