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협상삼국지 : 협상력을 높여주는 BATNA

협상/협상하는인간

by 조우성변호사 2012. 1. 22. 21:50

본문

<협상의 테크닉 : BATNA를 활용하라>

◎ 사례

N사는 현재 일본 진출을 위해서 일본에서 파트너 사를 찾고 있다.

N사의 나찬식 사장은 A사와 B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데, 회사의 역량이나 파워 등에서 A사가 B사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나사장은 일본에 들를 때마다 A사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항상 B사와도 면담을 진행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나사장은 A사에게 넌지시 B사와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 지에 대해서도 슬쩍 흘린다.

결국 나사장은 최종적으로 파트너 사로 A를 택했지만 지속적으로 B사를 거들먹거리는 덕분에 당초 A사가 제시하는 조건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 설명

1. BATNA의 정의

BATNA(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는 협상에서의 '최선의 대안'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김대리는 내년 연봉협상을 하려 한다. 현재 연봉이 3,000만 원인데, 내년 연봉을 3,400만 원 정도를 받고 싶다.

그런데 최근 헤드헌터를 통해서 경쟁사에 이직 제안을 받았는데, 조건이 같은 직급에 연봉 3,200만 원이다.

이 경우 김대리에게 있어 ‘다른 회사로 3,200만 원에 이직하는 것’이 바로 BATNA이다.

BATNAManLogo.jpg



2. 협상을 할 때 BATNA가 있으면 좋은 이유

가. 이유 1 : 협상력의 강화

대안을 갖고 있다면 이를 발판으로 삼아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수 있다.

나. 이유 2 : Poor Deal의 회피 & 합리적 결정 가능

어떤 협상이든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자신의 BATNA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협상이 어느 선에서 성사되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 알지 못할 뿐 아니라, 때로는 최적의 안을 상대가 제시해오는 데도 거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협상성과에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번에 꼭 협상을 성사시켜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이다. 이런 강박관념에 사로 잡히게 되면 협상자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많은 양보를 하는 
Poor Deal을 하게 된다.


좌절.jpg



하지만 BATNA가 있으면 이 같은 Poor Deal을 피할 수 있다. 

즉 협상자는 ‘BATNA가 가져다 주는 협상성과’와 
‘진행 중인 협상에서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성과’를 비교하여 

a. 협상의 기대성과가 BATNA 보다 크면 협상을 타결하고, 

b, 기대성과가 BATNA 보다 작으면 협상을 결렬(No Deal)하고 
BATNA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


즉 BATNA는 이와 같은 판단근거를 제시해 줄 수 있는 것이다.


다. 이유 3 : 압박전술로서의 사용

BATNA가 있으면 실제 협상을 결렬시킬 의사가 없더라도 

협상과정에서 Walk Away 전략으로 상대를 위협할 수 있다. 이같은 위협전략은 상대의 양보를 얻어내 높은 협상성과를 얻는 데 기여할 수 있다.



3. BATNA 활용법

가. 내 BATNA가 좋으면 그것을 적절히 알려라

° 내 BATNA가 좋으면 결정적인 순간에는 BATNA를 밝히는 전략도 필요하다.



제안.jpg

“지금 말씀하시는 평당 2만원이라는 것은 지금 저희가 다른 곳으로부터 받고 있는 제안보다 20%나 적은 금액입니다. 그래서는 협상을 계속 해봐도 별 실익이 없지 않을까 하는데요"라는 식.


나. BATNA는 평소에 키워두어야 한다.

항상 Plan B를 준비하라.

사마천 사기의 ‘교토삼굴’을 통해 Plan B의 지혜를 배워보자.

《사기(史記)》 〈맹상군열전(孟嘗君列傳)〉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풍환(馮驩)은 제(齊)나라의 재상(宰相)인 맹상군의 식객(食客)이었다. 맹상군은 왕족인 정곽군(靖郭君) 전영(田)의 아들로 이름은 전문(田文)이고, 맹상군은 그의 호이다. 풍환은 본디 거지였는데 맹상군이 

식객을 좋아한다는 말에 짚신을 신고 먼 길을 걸어왔던 자다. 맹상군은 그의 몰골이 하도 우스워 별 재주는 없어 보였지만 받아주었다.

그러나 그는 괴짜였다. 맹상군은 그를 3등 숙소(宿所)에 배치했는데 고기 반찬이 없다고 늘 투덜댔다. 

그래서 2등 숙소로 옮겨 주었는데 이번에는 수레가 없다고 불평을 하는 것이 아닌가. 마지막으로 1등 숙소로 옮겨 주자 그럴 듯한 집이 없다며 투덜댔다.

당시 맹상군은 설(薛:현재 山東省 동남지방)에 1만 호의 식읍을 가지고 있었다. 3천 명의 식객을 부양하기 위해 식읍 주민들에게 돈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도무지 갚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누구를 보내 독촉할까 궁리하고 있는데 1년간 무위도식(無爲徒食)으로 일관(一貫)했던 풍환이 자청했으므로 그를 보내기로 했다. 

출발할 때 그는 “빚을 받고 나면 무엇을 사올까요?” 하고 물었다. 맹상군은 “무엇이든 좋소. 여기에 부족한 것을 부탁하오.”라고 대답하였다.

설에 당도한 풍환은 빚진 사람들을 모아서 차용증을 하나하나 점검한 후 이자만 해도 10만 전을 받았다. 예상 외의 좋은 결과였다. 

징수가 끝나자 그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맹상군은 여러분의 상환 노력을 어여삐 보고 모든 채무를 면제하라고 나에게 분부하셨소.” 그리고는 모아 놓았던 차용증 더미에 불을 질렀다. 차용증은 모두 재로 변하고, 사람들은 그의 처사에 감격해마지 않았다. 

설에서 돌아온 풍환에게 맹상군이 “선생은 무엇을 사오셨는가?” 하고 물어 보았다. 

이때 풍환이 말하기를 “차시풍환왈 군지부족즉은의야 이소차서위군매은의래(此時馮驩曰 軍之不足則恩義也 以燒借書爲君賣恩義來;당신에게 지금 부족한 것은 은혜와 의리입니다. 

차용증서를 불살라 당신을 위해 돈주고 사기 힘든 은혜와 의리를 사가지고 왔습니다.)”라 하였다. 그러자 이 말을 들은 맹상군은 매우 마땅찮은 기색이었다.

1년 후 맹상군이 제나라의 새로 즉위한 민왕(泯王)에게 미움을 사서 재상직에서 물러나자, 3천 명의 식객들은 모두 뿔뿔이 떠나버렸다. 

풍환은 그에게 잠시 설에 가서 살라고 권유했다. 맹상군이 실의에 찬 몸을 이끌고 설에 나타나자 주민들이 환호하며 맞이했다. 맹상군이 풍환에게 말했다. “선생이 전에 은혜와 의리를 샀다고 한 말뜻을 이제야 겨우 깨달았소.”

“교활한 토끼는 구멍을 세 개나 뚫지요[狡兎三窟]. 지금 경(卿)께서는 한 개의 굴을 뚫었을 뿐입니다


교토.jpg


따라서 아직 고침무우(高枕無憂:베개를 높이 베고 근심 없이 잠.)를 즐길 수는 없습니다. 

경을 위해 나머지 두 개의 굴도 마저 뚫어드리지요.”

그래서 그는 위(魏)나라의 혜왕(惠王)을 설득하여 맹상군을 등용하면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실현할 것이며 동시에 제나라를 견제하는 힘도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마음이 동한 위의 혜왕이 금은보화를 준비하여 세 번이나 맹상군을 불렀지만 그 때마다 풍환은 맹상군에게 응하지 말 것을 은밀히 권했다.

이 사실은 제나라의 민왕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아차 싶었던 민왕은 그제서야 맹상군의 진가를 알아차리고 맹상군에게 사신을 보내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다시 재상의 직위를 복직시켜 주었다. 

두 번째의 굴이 완성된 셈이다.

두 번째의 굴을 파는데 성공한 풍환은 세 번째 굴을 파기 위해 제민왕을 설득,

설 땅에 제나라 선대의 종묘를 세우게 만들어 선왕(先王) 때부터 전승되어 온 제기(祭器)를 종묘에 바치하도록 했다. 선대의 종묘가 맹상군의 영지에 있는 한 설혹 제왕의 마음이 변심한다 해도 

맹상군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이것으로 세 개의 구멍이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주인님은 고침안면 하십시오.”

이리하여 맹상군은 재상에 재임한 수십 년 동안 별다른 화를 입지 아니했는데 이것은 모두 풍환이 맹상군을 위해 세 가지 보금자리를 마련한 덕이다. 

이야기의 주인공 풍환을 《戰國策》〈제책편(齊策扁)〉에서는 ‘풍훤(馮)’으로 적고 있다. 이 고사는 불안한 미래를 위해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로, 완벽한 준비 뒤에는 뜻하지 않는 불행은 찾아오지 않는다.




4. BATNA를 활용하는 사례

가. 사례 1 - 로저피셔 교수의 토요타 구매

1970년대 하버드대학교에서 협상론을 가르치는 로저피셔 교수의 일화.

로저피셔 교수는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의 토요타 대리점에 가서 다음과 같이 제시.

"내가 지금 토요타 코롤라를 한 대 사려고 하는데, 다음과 같은 세가지 조건만 만족하면 다른 것은 어떤 것이든 관계없소. (1) 에어컨이 있어야 하고 (2) CD 플레이어가 있어야 하고 (3) 자주색이 아니어야 합니다. 이 조건만 충족하면 다른 건 상관없소.

이제, 당신이 내게 차를 넘길 수 있는 가장 낮은 가격을 적어서 이 봉투에 넣어 주시오. 오늘 하루 종일 보스턴에 있는 모든 도요타 딜러를 찾아다니며 똑같이 요구하고 마지막 딜러를 방문한 다음, 모든 봉투를 열어 그 중에 제일 싼 값을 적어준 딜러에게서 차를 사겠소."

피셔교수는 실제 일곱명의 토요타 딜러를 방문하여 견적을 받은 뒤, 그 날 저녁 봉투를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가격을 비교해 본 결과, 모두 예상밖으로 아주 낮았을 뿐만 아니라 가장 낮은 가격은 공장도 가격에도 미치지 않을 만큼 파격적이었다. 이 이야기는 확실한 BATNA가 있고, 그것을 행사할 의사가 있음이 확실할 때 상대방에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코롤라.jpg

comment

왜 이런 결과가 발생할까? 아마도 어떤 딜러들은 이번 달에 자신의 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하면 딜러로서의 자격이 박탈될 수도 있었을 터. 따라서 이런 딜러들은 손해를 감수하고서도 로저 피셔 교수에게 제안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BATNA만 활용했음에도, 피셔 교수는 상대방으로부터 최고의 제안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나. 사례 2 - 연애할 때 가짜 애인을 활용하는 법


3각관계.jpg

우리는 심리학 서적 등에서, 콧대 높은 여성에게 환심을 사려면, 일부러 미모의 여인을 애인인 양 속여서 같이 파티에 가보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이를 협상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자신에게는 더 멋진 BATNA가 있다는 점을 은근히 과시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 한편 협상력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BATNA의 활용예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다. 사례 3 - 하이닉스 반도체 매각협상 사례

미국 마이크론사와 하이닉스 반도체 매각협상을 진행할 때의 일이다.

우리나라 정부의 고위관리가 하이닉스 반도체는 매각 이외에 ‘독자생존’도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즉 굳이 성급히 매각되지 않아도 ‘내 갈 길을 갈 수도 있어요’라는 BATNA가 있음을 은근히 과시한 셈이다.

그런데 이튿날 협상주체인 채권단과 다른 정부부처에서는 하이닉스 반도체의 해법은 매각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발표를 했다. 즉 BATNA가 없다는 ‘진실’을 널리 공표해 버린 셈이다.

그리고 뒤이어 "연말까지 불요불급한 자산을 매각하지 못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규제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와 같은 발표가 있은 후, 하이닉스 반도체 매입협상을 하던 마이크론사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마이크론사로서는 하이닉스 반도체가 다른 대안(BATNA)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기에 훨씬 더 강하게 밀어 붙였고 하이닉스 측은 엄청나께 까다로운 조건들을 수용해야만 했다.



5. BATNA 심화학습

가. BATNA는 계속 변한다

(1) 지금 확보한 BATNA가 고정적이지 않고 변동적이라는 점을 유의.

그러므로 본인이 확보한 BATNA가 정말 최선의 대안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2) 사례

기업에 근무할 때 회사의 택배 회사 재계약 과정을 지켜본 적이 있다.

전국의 100여 개 지사에 문서와 물건을 배송하는 계약으로 연간계약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 당시 우리 회사의 택배를 담당하는 업체는 대기업의 계열사로 서비스의 품질을 인정받는 업체였다.

그러나 다른 배송업체에서 지금 지불하는 비용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우리 회사의 담당자는 사실 지금 업체에 대해 그리 큰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비용절감 차원에서 그 업체와 협상을 해보기로 했다. 새로운 업체가 제공하는 이익이 그리 크지 않으면 기존의 업체와 계속 거래를 하면 되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BATNA를 가지고 있는 담당자는 강경한 입장으로 과감한 할인을 요구했고 기존의 업체보다 20% 할인된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계약이 끝나고 기존의 업체에게 계약 파기를 통보하자 기존의 업체에서도 그 정도의 할인을 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만일 담당자가 새로운 업체의 20% 할인된 금액을 다시 한 번 BATNA로 활용해서 기존의 업체와 협상에 들어갔다면 새로운 업체로 변경해서 생기는 전환비용(새로운 업체가 담당해서 생기는 배송상의 혼란, 적응기간)을 들이지 않고 좋은 조건으로 기존의 업체와 계약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또한 다른 하나의 업체와 계약을 추진했더라면 더 할인 된 비용으로 계약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BATNA는 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능숙한 협상가는 협상을 할 수 있는 한 협상에 임해야 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BATNA를 고정시키지 말고 자신의 BATNA를 개선해가야 한다.


나. BATNA가 아주 나쁠 때의 전략


(1) 외부의 힘을 빌린다

° 1998년 디즈니랜드가 홍콩정부와 놀이공원 건설협상을 벌일 때, 홍콩 정부의 강공책 때문에 협상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언론에 이를 흘리고, 언론으로 하여금 홍콩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쓰도록 함으로써 불리한 협상을 유리한 국면으로 전환시킨 적이 있음.

° 만약 한국의 부실기업을 외국에 매각하는 협상을 할 때, 국내 언론이 외국기업이 너무 터무니없이 싼 값을 불러 '거저먹으려고 한다'는 요지의 기사를 쓴다면 그런 것은 매각 협상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음.

° 쇠고기 재협상시, 미국에 간 김종훈 대표가 미국측의 강력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시위하는 시위대의 사진을 보여 주면서, '나도 별 대안이 없어요'라고 강변했다고 함.

쇠고기.jpg


(2) 배수진을 치는 방법

일명 '벼랑끝 전술' - 나의 선택권을 스스로 제한하고, 이를 상대방에게 공표함으로써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방법.

예 : 노사협상 할 때 회사 측에서 노조에게 이번에 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파업이 일어나면 회사 문을 닫겠다고 선언해 놓고 협상하는 것.­­> 나에게 BATNA가 없다는 것을 도리어 상대방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 How To

1. 협상을 함에 있어 반드시 ‘최선의 대안’을 확보하여야 한다. 그래야 협상력도 강해지고 Poor Deal을 피할 수 있다.

2. 내 BATNA가 좋으면 이를 적절히 알리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3. 내 BATNA가 나쁠 경우에도 이를 돌파하는 전략(외부의 힘을 빌리는 법, 배수진을 치는 법)이 있다.

- 이 상 -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