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YES라고 하지 말라>
◎ 사례
용산 전자상가의 어느 중고 디지털카메라 샵. 그곳을 찾은 오승주(29세)씨. 취업준비 중인 승주씨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괜찮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안좋아서 중고 디카 판매상에 들어 온 것. 그러다 문득 3달전에 새로 출시된 ‘올림푸스’ 디카 모델이 중고로 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중고로 나왔으니 얼마면 될까? 그 가게의 카메라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았다. 오승주씨는 그래도 중고니까 80만 원 정도에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승주씨가 그 카메라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을 본 김성윤 사장님의 생각. ‘흠, 저 제품은 중고라고는 하지만 거의 신상품에 가까워서 100만 원 정도는 받아야 하는데, 저 친구는 과연 얼마에 구입하려고 할까?’ 오승주씨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카메라를 80만 원에 사겠다는 비장한 마음을 먹고 카메라를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김성윤 사장님은 사장님대로 100만 원에 팔고 있는 저 카메라를 얼마에 팔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
◎ 설명
1. ‘처음부터 yes라고 말하지 말라?’
° 협상가들은 거래를 함에 있어 ‘결코’ 처음부터 yes라고 말하지 마라는 원칙을 주장한다.
° 필자는 사실 처음에 이러한 설명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yes라고 할 내용이라면, 처음부터상대방도 기분 좋게 yes라고 해 주는 것이 나도 기분좋고 상대방도 기분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 그런데 아주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쉽게 상대방의 제안에 yes라고 하면 상대방은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불행해진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2. 몇 가지 전제상황
° 위 사례에서 손님이 사려고 마음먹은 중고 카메라의 가격은 100만 원이었다(물론 그 가격표시는 별도로 붙어 있지 않았다)
° 하지만 손님은 그 카메라의 신상품일 때 가격이 120만 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중고임을 감안한다면 80만 원 정도에 사면 좋은 가격에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 결국 겉으로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샵 사장님의 희망판매가격 100만 원’과 ‘손님의 희망구매가격 80만 원’이 충돌하게 될 것이다.
° 그리고 사장님은 문득 예전의 자기 모습을 떠 올려봤다. 자기도 누구보다 카메라가 갖고 싶었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항상 아쉬워했던 자기의 과거 모습을, 그러다 보니 초라한 행색의 손님에게 마음이 갔다.
3. 경우 1 : 위 사례에서 사장님이 손님의 제안을 처음부터 yes라고 할 경우
° 사장님은 손님을 보면서 자신의 예전 모습을 떠 올리고는 ‘그래, 저 젊은이가 얼마에 사려고 하든 내가 정말 기분 좋게 선선히 수용해야지’라고 좋은 마음을 먹었다.
° 손님은 어떻게든 80만 원이라는 가격을 관철하려고 비장한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고 와서 사장님 앞에 놓고서는 “이 카메라 80만 원에 파십시오!”라고 말한다.
° 그러자 사장님은 웃으면서 “네, 그렇게 하세요!”라고 기분 좋게 답변한다.
° 순간, 손님의 표정은 일그러진다. 왜 그럴까? 분명 자신이 원하는 가격대로 카메라를 사게 되었는데.
° 자신의 제안에 대해 상대방이 너무도 선선히 yes라고 대답할 경우 손님은 두 가지 생각에 사로 잡힌다.
첫째, 무언가 내가 모르는 제품상의 하자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이렇게 쉽게 제안을 수용하는 것일거야.
둘째, 내가 왜 좀 더 싸게 제안하지 못했을까? 70만 원이나 60만 원을 제안했어도 수용될 수 있었을텐데. 아, 난 바보야 바보.
° 사장님은 뿌듯한 마음으로 ‘내가 이 친구를 위해 좋은 일 했어’라면서 미소띤 얼굴로 카메라를 포장해 주지만, 정작 손님은 계속 괴로워하면서 의구심에 가득 찬 눈으로 그 카메라를 보게 된다. ‘도대체 무슨 하자가 있는 걸까? 내가 발견하지 못한 하자가 뭘까?’, ‘아... 조금 더 깎을 수 있었는데...’
4. 경우 2 : 위 사례에서 사장님이 손님의 제안을 못이기는 척 떨떠름한 표정으로 yes라고 한 경우
° 이젠 조금 상황을 바꿔보자. 손님은 카메라를 들고 와서 ‘이 카메라 80만 원에 주세요’라고 비장하게 말을 한다.
° 이에 대해 사장님은 “이 카메라는 저희 샵에서 100만 원에 팔고 있습니다. 80만 원에는 곤란합니다. 80만 원 정도를 생각하신다면 다른 모델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저쪽에 있는 Nikon 중고 모델 중에 80만 원에 사실 수 있는 훌륭한 모델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 그러자 손님은 사정을 한다. “사장님, 정말 제가 이 카메라가 꼭 갖고 싶었는데, 오늘에야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80만 원에 어떻게 안될까요?”
° 사장님은 다시 한 번 완곡한 거절을 한다. “허허 참. 저희도 남는 게 있어야 장사를 하죠. 80만 원이라면 차라리 저 Nikon 중고 카메라를 추천해 드립니다.”
° 그런데 손님이 또 다시 애원을 하자, 그제서야 사장님은 못이긴 척 한숨을 푹 쉬고는
“휴. 손님을 보니 옛날 내 생각이 나는군요. 나 역시도 카메라는 좋은 것 같고 싶은데 주머니 사정은 열악하고. 그래서 괴로워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음, 할 수 없죠. 이 카메라 주인이 따로 있었나 봅니다. 좋습니다. 그럼 제가 이 카메라를 80만 원에 선물인 셈 치고 드리지요.“
라고 말한다.
° 손님은 감격해서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카메라를 받아 간다. 집에 가면서 와이프에게 전화를 해서 자신이 오늘 협상을 잘해서 100만 원짜리 카메라를 80만 원에 살 수 있었다고 자랑까지 한다.
5. ‘경우 1’과 ‘경우 2’의 차이
° ‘경우 1’과 ‘경우 2’의 차이라고는 중고 디캬샵 사장님의 반응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장님이 처음부터 nice하게 양보해 주었을 경우보다, 안된다고 거절하다가 승낙해 준 경우에 상대방은 더 큰 만족감을 느끼며 행복해 한다.
° 문제는, 처음부터 yes 라고 말했을 때, 상대방은 의심하게 되고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했을까봐 괴로워한다는 점이다.
° 과연 이러한 차이를 두고 협상론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무엇인가? 그 미묘한 인간의 심리를 논하고자 한다.
◎ 설명
1. 처음부터 Yes라고 하지 말아야 할 이유들
가. 이유 1 : 쉽게 Yes라고 함으로써 상대방의 성취욕을 줄여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인간은 객관적 가치 못지않게 ‘주관적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 누구나 자신이 ‘힘들게 획득한 것’에 대해서 더 많은 애착을 느낀다. 일종의 보상심리.
° 따라서 정말 소중한 것임에도 너무 쉽게 획득을 허용해버리면, 상대방은 그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나. 이유 2 : 너무 쉽게 Yes를 하게 되면 또 다른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
° 좋은 마음으로 상대방을 승낙했을 때, 이를 고맙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라? 내 요구가 받아들여지네. 그럼 이건 또 어떨까?’라는 마음으로 또 다른 요구를 야금야금 하는 사람이 있다.
° 결국 일단 No라고 선언을 하면서, 이를 Yes로 바꿀 때는 다른 대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야금 야금 추가적인 요구를 하지 못하게 사전에 바리케이드를 치는 효과가 있다.
다. 이유 3 : No를 함으로써 당신 입장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 Anchor-Effect(닻내리기 효과)라는 말이 있다. 당신이 먼저 표명하는 그 입장이 협상의 starting point가 되면서 기준점이 된다.
° 당신이 너무 쉽게 Yes라고 함으로써 출발점, 기준점을 당신에게 불리하게 설정하고 시작한다면 나중에 당신이 양보할 수 있는 입지는 훨씬 좁아진다. 오히려 나중에 가서 상대방에게 인색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 하지만 처음에는 No라고 대응하면서 어느 정도 room을 확보해 놓은 뒤, 협상 상대방과 인간적으로 친해졌을 때 마치 상대방을 배려하듯이 양보를 하게 되면 그 양보의 효과는 훨씬 극대화될 수 있다.
° 결국 No라고 말하는 것은 당신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첫걸음임을 명심하라.
라. 이유 4 : 상대방에 대한 정보 파악이 안 되어 있을수록 No로 시작하라(짐 캠프의 설명)
° “No로 시작하라(Start with No)”라는 저서를 쓴 짐 캠프 : 상대방의 정보가 부족할 때에는 일단 NO 전략으로 시작하라
° 협상은 ‘예스’도 아니고 ‘글쎄요’도 아닌 ‘노(No)’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
° No로 시작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보’ 때문임.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인데, 내게도 이익이 되고 상대방도 이익이 될 수 있는 윈윈협상을 위해서는 상대방이 손해 보지 않는 범위에서 내가 취할 수 이익이 얼마가 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 그런데 만일 ‘Yes’로 협상을 시작한다면, 협상의 가장 중요한 정보가 파악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Nego의 기본은 정보다. 올바른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약점이 무엇인지, 그로 인해 내가 이익을 얼마나 취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반대로 상대방이 내게서 이익을 취할려고 할 때 내가 양보할 수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약간의 정보는 상대에게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협상은 ‘No(노)’로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Yes’면 모든 것이 오케이기 때문에 내가 상대에게 정보를 줄 여지도, 상대가 나에게 정보를 줄 여지도 없기 때문이다.
2. 윈-윈 협상의 허구 - ‘유사 윈윈 협상’이 더 많다.
가. 윈윈협상의 구분
° 필자는 윈윈 협상을 ‘진정한 윈윈협상’과 ‘유사 윈윈협상’으로 구분한다.
나. 진정한 윈윈협상
° 진정한 윈윈협상은 상대방에게 ‘자신에겐 별 가치 없거나 별다른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대가’를 지급하고, 상대방으로부터는 ‘자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가치로운 무언가를 획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 진정한 윈윈협상의 예
(1) 물품 납품계약의 예
을은 갑에게 물건을 납품하려고 하는데, 갑이 단가를 10만 원 이상으로는 안된다고 한다. 을은 12만원을 받고 싶은 상황이다.
그런데 을 입장에서는 단순히 단가부분만으로 협상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계약조건, 즉 ‘계약기간’, ‘대금지급스케쥴’, ‘다음 계약의 확약’이라는 ‘추가 쟁점’을 만들어 냈다. (Issue-Making)
협상결과, 단가의 경우 ‘갑’의 방침상 10만 원을 고수할 수밖에는 없었지만, 오히려 을은 계약기간을 당초 1년에서 3년으로, 대금지급 스케쥴도 6개월 어음에서 3개월 어음으로, 더 중요한 것은 ‘다음 계약의 확약’까지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진정한 윈윈협상은 원래 협상 상황에서 ‘추가적인 쟁점’을 만들어 낸 후 그 쟁점을 주고 받음으로써 각자 중요한 것을 얻는 것이 윈윈이다.
(2) 이솝우화 - 늑대와 포도 이야기 패러디
> 이야기 소개 : http://www.jowoosung.com/book/book_view.asp?number=349&category_number=1
이솝우화를 다소 비틀어서, ‘여우는 까치와 까마귀들의 둥지를 지켜주는 대신, 까치와 까마귀들은 여우에게 포도를 가져다 주는 Deal' 역시 윈윈 협상의 사례가 될 수 있다.
라. 유사 윈윈협상
° 그런데 상당 부분 협상 과정에서는 ‘진정한 윈윈’ 못지 않게 ‘유사 윈윈’ 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즉, ‘유사 윈윈’이란,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상대방은 자신이 이 협상에서 이겼다고 느끼게 하는 협상’을 의미한다.
° 중고 디카판매상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최초 사장님은 디카의 가격을 100만 원이라고 말한 다음 ‘특별히’ 깎아준다는 점을 강조하자 그 자체로 상대방은 ‘자신이 이겼다’는 착각, 그것도 아주 기분좋은 착각을 하게 된다.
° 물론 이런 유사 윈윈 협상 관계가 반복적으로 진행되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최초의 거래시 서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적절한 NO 전략을 구사하다가 상대방의 요구에 못이겨 Yes로 양보해 줌으로써, 상대방의 성취욕구를 충족시켜 준다면, 상대방은 그 협상에서 이겼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 How To
1. 협상을 진행할 때 쉽게 Yes라고 하지 말라. 이는 본인을 위해 상대방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2. 일단 NO로 시작하지만,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정보를 흡수하면서 접점을 찾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3.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해 주는 것도 중요한 윈윈협상의 전략이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이 쟁취한 것이 대단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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