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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삼국지 : 상급자 핑계대기

협상/협상하는인간

by 조우성변호사 2012. 1. 22.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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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의 테크닉 : 상급자 핑계대기>

◎ 사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범주 사장은 대기업인 대박전자에 납품을 하기 위해서 두어달 전부터 대박전자 임종민 부장을 만나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는 다소 빡빡하게 나오던 임종민 부장도 몇 번 만나면서 인생과 가족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연스럽게 인간적으로 친해졌다. 더욱이 두 사람 다 취미가 ‘낚시’라는 것을 발견하고는 스스럼 없는 사이로 발전했다.

김범주 사장은 이런 인간적인 코드를 바탕으로, 계약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납품 단가 부분에서 신경을 써 줄 것을 넌지시 요구했다. 그러자 임종민 부장은 “아, 어쩌죠? 어차피 이 사안의 최종 결정권자는 저희 상무님이라서 제가 뭐라 확답을 드릴 수가 없군요. 저희 상무님과 한 번 협의해 보겠습니다.”라면서 한 발 빼는 것이 아닌가?

이런... 기껏 작업을 해 놓았던 김범주 사장으로서는 허탈한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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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명

1. 협상을 시작하면서 ‘나에게 전권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유리할까요?

° 협상가들은 자신에게 그 안건에 대한 전권이 있어도 절대 상대방에게 자신이 전권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왜 그런가?

° 협상은 하루 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협상 파트너끼리는 여러 차례 미팅을 갖게 되는데 그 과정에 서로 인간적으로 친밀해 지는 경우도 많다.

° 이렇게 인간적으로 친밀해진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제안에 대해 우리측의 이해관계만을 내세워 냉정하게 입장을 전달하기는 어려워진다. 더욱이 상대방으로서는 ‘어차피 이 사안의 결정권은 당신에게 있는 것 아닙니까?’라고 밀어 붙이면 참으로 난감하다.

° 이런 경우에 ‘결정권이 저에게 있지 않습니다’라는 것은 아주 절묘하고도 유용한 퇴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협상가들은 자신에게 전권이 있음을 결코 알리지 않는다.

2. 핑계를 댈 때는 가능한 ‘모호한 대상’을 거론하라.

° 협상가들은 이처럼 핑계를 댈 때에도, ‘특정한 직위에 있는 특정인’을 핑계댈 것이 아니고 모호한 대상으로 핑계를 돌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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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를 들어 ‘저희 상무님이 전권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저희 마케팅 위원회에 상정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즉, 상대방이 특정인을 상대로 추가로비를 시도하려는 것을 사전에 봉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외부전문가를 핑계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고문변호사의 검토를 받아야만 결정될 수 있다’는 식의 핑계도 좋은 방법이다.

° 특히 공기업의 경우에는 

아시잖습니까? 저희들은 감사를 하도 많이 받기 때문에 항상 결정을 내릴 때는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서 그 자문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어떻게든 사장님과 좋은 거래를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방침이 그렇다 보니...’는 식의 핑계대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4. 하급자를 핑계 삼을 수도 있다.

° CEO 입장에서는 ‘내가 CEO인데 누구에게 핑계를 돌린단 말인가요?’라고 질문할 수 있다. 하지만 CEO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핑계를 댈 수 있다. 이런 식을 생각해 보자.

° 빠른 납품을 독촉하는 거래 업체에 대해서 “네. 제가 충분히 사정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우리 공장쪽 사정을 한 번 봐야 합니다. 

요즘 공장 현장의 작업반장들 말이죠, 사장 말이 잘 안 먹힙니다. 

자기들 고집들이 다 있어요. 나원참. 누가 월급을 주고 있는지 모를 지경이라니까요. 

제가 지난 번에도 정말 애를 먹었답니다. 허허...”
라고 하급자 핑계를 댈 수도 있다.

공장반장2.jpg


5. 핑계를 대면서 몇 가지 전술을 추가해서 쓸 수도 있다.

가. 조이기 전술과의 연합

“제가 마케팅 위원회에 어떻게든 이야기를 잘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지난 번 회의 때도 그랬고 요즘 원가절감에 대한 압박이 아주 심합니다. 

제가 볼 때는 이 제안 그대로는 통과가 힘들 것 같고 마지막으로 조금 더 인하하는 노력이 필요할 듯 합니다.”

나. 굿가이 뱃가이 전술과의 연합

“사장님, 아시겠지만 저는 당연히 사장님과 이 거래를 하고 싶습니다. 
그 동안 사장님이 보여주신 신뢰만 보더라도 저로서는 사장님같은 훌륭한 거래처를 찾기는 힘들 겁니다. 그런데 우리 마케팅 위원회는 그런 신뢰관계보다 어떻든 낮은 가격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니까요. 그게 문제입니다. 

그런 위원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저에게 뭔가 더 무기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전 정말 사장님과 이 거래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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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런 전술을 쓰게 되면 상대방은 당신과 ‘같은 편인 줄 착각을 하고’ 어떻게든 마케팅 위원회의 마음에 들 제안을 만들기 위해 같이 노력하게 된다. 주객이 전도된 형국이 된다.

6. 상대방이 핑계대기 전술을 쓸 때의 대응법


가. 
자존심 건드리기

° 상대방이 자존심이나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라면 일단 그 사람을 높게 치켜주라.

° "아, 그러시군요. 결정권한이 위원회에 있군요. 

하지만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부장님이 가장 전문이시잖아요. 

그리고 그 동안 그런 결정과정에서 부장님의 판단을 위원회가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 경우는 많지 않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

° 이러한 말에 대해 상대방으로부터 “뭐, 그야 그렇지만...”이라는 반응을 얻어낼 수 있다면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은 훨신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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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조건부 마무리

° 일단 나중에 결정이 뒤집어 질 경우는 감수하겠으니, 현 단계에서는 조건부로 일단 마무리하자고 강하게 나가는 방법.

° “아, 그러시군요. 결정권한이 위원회에 있군요. 만약 위원회에서 그동안 부장님과 제가 힘들게 조율해왔던 이 제안을 완전 뒤집어 버린다면 어쩔 수 없겠지요. 

하지만 저로서도 그 동안 힘들게 협상해 온 마당에 어떤 결과물이라도 가져갈 수 

있어야 명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위원회에서 전면백지화 결정이 나면 

취소한다는 전제하에 일단 간략히 합의서를 쓰시는 것은 어떨까요? 뒤에 얼마든지 

취소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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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식의 드라이브 역시 상대방의 무책임한 핑계 주장을 무력화시키는 좋은 방어수단이 될 수 있다.


7. 핑계대기의 반대 : 
권한이 없는데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허위권한전략)

° 사례

모스크바에 파견된 한국인 상무관이 두 나라간 산업협력 문제로 러시아 산업관련 부처의 국장을 만나 며칠간의 협상 끝에 겨우 그를 설득했다. 그런데 그 러시아 국장이 하는 이야기가 "나는 이 문제 에 대한 결정권한이 없으니 우리 부처 차관을 설득해라"였다.

그래서 겨우 차관과 다시 협상을 하고 나니 그 차관이 "이 문제에 대해서는 러시아 에너지 관련 부처가 최종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상무관은 실제 협상권한이 없는 산업관련 부처의 차관, 국장과 협상하는 데 며칠을 허비해 버린 것이다.

° 이런 경우는 러시아나 제3세계 정부 관료가 흔히 하는 행동이다.


° 물론 이런 일은 대개의 경우 관련부처간 또는 같은 부처 내부에도 실제 업무분담이 명확하지 않아 그렇다.

° 그러나 종종 협상과정에서 향응 같은 반사적 이유를 기대해 허위권한술책을 쓰는 경우가 있다.

° 그러므로 허위권한전략에 대한 대응방안으로는 협상 전에 반드시 "상대가 어느 정도의 의사결정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 How To

1. 당신이 결정권자임을 상대방이 알아채지 못하게 하라. 그래야만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퇴로가 생긴다.

2. 핑계를 댈 때는 가능한 모호한 대상을 만들어서 핑계를 대도록 하라.

3. 상급자 역시 하급자 핑계를 댈 수 있다.

4. 협상을 시작할 때 과연 나의 파트너가 협상에 대한 전권이 있는지, 아니면 누가 전권이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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