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참 좋아한다.
2002년도에 한국판 뮤지컬을 처음 보고는 너무 감동해서 CD를 외울 정도로 듣고 다녔고, 2005년경인가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도 여러 차례 봤었다.
2006년 브로드웨이 오리지날 팀들이 왔을 때도 두어 번 봤었고.,
뮤지컬이라는 쟝르에서 감동을 받기란 참 쉽지 않은데, 이상하게 “오페라의 유령”만큼은
볼 때마다 가슴이 찡하다.
그 뮤지컬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 바로 여주인공 크리스틴이 팬텀(유령)에게 키스를 하는 장면이다.
팬텀에게 붙잡힌 크리스틴을 구하기 위해 달려온 크리스틴의 약혼남 “라울”이 팬텀에게 죽임을 당하려는 직전에,
크리스틴은 팬텀에게 저주를 퍼붓다가 갑자기 돌변해서 팬텀에게 강렬한 키스를 하게 되고,
팬텀은 어질어질 비틀거리면서 크리스틴과 라울에게 “여길 떠나라. 둘다 여길 떠나. 그리고 너희들이 여기에서 본 것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면서 절규한다.
질투심과 배신감에 사로잡혀서 자신의 연적인 “라울”을 죽이려 하다가
크리스틴의 키스 한번에 마음을 고쳐 먹은 팬텀…..
내가 봤던 많은 영화나 문학작품에서 나오는 여러 키스 들 중 오페라의 유령 마지막 부분에서 나오는 이 키스야 말로 참으로 복잡하고도 미묘한 키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과연 팬텀은 크리스틴의 키스를 받고서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꾼 것일까? 왜 갑자기 라울과 크리스틴을 떠나 보내기로 한 것일까?
오페라 유령 작품 해설집이나 평론집들을 보면 대략 이런 해석을 한다.
평생 사랑을 받지도 못하던 팬텀이, 마지막에 가서 크리스틴의 뜨거운 사람이 담긴 키스를 받고는 마음속의 응어리가 눈녹듯이 녹아버리고는 진정으로 크리스틴을 용서할 수 있었고, 크리스틴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게 되었다……라고.
과연 그것이 작가가 생각한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아무리 봐도 그 키스의 의미, 그리고 그 당시 팬텀이 느꼈을 마음이 그런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이런 것 아니었을까?
팬텀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면서 키웠던 크리스틴이, 자기보다 훨씬 멋지게 생긴 귀공자 라울과 사랑에 빠진 것을 뒤늦게 알고는 죽음보다 더한 질투심과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크리스틴을 납치해서 지하 동굴로 데리고 왔는데
아… 이 잘난 라울은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크리스틴을 구하러 온 것이다.
한 술 더 떠서, 크리스틴은 라울을 살려 달라고 울면서 애원한다.
분노에 찬 팬텀은 크리스틴에게 “라울과 팬텀 중 한 명을 선택하라”고 강요한다.
크리스틴은 그 상황에서, 누구를 선택하는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팬텀에게 키스를 했다.’
과연 크리스틴의 키스가, 크리스틴이 팬텀을 선택했음을 의미하는 것일까?
난 아니라고 본다.
그 키스를 받은 순간의 팬텀의 마음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내가 볼 때는, 그 때의 크리스틴의 키스는, 그 어떤 강렬한 저주보다도 더 강한 팬텀에 대한 저주의 상징이었다.
“에너지”와 “열정”이 있어야만 분노도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틴의 그 키스를 받은 팬텀은 더 이상 크리스틴에 대한 에너지와 열정을 가질 수 없었기에 분노도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야말로 완벽하게 절망한 것이다.
그제서야, 팬텀은 자신의 비참한 현실을 냉정하게 깨닫고는 크리스틴을 놓아준다.
협상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 크리스틴은 아주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를 완벽하게 무력화시키는 행위를 한 것이다. 그 키스로…….
(크리스틴은 그런 의미에서 대단히 훌륭한 negotiator다)
키스를 마치고, 팬텀의 손에 떠밀려 크리스틴과 라울이 떠나면서 사랑의 이중창을 부를 때 멀리서 그 소리를 들으면서 흐느끼던 팬텀의 모습은 매번 그 공연을 볼 때마다 나 스스로를 울컥하게 만든다.
난 그 장면이 나오기 몇 분 전부터, 오로지 팬텀의 표정에만 집중한다.
팬텀의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은 바로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절망이 담긴 것이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런 의미에서 오페라의 유령 ending은 참으로 잔인하다.
그래서 나는 크리스틴이 팬텀에게 키스를 하는 그 장면에서
항상 온 몸이 오싹해진다.
그 키스야 말로 한 영혼을 ‘박살’내는 무서운 키스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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