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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지식정보/지식재산권법

by 조우성변호사 2012. 4. 2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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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매거진


바야흐로 e 비즈니스 전성시대이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아이템과 기술을 가지고 e 비즈니스에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최근 e 비즈니스와 관련되어 자주 거론되고 있는 법적 상황으로는 비즈니스 모델(BM) 특허에 대한 관심제고 및 출원급증, 사이트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주장 및 그에 따른 민·형사상 법적 분쟁 증가 등이 그것이다. 지적재산권 관련 사건을 많이 취급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이같은 변화된 모습이 일반인들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향상을 반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항상 지적재산권의 불모지처럼 치부되는 우리나라의 불명예스런 현주소를 감안할 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각종 지적재산권 확보 노력은 결국 배타적 권리를 확보함으로써 독점권을 인정받음과 아울러 새로운 진입장벽을 구축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같은 경향이 과연 바람직한 것이기만 한 것인가에 대해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해 본다.

기본적으로 인터넷은 열린 공간이며 정보와 지식은 인류의 공동자산으로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어야 하고 이러한 공유를 바탕으로 더 나은 정보와 지식이 재탄생되는 기회가 좀 더 많이 제공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충분히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지금까지 발전해 온 배경에는 바로 이같은 정보공유의 문화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자신들의 노력에 대해서 금전적인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아예 관심조차 없었던) 헌신적인 이들의 땀과 공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조성된 비옥한 토양 위에서 ‘이것은 내 것’임을 표시하기 위해 부지런히 말뚝을 박는 행위가 과연 어느 정도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단히 흥미롭고도 유용한 새로운 경향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용어이기는 하지만 저작권(copyright)을 패러디한 copyleft라는 것이 있다. 이는 copyright의 폐쇄성에 반대한 네티즌들이 중심이 되어 발전시킨 새로운 권리개념으로서, 예컨대 소프트웨어에 copyleft라는 것을 설정하면, 소프트웨어를 배포할 때 복사·수정의 권리를 함께 주게 된다. 즉 사용자들은 copyleft된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이를 자유롭게 복사할 수 있으며, 나아가 자신의 용도에 맞게 수정하거나 기능을 향상시켜, 다시 자유롭게 배포할 수 있다.

즉 내가 만들긴 했으나 이를 내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본으로 하여 이를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이를 발전시킬 여지를 부여하고 있는 새로운 권리부여방식이 바로 copyleft인 것이다. Copyleft운동은 1983년에 미국 MIT공대 인공지능연구소의 리처드 스톨만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그는 유닉스에 기반을 둔 무료 운용체제인 GNU 프로젝트를 완성한 후 저작권 협약에 서명을 거부,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해 공유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같은 copyleft운동은 정보나 지식은 공개되고 공유되어 여러사람들에 의해 가공될 경우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는 인간에 대한 신뢰에 그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들어 지식과 정보가 창작자가 아닌 창작자를 고용하고 있는 거대자본과 권력에 의해 독점되고 통제된다는 점에서 일반 네티즌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MS사가 부당한 시장독점을 도모했다는 이유로 미국법원에 의해 철퇴를 맞은 반면, copyleft 정신에 충실한 ‘리눅스’가 새로운 OS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현상도 이같은 움직임이 반영된 것이라 판단된다.

벤처 거품론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지만,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human capital에 기반을 둔 벤처와 e비즈니스야말로 여전히 강력한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접근통제를 위해 말뚝박기에 골몰하기에 앞서 ‘내 것’을 공유함으로써 더 훌륭한 ‘우리 것’이 탄생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독점과 공유의 황금률을 찾는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내가 더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거인의 어깨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아이작 뉴튼의 명제는 뉴 밀레니엄 시대를 맞는 우리들의 화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고문은 Copyleft에 의해 보호됩니다. Copyleftⓒ 2000 by 조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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