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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특권의 장막, 시대를 관통하는 불평등의 진실

조우성2 2025. 5. 13. 15:03

[보이지 않는 특권의 장막, 시대를 관통하는 불평등의 진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새겨진 "천금지자불사어시(千金之子不死於市)" - "부잣집 자식은 저잣거리에서 죽지 않는다." 이 간결한 문장은 2천 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 오늘의 우리에게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고대 중국의 저잣거리는 형벌이 집행되는 곳이자, 일반 백성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곳이었다. 부유한 자의 자녀들은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다. 그들의 부와 권력은 보이지 않는 방패가 되어 위험으로부터 그들을 지켰다. 이 냉혹한 관찰은 과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현대의 '시장'은 더 이상 형벌이 집행되는 곳이 아니다. 그러나 불평등의 본질은 형태만 바꾸었을 뿐, 그 작동 원리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오늘날 '천금지자'들은 최고의 교육을 받고, 더 나은 의료 서비스에 접근하며, 법의 그늘에서도 상대적 자유를 누린다.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부유한 자의 자녀는 가난한 이의 자녀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들이 이를 증명한다. 통계는 냉정하게 말한다. 같은 법 아래서도 모든 이가 동등하게 취급받지 않는다는 현실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 특권은 단순히 경제적 자원의 차이만이 아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사회적 안전망이며, 기회의 통로이고, 실패에 대한 관용이다. 가난한 학생이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을 때, 부유한 학생은 '값진 경험'을 얻는다. 이는 단순한 불공정을 넘어 존재의 근본적 조건이 다르다는 뜻이다. 한쪽은 벼랑 끝에서 살아가고, 다른 쪽은 안전망을 갖춘 넓은 들판에서 달리는 것과 같다.

사마천이 본 세계와 오늘날의 세계 사이에는 놀라운 연속성이 있다. 다만 오늘날의 '시장'은 더 교묘하게 작동한다. 공식적으로는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출발선부터 다르다. 특권은 더 이상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은 "노력의 결과"라는 미명 아래, "능력주의"라는 현대적 신화 속에 교묘하게 숨어있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만큼 더 강력해졌다. 드러나지 않는 것은 도전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마천의 통찰은 단순한 비관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인식이며, 변화의 첫걸음이다. 모든 사회는 불평등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특권을 인정하는 것이 특권을 해체하는 첫 단계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들 때, 우리는 비로소 그것에 도전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천금지자불사어시"는 단순한 경제적 불평등을 넘어 기회의 불평등, 정의의 불평등, 인정의 불평등을 포괄한다. 저소득층 지역의 아이들이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 넘어야 할 장벽, 사회적 연결망이 없는 청년들이 취업 시장에서 마주하는 유리천장, 그리고 경제적 자원이 부족한 이들이 법정에서 겪는 불리함까지. 이 모든 것이 현대판 '시장'에서의 불평등한 운명이다.

특권은 그것을 가진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물속에 사는 물고기가 물을 인식하지 못하듯, 특권 속에 사는 이들은 그것이 특별한 것이 아닌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이것이 바로 특권의 가장 교묘한 측면이다. 불평등을 영속시키는 가장 강력한 기제는 그것을 자연스러운 것, 불가피한 것, 심지어는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인식의 왜곡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인식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가? 먼저,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는 일이다. 우리 모두는 어떤 영역에서는 특권을 가지고, 다른 영역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자신의 특권을 인식하는 것은 타인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의 출발점이다. 둘째, 제도적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개인의 선의만으로는 구조적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다. 보다 공정한 사회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필요하다.

사마천이 2천 년 전에 남긴 이 짧은 문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을 제공한다. 시대는 변했지만, 인간 사회의 근본적인 역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를 인식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특권이 운명이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 세대의 과제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순간, 당신은 더 이상 같은 세상에 살지 않는다." 진정한 변화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용기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