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e Option의 예 하나 - 태조의 건원릉
대립된 두가지 주장이 있을 때 이를 절묘하게 결합하는 제3의 대안을
“Creative Option"이라고 합니다.
위에 나와 있는 사진이 바로 태조 이성계가 묻힌 ‘건원릉’입니다.
구리시 소재 동구릉 안에는 태조를 시작으로 아홉 기의 능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특히 태조 이성계의 능은 외견상으로도 카리스마가 넘칩니다.
왜냐하면 다른 능은 ‘미끈한 잔디’로 봉분을 했는데 비해, 이성계의 건원릉은 ‘억센 억새풀’이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여러 견해가 있으나 다음의 설이 정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성계는 자신의 두 번째 부인인 강씨(신덕왕후)를 총애했습니다.
그러나 그 총애로 인해 신덕왕후의 둘째 아들인 방석을 세자로 책봉하면서 문제가 불거져 결국 제1, 2차 왕자의 난이 발생하고 방석은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그 자세한 내용은... http://www.jowoosung.com/book/book_view.asp?number=368&category_number=2&subject=&keyword=&gotopage=1)
그리고 3대 왕으로 오른 태종(이방원)은 (이미 세상을 떠난) 신덕왕후에 대한 대접을 소홀히 했습니다.
이성계는 신덕왕후의 능 옆에 묻히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들어 줄 태종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성계는 이렇게 유언을 남깁니다.
“나를 조상님들이 묻혀 있는 함흥 땅에 묻어다오.”
태종은 이성계 승하 후 고민에 빠집니다.
조선의 창업자인 태조 이성계를 함흥땅에 모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태조와 사이가 안좋았던 것에 마음이 쓰인 태종은,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까지 지키지 않았다는 불효자라는 낙인은 찍히기 싫었던 것입니다.
고민 끝에 내 놓은 묘안이 바로,
묘자리는 한양 근처에 쓰되,
무덤을 덮는 봉문은 함흥지방의 흙과 억새로 하기로 한 것입니다.
결국 ‘아버지의 유언’과 ‘그 유언을 현실적으로 따르기 어렵다’는 그 두가지 상반된 입장 속에서 아주 절묘한 창조적인 대안(Creative Option)을 도출한 사례로 평가될 만 합니다.
함흥 억새는 함흥 지방 흙 위에서만 자란다고 합니다.
그래서 벌초도 1년에 딱 한번만 한식 때만 한다고 하는군요.
억새를 죽이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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