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

B는 사회에서 알게 된 후배로서 치과 원장임.

임플란트와 교정을 같이 하고 있는데, A(25세, 여)라는 환자 때문에 문제가 발생.

A라는 환자는 자신의 교정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1년전부터 계속 다양한 요구를 해왔고, B는 객관적으로 보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A와의 마찰이 싫어서 일단 지속적인 보완치료를 해 주었음.

그런데 A의 요구가 점점 더 심해지더니 최근에는 모 커뮤니티에 B의 병원을 거론하면서 ‘교정을 엉망으로 한다’는 취지의 글을 계속 올리고, 병원에 내원했을 때 환자들에게도 ‘이 병원이 문제가 많다’는 말을 흘림으로써, reputation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임.

B는 이 환자를 상대로 법적인 조치(형사고소)를 취해야 한다는 주위의 권유를 여러 번 받았지만, 그래도 환자를 상대로 법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서 계속 미뤄온 상황에서, 결국에는 법적 조치를 의뢰해 온 건임.

나 역시 20대 여성을 상대로 한 법적 조치가 좀 께름찍해서 주역점을 쳐보기로 함.


<득괘>

주역점을 쳐보니, 중풍손(손위풍) 괘가 나왔고, 동효는 1, 3효였다.

손위풍.jpg

<풀이>

(1)

중풍손괘는 주역의 57번째 괘로서 바람(風) 두 개가 겹쳐 있는 형국이다. 바람은 부드러우나 자칫하면 무원칙성에 빠질 위험이 있어서 우유부단 해지는 것을 경계하라는 괘라고 한다.

(2)

1효 효사 : 확고한 신념이 없고 진퇴가 분명치 않아서는 안된다. 죽어도 변하지 않는 무인(武人)의 절조를 배워야 한다.

3효 효사 : 겸손함도 그 도가 지나치면 비굴하게 된다. 마음에 진실이 없으니 비난을 받아 곤경에 빠지리라.

<대응>

이 상황에서 ‘우유부단함’을 경계하라는 괘가 나온 것에 무릎을 칠 수밖에.

결국 그 동안 너무 우유부단하게 대처해 온 것이 화(禍)를 키운 것으로 볼 수 있으니, 이번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권유.

다만 바로 형사고소를 하는 것은, 서로에게 부담될 수 있으니 

1) 일단은 변호사 명의의 강력한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내서, 병원에 대한 허위비방을 중지할 것과, 만일 그렇지 않으면 즉각적인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지적해보고, 

2) 그래도 말을 안들으면 고소하자고 조언. 

의뢰인도 그렇게 하겠다고 함.

<사안>

우리 로펌의 송무팀장이 상담의뢰 온 건이라면서 판결문을 건네 준다.

1심에서 패소하고 2심을 우리 사무실에 맡기려 한다는 것이다.

동업관계가 해소되면서 상당히 치열하게 싸운 사건이고 7억 원을 청구했는데, 모두 기각된 사안이었다.

사안 자체는 해볼만 하다고 생각을 하고는 의뢰인과 전화통화를 했다.

그런데 전화통화 내내 의뢰인은 ‘자신은 정당한데, 판사가 잘못 판단해서 졌다. 자신이 작은 법률사무소를 썼는데, 상대방은 큰 로펌을 써서 자신이 진 것 같다. 그래서 2심에는 태평양과 같은 큰 곳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서 계속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파워에 밀려서 졌다’고 하소연하는 의뢰인들과 일하게 될 경우 상당히 어려움이 많았던 기억이 있어서, 과연 이 사건을 내가 맡는 것이 옳을지 무심한 마음으로 주역점을 쳐보았다.

<득괘>

주역점을 쳐보니, 풍지관괘가 나왔고, 동효는 1, 3효였다.

풍지관.jpg 

<풀이>

(1)

풍지관 괘는 주역의 20번째 괘로서, 심사숙고해서 현상을 관찰하라는 괘다.

(2)

1효 효사 : '동관(童觀)', 즉  어린아이처럼 유치하게 관찰한다. 소인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별 허물이 없지만 군자에게 있어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3효 효사 : 내 생애를 먼저 관찰하여 나아가고 물러갈 것이니라. 그러면 허물이 없다.

<대응>

  ‘동관’이라는 효사가 나오자 무릎을 쳤다. 자신이 대응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변호사가 상대방 변호사보다 파워가 약해서 정치적으로 밀렸다고 주장하는 의뢰인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떼를 쓰는 어린아이 같아 보이기도 하다.

전화에서 느껴지는 막무가내가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한 부분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다.

 결국 3효 효사처럼, 잘 관찰하고 신중하게 수임 여부를 결정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수임을 하지 않는 쪽으로 거의 결정을 내렸다.

 


<생활속 주역 이야기>


요즘 주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사소한 일들을 중심으로 득괘(괘를 얻음)를 하고 풀이해 보고 있습니다. 그 중 공유할 만한 것들 몇 개 올려봅니다.


사례 1 : 짜증나게 하는 미국 회사와의 협상을 깨버려야 하나?


(전제상황) 

의뢰인 A사는 미국에서 B사와 모종의 계약을 진행 중이다. NDA까지 맺은 상황에서 A사 임원이 미국에 출장을 갔는데, B사가 자꾸 사소한 트집을 잡으며 A사에게 협조를 하지 않는 상황이다.


A사 사장님은 열받으셔서 당장 협상을 중단하고 싶어한다면서, 향후 대응방안을 물어 오셨다. termination letter를 당장 쓰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조용히 마음을 가라 앉히고 내 방에 들어가서 득괘를 해보았다.


(주역 괘)


득괘를 해보니 주역의 제13번째 괘인 “천화동인”괘가 나왔고, 동효는 5효였다.


(괘사와 효사)


천화동인 괘사 : 들판에서 사람들과 하나가 되니, 형통한다. 큰 강을 건너는 것이 이로우며 군자가 곧음을 지키는 것이 이롭다.


5효 효사 : 마음이 하나가 되어, 먼저 울부짖다가도 나중에 웃으니, 대군이 싸움에 이겨 서로 만난다.


(풀이)


미국이라는 들판에서, 지금 어려운 합의를 보고 있는 과정을 절묘하게 맞춘 듯.

옛날 중국에서 “큰 강을 건넌다”는 것은 “새로운 일을 도모한다”는 의미. 그래서 “큰 강을 건너라, 건너지 마라” 등의 설명이 나오는데, 이 경우는 “큰 강을 건너라”고 나왔으니, 이는 일을 계속 진행해 보라는 의미로 해석.


단, 들판에서 새로운 사람과 하나가 되려고 하니, ‘울부짖는 등’ 어려운 형상이 예상. 

5효에 대한 왕필의 해석은 “이질적 요소들을 조화롭게 수용하지 못하고 좁고 사적인 정에만 얽메여 대상을 갈구하기 때문에 잠시 어려움은 있다”라는 것임.


결론적으로는 다소 힘이 들고 열은 받겠지만, 들판에서 하나가 되는 과정이니 군자로서 큰 마음을 갖고 좀 더 크게 대하라는 평가. 일은 잘 처리 될 것이라는 예상.


(조언)


“사장님, 지금 당장 termination 하시려 하지 말고, 좀 더 상황을 지켜보시죠. 

미국 회사니만치 좀 까탈스러운 것은 있을 겁니다. 미국 출장 간 직원에게도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고,무엇 때문에 까탈스럽게 구는지를 잘 물어보고 큰 마음으로, 군자처럼 대하라고 하세요. 어렵게 찾은 파트너이지 않습니까?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진행해 보시고, 나중에 그 놈들이 정말 열받게 하면 그 때 가서 termination letter를 보내셔도 늦지 않습니다.”



사례 2 : 핵심 직원인데 그래도 열 받게 하니 확 짤라버려야 하나?



(전제상황) 

B사장님은 새로운 회사를 하나 설립했는데, 그 중 핵심 기술인력이 후배인 C이다. 그런데 이 C라는 친구는 욕심이 너무 많아서, 자꾸 Deal을 하려 한다(인센티브를 얼마를 더 줄것인가, 스톡옵션은 더 안주냐, 그럴려면 차라리 내가 분사하겠다).

그러다가도 또 납작 엎드리기도 하고.


B는 C의 이런 일관성 없는 행동들 때문에 열 받아서, ‘차라리 좀 늦게 가도 좋으니 얘를 짤라버릴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해고 관련된 수순을 상담하러 오셨다.


나는 조용히 마음을 가라 앉히고 내 방에 들어가서 득괘를 해보았다.


(주역 괘)


득괘를 해보니 주역의 제61번째 괘인 “풍택중부”괘가 나왔다.


(괘사와 효사)


풍택중부의 괘사 : 돼지와 물고기 같이 믿음직스러워 길하다. 큰 강을 건너는 것이 이롭고, 바름을 지키는 것이 이롭다.


(풀이)


돼지와 물고기는 모두 영민하지 못한, 말하자면 하찮은 동물인데, 군자는 이런 하찮은 동물까지도 길하게 대한다는 의미.


정이천의 경우 이 괘에 대해서 “돼지는 조급하고 물고기는 어두워 감응하기 어려운 동물이나, 중부의 믿음이 돼지와 물고기까지 감응시킬 수 있으니 더 이상 감응시키지 못할 것이 없다”고 해석(이천역전의 풀이 중)


중부괘는 연못 위에 바람이 불면 연못 구석구석까지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형상. 바람은 군자와 같아서 덕치를 행한다는 의미.


(조언)


“사장님, 일단 지금 단호하게 결정하시진 마시고, 좀 더 지켜보시죠. 그리고 후배라고 하시니 좀 더 사랑과 믿음을 줘보세요. 조급하게 생각하시진 말구요. 

아마 그 친구도 선배님이 진심으로 대하시면 마음이 움직일 수도 있어요. 그 친구의 어리고 급한 마음을 잘 누그러뜨릴 수 있도록 품어주세요. 그런데도 계속 엇나가면 그 때 다시 법적인 조치를 취하시죠.”


그러자 사장님도 “솔직히 그 친구, 말을 잘 들을 때는 또 곧잘 들어요. 근데 한번씩 내게 Deal을 하려 들면 정말 열불이 터져서.... 네. 알겠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 부록 1


위 두 번의 점 결과는, 내가 일을 맡아서 처리하는, 즉 돈이 되는 쪽보다는 좀 기다리시라는 괘가 나온 것임. 하지만, 그것이 의뢰인에게 더 도움이 된다면 그리 해야겠지.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뢰인이 일 진행해 달라면 그럴 수밖에,,,


☞ 부록 2


오늘 아침에 큰 딸(중3)의 치아교정 때문에 설왕설래했다

딸은 빨리 교정하고 싶어하고, Wife는 좀 천천히 하자고 하고.


그것 때문에 일찍 깼다. 작년에 치과에 갔을 때 의사선생님은 교정하자고 하셨다고 하고.


난 조용히 득괘를 해보았다.


큭... 뇌수해 괘가 나왔다.


뇌수해 괘의 괘사는...

“서남쪽이 이로우며, 나아갈 데가 없으니, 돌아오면 길하다. 나아갈 데가 있다면, 일찍 서두르는 것이 길하다.

왕필은 이 부분에 대해 “나아갈 데가 있다는 것은 처리가 미진한 부분을 가리킨다. 혹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가급적 신속하게 일을 끝내는 것이 좋다.”라고 해석.


쩝... 놀라울 따름이다.


'지식창고 > 주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활 속 주역 이야기 (4)  (0) 2012.01.02
생활 속 주역 이야기 (3)  (0) 2012.01.02
주역과 불안, 그리고 조짐  (0) 2012.01.02
칼융, 주역, 그리고 동시성의 원리  (0) 2012.01.02
칼 융과 주역  (1) 2012.01.02

주역과 불안, 그리고 조짐

일반적으로 주역은 ‘불안’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불안이라는 것은 ‘해석하기 힘든 불확실성’에 빠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불안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불안은 경악이나 공포와는 다르다고 합니다.

경악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에 직면했을 때, 공포는 분명한 두려움의 대상이 있을 때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그러나 불안은, 뭔지는 모르지만 두려운 것이 곧 닥치리라는 예감입니다. 즉, 뭔가 확실치는 않지만 이상한 낌새를 말합니다.

불안이 우리의 영혼을 잠식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불안으로 인해 미래를 대비할 단서를 찾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신분석학에서는 불안의 ‘신호적 기능’을 중시하며 그것을 “유기체나 유기체의 항상성 homeostasis에 닥친 위협을 경고하는 생물학적 적응과정”으로 봅니다.

불안.jpg

그럴 때 불안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 혹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아직 완전히 인식되지 않은 요인들에 대한 반응”, 곧 ‘전조前兆의 감정’입니다.

주역은 이러한 전조와 기미를 강조합니다. 이러한 기미 혹은 불안을 감지한 이는 미래를 대비하고자 하며, 그를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예측을 위해서 “점”이라는 tool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실제 이러한 예측은 예민한 사람이면 어느 정도 눈치를 챕니다.

‘하인리히 법칙’에서도 설명하지요. 큰 일이 있기 전에는 상당히 많은 징후들이 사전에 발생한다구요.

주역은 이러한 사전 조짐을 이해하고 대비하려는 옛사람들의 바램에서 축적된 지식의 발현인 것입니다.

'지식창고 > 주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활 속 주역 이야기 (4)  (0) 2012.01.02
생활 속 주역 이야기 (3)  (0) 2012.01.02
생활 속 주역 이야기 (1)  (0) 2012.01.02
칼융, 주역, 그리고 동시성의 원리  (0) 2012.01.02
칼 융과 주역  (1) 2012.01.02


1. 주역 점을 이용하는 법

주역은 점을 치는 책으로 알려져 있다. 대나무 가지를 뽑든, 동전으로 뽑든 특정한 괘를 집어 낸 다음 그 괘에 해당하는 풀이(괘사 ; 卦辭)에 빗대어 현재와 미래를 설명하는 것이 주역을 활용한 점을 치는 행위의 기본이다.

주역에 나오는 괘사(卦辭)는 여러 가지 상징들로 되어 있다.

“용이 물에 잠겨 있으니 아직 쓰지 못한다”(중천건 1효) 라든가 “상다리가 없어진다. 바른 것을 없애는 것은 흉하다.”(산지박 1효)라는 상징이 있다.

만약 내가 점을 쳐서 중천건 1효가 나왔다면, ‘아직 내가 도모할 일은 때가 아니니 주의해야 겠군...“이라고 생각해서 근신하면 되고, 산지박 1효가 나왔다면, ’흠... 운이 아주 안좋군. 이번 일은 큰 기대를 하지 말아야겠어. 마음을 비워야겠군.”이라고 마음 먹으면 된다.

결국 점을 쳐서, 어떤 괘가 나오는가에 따라 그 괘에 해당하는 괘사를 본 후 처세의 지침으로 삼으면 되는 것이다.

2010-10-30_12;11;58_tarakso.jpg

2. 주역에 대한 선입관, 편견

결국 주역 점을 이용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 동전이나 대나무 가지 등을 이용해서 주역점을 친다(괘를 얻는 과정)

② 괘를 얻는다(得卦)

③ 얻어진 괘에 해당하는 괘사를 읽어본다.

④ 그 괘사의 뜻을 음미한 후 생활에서 주의하도록 한다.

여기서 ③, ④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①, ②의 과정이다. 도대체, 동전을 던지거나 대나무의 가는 가지를 뽑는 그 과정이 어떻게 ‘현재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을 가르쳐 주는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주역을 단순히 명심보감처럼 ‘좋은 글이 적혀 있는 책’ 정도로 생각하고 열심히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주역의 특이점은, 현재 그 주인공이 처해져 있는 상황을 ‘점’이라는 수단을 통해 ‘콕 찝어서’ 어느 괘에 해당하는지를 알려 준다는 점에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게 말이 돼?’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칼 융 역시 바로 이 부분에 대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 자신이 주역을 배운 다음 점을 쳐 보면 아주 높은 적중율을 자랑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칼 융은 “동시성의 원리”라는 개념을 설명하게 된다.

3. 문제 사례

가. 몇 년간 만난 적 없는 고교시절의 오랜 친구를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리고 그 친구의 목소리가 바로 그 전화에서 울려 나온다.

나. 친한 사람 중 한 사람이 자동차 사고가 났는데, 그 시간에 벽에서 시계가 갑자기 떨어져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다. 구소련에서 한 실험인데 어미 고양이를 잡수함에 태워 먼 바다로 내보내고, 새끼 고양이를 죽였을 때, 어미 고양이가 급격한 반응을 보임

라. 예전에 SBS 백만불 미스테리에서, 실험자에게 전기 자극을 주었을 때, 비이커 안에 있던 정자의 움직임이 반응을 보이는 경우

마. 내가 하루 종일 어떤 노래를 흥얼거렸는데, 약속시간에 만난 친구가 그 노래를 같이 흥얼거린다.

바. 갑자기 속이 메스껍고 구토가 날 것 같더니, 애인으로부터 “어제 먹은 게 체해서 구토했어”라는 문자가 오는 경우

의미심장한 우연의 일치. 인생은 이러한 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그것을 제어할 수 있을까요?

4. ‘동시성 원리’의 의미

융은 1920년에 ‘비인과적 연관’ 또는 ‘의미 깊은 우연의 일치’라는 뜻으로 ‘동시성(synchronocity)’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합니다. 

즉, 원인이 결과를 낳는다는 전통적인 뉴튼식 인과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비인과적인 연결’을 가리키는 것이 동시성 원리입니다.

결국 ‘동시성’이란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사건이나 요소가 시간적, 공간적 또는 개념적으로 일치된 형태를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싱크로너서티에 관한 연구는 칼 융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며, 조화원리(배타성원리)의 발견자로 잘 알려진 파울리의 공동 저작에 의해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블랙홀.jpg

5. 칼 융이 설명하는 주역과 점

칼 융은 ‘점을 쳐서 미래를 아는 행위’는 '인과법칙'이 아니라 '동시성 원리'로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오묘한 ‘동시성의 그물’을 통해 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암시’를 주게 된다는 것입니다.

융은 나아가 ‘인간은 따로 떨어진 정신이 아니라 서로의 에너지로 상호 작용하는, 그럼으로써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수많은 방식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광대한 네트워크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러한 영향은 너무도 광범위하고 미묘해서 기존의 인과법칙만으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데, 기존 과학지식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자신들이 인지하는 인과율을 벗어나는 시도에 대해서는 ‘비과학적’이라는 딱지를 붙인다는 것입니다.

6. 물리학과의 관계

이러한 동시성은 물리학에서도 증명이 되었는데, 현대 양자물리학에서는 하나의 물체가 때로는 어떤 외관상의 에너지 이동 없이도 다른 물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위 ‘양자얽힘’에 관한 실험이 바로 그것입니다.

7. 결어

짧은 저의 지식으로 주역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동시성의 원리’까지 들먹였습니다. 

결국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세상의 인과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단선적인 인과관계가 아닌 대단히 복잡하고 심오한 네트워크로 얽혀 있는 것이며, 

그러한 네트워크의 비밀을 조금이나마 알아낼 수 있는 방법으로 동양에서 행해진 ‘점’이라는 것에 대해 칼 융은 ‘동시성의 원리’라는 이론으로 설명하려 했고, 이 이론은 양자물리학에서는 ‘양자얽힘’이라는 실험을 통해 입증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식창고 > 주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활 속 주역 이야기 (4)  (0) 2012.01.02
생활 속 주역 이야기 (3)  (0) 2012.01.02
생활 속 주역 이야기 (1)  (0) 2012.01.02
주역과 불안, 그리고 조짐  (0) 2012.01.02
칼 융과 주역  (1) 2012.01.02

 칼 융과 주역

주역에 대해서는 서양 학자들도 관심을 많이 가졌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생애 말년에 주역에 심취했고, 양자역학의 대가인 닐스보어는 노벨물리학상을 받는 수상식에서 역학의 괘상(卦象)을 새긴 옷을 입고 출현해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한다.

정신분석학의 대가인 구스타프 칼 융 박사는 무의식과 주역을 연관시켜 연구했고, 그 결과 <주역과 심리학적 몸 ; I Ching and Psychologival body>이라는 서적을 남기기도 했다. 칼 융이 인간의 성격 유형을 8개로 나눈 것도 8괘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jung.jpg
특히 프로이드의 제자이기도 한 심리학의 대가 카를 융은 “주역”을 논할 때 항상 등장하는 학자이다. 특히 그의 “동시성의 원리”는 “인과법칙”과 대비되는 중요한 원리로서 ‘점’으로 대표되는 ‘초자연적인 일치성’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다음 시간에는 좀 어렵긴 하지만 “동시성의 원리”에 대해서 나름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계속 ...


'지식창고 > 주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활 속 주역 이야기 (4)  (0) 2012.01.02
생활 속 주역 이야기 (3)  (0) 2012.01.02
생활 속 주역 이야기 (1)  (0) 2012.01.02
주역과 불안, 그리고 조짐  (0) 2012.01.02
칼융, 주역, 그리고 동시성의 원리  (0) 2012.01.0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