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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삼국지 : 충돌하는 당사자의 욕구를 파악하여 절충안(creative option)을 마련하라

협상/협상하는인간

by 조우성변호사 2012. 1. 22. 21:44

본문

충돌하는 당사자의 욕구를 파악하여
절충안을 마련하라

 

<사례>

 

# 1

촉한(蜀漢)전자의 총무이사인 관우는 최근 골치아픈 일이 생겼다. 촉한 전자의 핵심 프로그래머 중의 하나인 ‘마속’대리가 연봉협상을 앞두고 1,000만 원 정도의 연봉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마속 대리가 대단히 뛰어난 프로그래머인 것은 사실이지만, ① 다른 직원들의 연봉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하고, ② 무엇보다 회사 사정상 그렇게 큰 폭으로 연봉을 올려주기는 힘든 상황이다.

 

# 2

그런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마속대리는 경쟁사인 (주)위위전자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촉한전자로부터 받고 있는 연봉보다는 물론 인상된 금액을 제시받은 것이 분명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촉한전자의 대표이사인 유비는 관우 이사에게 ‘어떻게든 마속을 잡으라. 다만 연봉 인상폭은 최소로 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 3

지난번에 1차로 연봉협상자리에 앉았을 때 마속 대리는 상당히 강경한 입장이었다.

마속 대리는 당시, 자기는 1,000만 원 정도의 인상분을 적용받을만큼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다소 당돌한 발언까지 하는 것으로 보아 협상진행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예상이 관우 이사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연봉 인상폭은 최소로 줄이되, 마속 대리를 경쟁사에는 뺏기면 안되는 이 상황, 관우이사는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 4

사실 마속 대리는 초등학교 4학년 딸아이 때문에 고민이 많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고 있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고, 몇 가지 해결방안을 모색했으나 쉽지 않아 일단은 전학을 가야겠다는 결정을 내린 상태다.

그런데 전학 갈 동네는 집값이 지금 사는 곳보다 더 비쌌기에 상당한 연봉의 인상을 이끌어내든지 아니면 전직(轉職)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 설>

 

1. 입장의 충돌이 생길 때 점검해 보아야 할 것

 

1) 대부분의 협상상황은 ‘상대방과 나의 입장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상대방이나 내가 뭔가를 양보하지 않고는 도저히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는 상황, 이를 ‘입장의 충돌상황’이라고 한다.

2) 이러한 입장의 충돌상황에서는 ‘상대방이 이 입장을 주장하는 진짜 이유(욕구 ; interest)가 무엇이며, 나아가 이 입장에 대해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갖고 있는지, 아울러 다른 대안으로 상대방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를 파악해 보아야 한다.

3) 이와 같은 입장의 충돌상황에서, 상대방의 욕구를 잘 파악하고, 적절히 합의점을 찾아서 양측이 어느 정도 만족하는 모습으로 협상이 종결될 때 우리는 ‘윈윈협상’이 성공했다고 말하게 된다.

4)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는 방안으로는 통상 다음 3가지가 거론된다.

 

2. 해결책 1 – 상대방을 설득하여 내 입장을 관철시키는 방안

 

1) 상대방을 완전히 설득하여 내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① 상대방이 이성적으로든 감성적으로든 충분한 설득이 되어야 하고, ② 상대방은 그 쟁점에 대해서 처분가능한 권한을 갖고 있어야 한다.

2) 여기서 한 가지 더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실무상 협상을 진행하다보면, 대립되는 쟁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레 대립되는 쟁점으로 착각(오판)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즉, 상대방에게 허심탄회하게 나의 입장을 이야기했을 때 의외로 상대방이 선선히 수용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나의 요구를 불쾌하게 생각하거나 당연히 거절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는 지레 불필요하게 공격적이거나 방어적이 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루어 짐작하지 말고 상대방에게 과감하게 우리의 요구사항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3) 영화 <뷰티플마인드> 중에

 

어느 무더운 여름날 교수가 수업을 하러 2층 강의실에 들어온다. 그런데 창문이 열려있었고, 바깥에서는 무슨 공사를 하느라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꽤 시끄럽게 들렸다. 교수는 창문으로 다가가서는 창문을 닫아버린다. 수업에 방해가 될 것이기에 그랬으리라. 학생들은 ‘너무 더워요.’라면서 불평을 했지만 교수는 ‘여러분들의 그런 요구를 다 받아들일만큼 난 여유가 없소’라면서 수업을 시작하려 한다.

 

그 때 어느 여학생이 창문으로 다가가더니 창문을 확 열어버린다.

순간 교수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그 여학생에게 무슨 말을 하려 한다. 하지만 그 때 여학생은 창밖에 있는 인부들에게 이렇게 부탁을 한다.

 “저기요, 부탁말씀이 있습니다. 저희들이 지금 수업을 하고 있는데, 창문을 열어 놓으면 기계 작동 소리 때문에 교수님 말씀이 잘 들리지 않고, 그렇다고 창문을 닫으면 너무 더워서요. 혹시 수업을 할 한 시간 동안만 다른 곳에서 먼저 작업을 하실 수는 없으신가요?”

그러자 바깥에 있던 인부들은 호탕한 목소리로 “네, 그렇게 하지요.”라면서 작업장소를 딴 곳으로 이동했다.

 

교수의 입장에서는 ‘인부들에게 부탁을 해봐야 들어주지 않을거야’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거나, 굳이 그런 식의 갈등상황에 자신을 노출하는 것이 싫었기에 그냥 더워도 참고서 문을 닫은 채로 수업을 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학생은 정확하게 자신의 요구를 인부들에게 설명했고, 그 결과 의외로 쉽게 갈등상황을 해소할 수 있었다.

 

우리는 상대방에게 말해 보지도 않고 스스로 우리의 입장을 포기해 버릴 필요는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3. 해결책 2 – 각자 쟁점을 주고 받으면서 적절히 양보하거나(Trade-off), 일정한 보상(Compensation)을 해 주는 방안

 

1) 충돌하는 당사자 간에 ‘쟁점’이 여러 개가 있다면 각자 쟁점을 하나씩 양보하면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2) 예를 들어 부부가 오랜만에 주말에 저녁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기로 했다. 남편은 “매운탕”을 먹고 “미션임파서블 4”를 보고 싶은데, 부인은 “파스타”를 먹고 멕라이언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를 보고 싶어했다.

간만에 분위기를 살리려고 주말 데이트를 기획했던 부부는 저녁 메뉴와 영화 고르는 문제로 집에서부터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3) 위 사례에서 쟁점은 “식사 메뉴”와 “영화”, 이 두 가지이다.  따라서 각 쟁점을 놓고 서로 교환(Trade-Off)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 때, 각 쟁점 중 각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쟁점이 다를 경우에는 원활한 교환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남편은, 파스타를 먹는 것은 무방하지만, 미션임파서블 4는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반대로 와이프는 (남편이 좋아하는) 미션임파서블 4를 보는 것도 가능하지만 도저히 매운탕을 먹고 싶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양보 가능한 쟁점은 남편의 경우 식사 메뉴이고, 와이프의 경우 영화 종류이다. 그렇다면 남편은 식사 메뉴를, 와이프는 영화종류를 양보함으로써, 같이 파스타를 먹고 미션임파서블 4를 보는 식으로 절충안을 마련할 수 있다.

 

4) 이런 식의 교환방식은 노사 협상 과정에서도 자주 발견된다.

회사측과 노조측이 각각 10가지 쟁점으로 대립할 경우 다섯 개의 쟁점에 대해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양보를 하게 되면 양측은 모두 상대방이 5가지를 양보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윈윈협상이었다는 식의 발표를 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쟁점을 제시하는 것은 협상을 원활하게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이 강하다.

 

5) 교환과 비슷한 방식 중에 보상(Compensation)의 방식을 취하는 것도 있다.

위 부부의 사례에서 남편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매운탕’을 먹고 ‘미선임파서블 4’를 관람하기로 하되, 식사메뉴와 영화선택권을 양보한 와이프에게 한 달 뒤에 멋진 선물을 하기로 하는 방식이 바로 보상의 방식이다.

 

6) 계약기간과 관련한 협상 과정에서

 

중요한 계약협상을 진행할 경우 “을”의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3년 이상의 계약기간을 보장받고 싶은 반면에 “갑”으로서는 일단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하자고 버티는 상황이다.

“을”은 ‘3년 정도는 보장이 되어 생산 라인을 책임지고 가동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는 반면, “갑”은 ‘계약기간은 나중에 합의를 통해 연장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면서 그냥 1년 계약기간에 날인을 하자고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막상 1년 계약기간 만료시에 “계약연장”에 대해서 합의를 해 주지 않으면 계약기간 연장은 사실상 힘들어진다.

따라서 이 경우 “을”은 “갑”에게 이런 식의 주장을 할 수 있다.

 

① 좋다. 당신의 입장이 1년 이상의 기간을 계약서에 명시할 수 없다는 것이니 십분 이해하고 이를 수용한다.

② 하지만 당신은 1년 후에 계약 연장해 주면 될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③ 그렇다면 아예 계약서에 “계약기간 만료 시점에 ’을‘이 별다른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 계약기간 연장에 동의한다”는 내용을 삽입하는 것은 어떤가? 이것은 당신의 입장과도 같지 않은가?

 

즉, “갑”의 주장(계약기간을 1년으로 한정)을 수용하되, 단서 조항을 달아서 “을”에게 귀책사유가 없을 때 “갑”은 계약기간 연장에 동의한다는 점을 명시한다는 것은 “갑”의 제안을 수용하는 대신 “을”에게 일정한 보상을 해 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4. 해결책 3 – 완전히 새로운 창조적 대안(Creative Option)을 도출하는 방안

 

1) 갈등상황을 돌파하는 가장 멋진 방법은 바로 창조적인 대안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창조적인 대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각자의 Interest를 잘 파악해야 한다.

 

2) 영화 선생 김봉두 중에서

 

김봉두 선생은 강원도 시골학교로 발령을 받아 그 곳으로 가게 된다. 출근길에 시골길에서 두 농부가 다투는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한 농부는 길을 가로 질러 호스를 늘어뜨리고 물을 대고 싶어하고, 계속 그 길을 경운기를 타고 왔다갔다 해야 하는 농부는 호스를 치우라고 하는 상황이다.

호스가 길 위에 놓여 있으면 경운기가 지나가면서 호스를 깔아 뭉개버리게 되어 호스는 못쓰게 된다.

두 농부는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우자, 이를 본 김봉두 선생은 다음과 같이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그 시골길은 흙길이었으므로, 흙을 파내고 그 파낸 홈 사이에 호스를 지나가게 한다음 다시 흙을 덮어버린다.

그러면 호스는 흙길을 관통해서 놓여지게 되어 그 위로 경운기가 지나간다 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서로 간의 입장을 고려한 창조적인 대안을 만든 것이다.

 

3) 미국의 풋볼 스타전

 

미국의 내셔널 풋볼 리그는 매년 시즌이 끝나고 마지막 행사로 올스타전(프로볼)을 개최한다. 문제는 이미 본 시즌을 끝마친 슈퍼스타 선수들이 올스타전에 참석하길 꺼린다는 것이다. 상금이나 출전비를 상당 수준 높여도 시즌이 끝난 스타 선수들과의 협상은 쉽지 않았다.

리그 관계자들이 파악해 본 바에 따르면 이미 세계적인 슈퍼스타들을 움직임에 있어서는 ‘돈’이라는 요소가 별로 크게 작용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슈퍼스타들도 한 해의 마무리 행사에 멋지게 참석하고 싶으나, 시즌 내내 가족과 떨어져 있던 그들로서는 시즌이 끝나자 마자 또 집을 떠난다는 것에 대해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고민 끝에 풋볼 리그 관계자들은 올스타전 개최지를 하와이로 옮겼다. 그리고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에게 부인 혹은 여자친구와 함께 올 수 있도록 왕복 항공권 두 장과 하와이 최고급 호텔 숙박권을 제공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스타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참석하기 시작했다. 올스타전 출전을 통해 ‘합법적으로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훈련과 꽉 짜인 경기 일정 때문에 가족이나 애인과 보낼 시간도 부족한데, 함께 하와이로 놀러간다는 것은 그들에게 꿈과도 같은 선물이었다.

즉, 이는 선수들이 가족과 함께 있고 싶은 욕구(interest)를 적절히 자극한 멋진 창조적 대안을 만든 예가 될 것이다.

나아가 이 협상의 성공 요인으로는 ‘돈’이라는 관점을 ‘여행’이라는 관점으로 돌렸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지금 당장의 협상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더라도 상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또 다른 안건을 제시해 협상을 부드럽게 풀어나갔던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사례이다.

 

4) 귀를 뚫겠다는 딸아이를 설득하라.

 

귀를 뚫고 싶어하는 중3짜리 딸을 둔 엄마.

딸은 친구들도 많이 귀를 뚫었다면서 자신도 귀를 뚫게 해달라고 한다.

이 경우 제시해 볼 수 있는 대안은 다음과 같다.

 

대안 1 : ‘귀걸이 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면 귀를 뚫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대안(귀찌 등)이 있다.

대안 2 : ‘귀를 뚫고 싶다’라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이뻐지고 나의 Identity를 표현하고 싶다’는 것이 목적이라면 ‘귀를 뚫어서 귀걸이를 하는 것’ 외에 다양한 option이 있다(발찌 등의 아이템 등)

 

5) 서희의 거란 협상.

 

고려 성종 말년인 993년 거란이 소손녕 휘하 대군을 몰고 고려를 침공해 왔다. 당시 고려는 항전파와 화친파로 나뉘었다.

화친파의 주장은 서경(평양) 이북 땅을 떼어주고 거란에 항복하자는 것이었고, 항전파의 주장은 결사항전이었다.

 

이 상황에서 서희 장군은 수행원 몇 명만 데리고 소손녕을 만나서 담판을 짓는데, 거란군을 자진철수시켰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고구려 옛 땅이던 강동 6주까지 돌려 받았다.

서희 장군은 거란의 침공의도를 정확히 파악했다.

즉 거란이 마음에 두었던 것은, 자신들이 송나라를 치기 위해 출병할 때, 송과 친한 관계에 있는 고려가 거란의 배후를 기습할지도 모르기에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 함이었다. 즉 거란이 고려를 침공한 의도는 고려땅을 차지하기 위함 아니었던 것이다. 당시 거란은 송나라와의 영토분쟁으로 전쟁직전 상황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거란은 송나라 출병에 앞서 후환 없애기 위해 고려를 먼저 무력화 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서희 장군은 ‘고려는 송나라와의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점을 약속해 줌으로써 거란의 불안을 잠재웠다.

이에 더 나아가 서희장군은 자신에게 친송파를 설득할 선물을 달라고 요구했다.

서희가 소손녕에게 내놓고 흔든 카드는 고려 조정 내의 ‘친송파’였다.

“이것 보시오. 소손녕 장군. 솔직히 내가 송나라와 동맹 단절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조정에 돌아가면 친송파 영감들이 난리를 칠텐데, 그것 때문에 고려왕을 설득시키기 힘들 수 있소” (핑계대기 전법)

따라서 서희는 소손녕에게, 친송파의 반대를 누르고 고려왕을 설득할 수 있는 선물을 하나 달라고 요구했다. 그것은 바로 고구려의 옛 영토인 강동 6주를 돌려 달라고 한 것임이다. 송나라 정복 야심에 들떠 있던 거란으로서는 고려의 후환을 제거할 수만 있다면 변방의 땅은 줘도 된다고 생각했다.

 

6) 동구릉 중 건원릉

 

구리시 소재 동구릉 안에는 태조를 시작으로 아홉 기의 능이 조성되어 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특히 태조 이성계의 능은 외견상으로도 카리스마가 넘친다. 왜냐하면 다른 능은 ‘미끈한 잔디’로 봉분을 했는데 비해, 이성계의 건원릉은 ‘억센 억새풀’이 놓여 있기 때문다.

이성계는 자신의 두 번째 부인인 강씨(신덕왕후)를 총애했다.

그러나 그 총애로 인해 신덕왕후의 둘째 아들인 방석을 세자로 책봉하면서 문제가 불거져 결국 제1, 2차 왕자의 난이 발생하고 방석은 죽임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 3대 왕으로 오른 태종(이방원)은 (이미 세상을 떠난) 신덕왕후에 대한 대접을 소홀히 했다. 이성계는 신덕왕후의 능 옆에 묻히고 싶었다. 하지만 이를 들어 줄 태종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성계는 이렇게 유언을 남긴다.

 

“나를 조상님들이 묻혀 있는 함흥 땅에 묻어다오.”

 

태종은 이성계 승하 후 고민에 빠진다. 조선의 창업자인 태조 이성계를 함흥땅에 모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태조와 사이가 안좋았던 것에 마음이 쓰인 태종은,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까지 지키지 않았다는 불효자라는 낙인은 찍히기 싫었다.

고민 끝에 내 놓은 묘안이 바로, 묘자리는 한양 근처에 쓰되, 무덤을 덮는 봉문은 함흥지방의 흙과 억새로 하기로 한 것이다.

결국 ‘아버지의 유언’과 ‘그 유언을 현실적으로 따르기 어렵다’는 그 두가지 상반된 입장 속에서 아주 절묘한 창조적인 대안(Creative Option)을 도출한 사례로 평가될 만 하다.

함흥 억새는 함흥 지방 흙 위에서만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 벌초도 1년에 딱 한번만 한식 때만 한다고 한다. 억새를 죽이지 않기 위해서.

 

 

5. 본 사례의 경우

 

1) 관우 이사의 경우 마속 대리 연봉협상을 함에 있어 ‘마속 대리가 연봉을 올려 달라고 하는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 좀 더 깊이 파고들 필요가 있다. 물론 ‘연봉 올려 달라는 거야 뭐 별 이유가 있겠어? 당연히 연봉 더 받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아냐?’라고 쉽게 치부할 수도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속대리가 큰 폭의 연봉인상을 요구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2) 관우 이사가 마속과 심층적인 대화를 통해 마속의 상황을 물어보니 마속은 왕따문제로 인한 아이의 전학과 그로 인한 이사문제로 힘들어하는 상황이었다. 이사를 하려니 앞으로 자금도 많이 필요할 듯 하고, 이래저래 연봉협상시에 인상폭을 높게 부른 것이었다.

 

3) 관우 이사는 공교롭게도 수년 전에 아이의 왕따 문제로 힘들어했던 경험이 있어서 마속의 마음이 얼마나 괴로울지 공감이 갔다. 그래서 이런 대안을 제시했다.

 

① 주택 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회사에서 주거래 은행을 통해 장기 저리 대출을 알선해 주겠다. 더욱이 회사가 연대보증까지 서준다면 조건이 더 좋아질 것이다.

② 다만 회사가 아무 이유 없이 마속 대리의 대출금에 대해서만 연대보증을 서 준다면 문제가 될 수 있고, 나아가 다른 직원들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으니, 마속의 퇴직금에 대해서는 회사에게 담보권을 설정해 달라. 그러면 회사는 일정한 담보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므로 정당성이 확보된다.

③ 아울러 관우 이사의 친구 중에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는 의사가 있는데, 마속의 아이가 그 곳에서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으면서 마음을 위로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4) 사실 마속 대리 입장에서도 연봉을 1,000만 원 더 받는다고 해서 주택자금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경제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연봉인상을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회사에서 장기 저리의 대출을 알선해 준다면 경제적인 부담은 훨씬 줄어 들에 된다. 나아가 아이의 문제까지 직접 care해 준다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5) 관우이사는 자신의 딸이 어떻게 왕따 과정을 극복했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면서, 마속의 아이와 자신의 딸을 한 번씩 만나게 하자고까지 제안을 했다. 마속은 목에 걸려 있던 그 무언가가 쑤욱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대신 연봉은 300만 원 인상 선에서 서로 기분좋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지침>

 

1) 입장이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철저하게 파악해 보라.

2) 상대방의 진정한 욕구를 파악하고 나면, 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있는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찾아보라.

3) 아울러 상대방이 당신의 요구를 거절할 것이라 미리 겁먹고 제대로 주장을 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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