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 변호사의 멘토 사마천 (19) 사마천이 평가하는 항우 


개인적인 능력이나 집안배경 등에 비추어 봤을 때, 도저히 유방은 항우의 적수가 아니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유방이 승리했고, 항우는 패배했다.


항우의 스타트는 순조로왔다.


그는 용맹함과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단 3년 만에 제후들을 복종시켰다. 자신을 패왕이라 부르게 했던바, 천하가 곧 항우의 수중에 들어올 것 같았다.


그러나 항우의 문제는 정치를 몰랐다는 점, 측근들을 믿지 않았다는 점, 무엇보다 대세의 흐름과 민심의 동향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또 그의 치기어린 마음도 한 몫했다. 오로지 고향 사람들에게 으스대기 위해 관중을 버리고 자신의 고국인 초나라와 가까운 곳에 도읍을 정한 것도 대세를 거스른 결정적 실책이었다.


항우는 자기과시가 심했다.


사마천은 다음과 같이 항우를 평가했다.


“스스로 공로를 자랑하고 자신의 사사로운 지혜만 앞세움으로 인해, 과거의 행적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채 그저 힘만으로 천하를 굴복시키려다 5년 만에 나라를 망치고 스스로의 몸도 망쳤다.”


“그러면서도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왜 패했는지 깨닫지 못하고,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한 것이지, 내가 싸움을 잘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애꿎은 하늘을 원망했다.”


유방의 행동은 다소 음험하고 기분 나쁜 측면이 있었지만 끈질겼던 반면, 항우는 통쾌했지만 단순했다.


유방의 카리스마는 위기상황에서도 포기를 몰랐지만, 항우의 카리스마는 결정적인 순간에 맥없이 무너졌다.


항후가 마지막 해하 전투에서 아끼는 애첩 우희(우미인)를 데리고 와서 “우미인이여, 우미인이여, 그대를 어찌할까?”라는 죽음의 이별노래를 부른 것은, 항우의 기질이 궁극적으로는 낭만에 바탕을 두고 있었음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리더의 카리스마는 현실이지 낭만이 아니다.


사마천은 몇 번의 전투에서 승리하는 장군이 아니라 큰 전쟁에서 승리하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항우가 가졌던 단점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넌지시 제시하고 있다.





조우성 변호사의 고전, 역사에서 배우는 협상이야기


제1화 사면초가


▢ 사례


초(楚)의 항우가 한(漢)의 유방(劉邦)군에 패하여 해하(垓下)에서 포위되었을 당시 사방을 에워싼 한나라 군사 속에서 초나라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항우는 크게 놀라, "한나라가 이미 초나라를 점령했다는 말인가, 어째서 초나라 사람이 이토록 많은가" 라고 슬퍼했다.


나아가 초나라 노래를 불러서 초나라 군사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자극하자, 사기도 낮은 데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지다 보니 병사들은 대거 탈영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한나라 고조가 꾸며낸 심리작전이었다. 


결국 그 다음 날 항우는 겹겹의 포위를 뚫고 나가 오강(烏江, 안휘성 화현 동북쪽)에 이르렀는데, 그 때 항우의 곁에는 이십여 명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항우는 오강 기슭에서 목을 베어 자살했다.


-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紀)〉 - 






▢ 분석


한 군이 초 군을 상대함에 있어 특이한 점은 무력을 쓰지 않고 초나라 노래(楚歌)를 불렀다는 점이다. 이를 협상론적으로 분석해 보자.


<1> 협상론적 분석


초나라 병사들은 외형적으로는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즉 우리는 너희들과 싸우겠다는 Position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속마음(interest)은 ‘과연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혹시라도 한나라 군사가 이기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이 있었을 것이다.


나아가 그들의 깊은 내면(hidden interest)에는 ① 내가 투항하면 과연 살려줄까? ② 아, 정말 고향생각이 난다. 어른들은 잘 계실까?라는 마음이 존재하고 있었다.






<2> 상대의 interest를 감안하고 그에 집중하라.


한의 유방은 우선 한나라 군영에서 초나라 노래를 부르도록 함으로써 ‘우리 군사 중에는 이렇게 초나라 군사들도 많이 넘어와 있다. 이제 대세는 기울었다.’라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 이는 상대방(한나라 군사와 항우)의 interst를 고려한 심리전이었다.


<3> 상대방의 숨은 욕구, hidden interest를 자극하라.


유방은 초나라 병사들에게 초나라 노래를 들려줌으로써 


① 우리 군영에는 투항한 초나라 군사들이 많아. 그래도 우린 죽이지 않아. 그러니 걱정말고 투항해. 라는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② 너희들 고향 생각 많이 나지? 여기서 죽으면 개죽음이야. 고향에 가서 가족들 만나야 하지 않겠니? 잘 생각해봐. 라는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초나라 병사들의 숨은 욕구(hidden interest)를 자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Tip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위 사례에서도 전면전이 아닌 상대방에 대한 심리적으로 승기를 잡았고, 이 과정에서는 상대방의 내면 세계를 파악하는 작업이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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