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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변호사의 에토스이야기 : 실수를 했을 때는 그 이후가 중요하다

나를 세우는 ETHOS/Thoghtful

by 조우성변호사 2012. 5. 2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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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변호사의 에토스이야기 : 실수를 했을 때는 그 이후가 중요하다


분야 : Ethos > Thoughtful


K는 청년 창업가인데, 우연히 어떤 모임에서 알게 되어 안면이 있는 사이였습니다.

어느 날 저녁 여덟시쯤 K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변호사님, 그 때 00대학교 000교수님과 친분이 있으시다고 하셨죠? 현재 저희가 수주를 추진하는 정부 과제 관련해서  000교수님이 key man 이라는 정보가 있어서 그러는데요, 제게 연락처를 가르쳐 주시고 그 분께 말씀 전해 주시면, 제가 연락 드려서 한번 찾아뵙고 저희 회사 소개를 좀 드리고 싶은데요,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저는 그 전화를 받고 상당히 언짢았습니다.


우선, K와는 두번 만나서 간단히 인사만 나눈 사이일 뿐, 아직 그 회사 내용을 잘 모르는데, 다짜고짜 자기 회사 비즈니스 관련해서 누구를 소개해 달라는 것이 그랬고, 

분명 000교수가 심사위원의 입장이라면, 공식적인 루트가 아닌 이러한 비공식루트를 통해 응모자와 만나는 것은 대단히 부담스러울텐데 그런 고려도 없이 무작정 부탁하는 것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 그 일은 좀 민감한 사안 같기도 하고, 제가 아직 K사장 회사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바로 소개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완곡하게 거절의 의사표시를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그나마 나쁘지 않았던 K에 대한 인상은 완전히 구겨졌고, 앞으로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이틀 뒤에 K로부터 장문의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내용인 즉슨 이랬습니다.


1) 이틀 전에는 정말 죄송했다.

2) 사실 신규 투자를 위해서는 이번 국책 과제를 따 내는 것이 너무 중요했다. 현재 자금 사정이 너무 안좋은 상황에서 어렵게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 000교수인 것을 알았고, 지난 번 사석에서 조변호사께서 000교수와 친분이 있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 생각이 나자, 앞뒤 가리지 않고 전화를 드렸던 것이다.


3) 그런데 막상 전화를 끊고 보니, 자신이 얼마나 경솔했는지, 그리고 조변호사께서 얼마나 입장이 난처했을 것인지, 그제서야 생각이 들었다.

4) 노루를 쫓다보면 산을 보지 못한다는 옛말이 있듯이, 제가 그 때 워낙 급했기 때문에 본인 생각만 하고 조변호사님을 힘들게 했다. 


5) 오히려 그렇게 거절해 주셔서, 제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6) 아직 패기 뿐이고, 수양이 덜 된 후배가 저지른 잘못을 널리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사람 마음이란 것이...

막상 이 매일을 보고 나니, K에 대한 불편했던 마음이 눈녹듯 사라졌습니다. '그래, 사람이 급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그로부터 두달 뒤, 저는 자연스럽게 K와 000교수의 식사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미 K가 말하던 국책과제는 다른 회사에서 수주한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000교수에게 K를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내가 아주 아끼는 후배일세, 훌륭한 친구라구. 앞으로 동생처럼 생각하고 많이 가르쳐주게나.'


그 뒤 우리 세명이 참여하는 식사자리를 2번 정도 더 가졌고, 그 이후 000교수와 K는 좋은 선후배 사이가 되었습니다. 물론 K의 사업에 대해 000교수가 좋은 조언을 많이 해줘서 실질적인 도움도 얻었구요.


결국 K는 처음에는 경솔한 실수를 저질렀지만 그 다음 대응을 잘 했고, 오히려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얻은 것입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법입니다.

상황에 몰리다보면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할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뒤 수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그 실수가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K를 통해 저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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