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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프로젝트 : 고전의 숲을 거닐다(8) 시정잡배들의 우정 - 시도지교

지식창고/고전의숲

by 조우성변호사 2012. 1. 16. 12:18

본문

관포지교와 반대되는 사자성어

“시도지교(市道之交)”

 

1. 출전

 

《史記 중 염파. 인상여 열전(史記 廉頗. 藺相如 列傳)》

 

2. 시도지교의 뜻

 

시도는 시장에서 사고 파는 장사치의 원칙이란 뜻으로, 이해득실(利害得失)에 따라 변하는 진실치 못한 사귐을 의미

 

3. 사기에 나오는 스토리 요약

 

#1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명장 염파(廉頗)에게는 식객(食客)이 많았다.

싸움에 나갔다 하면 이기고 돌아오곤 하여 왕으로부터 하사 받은 땅과 재물(財物)이 넉넉하여 곧잘 식객들에게 술자리를 베풀고 어울려 놀았다.

 

#2

왕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던 그가 진(秦)나라와의 일전(一戰)때 왕의 오해(誤解)를 사게 되어 벼슬에서 쫓겨 났다.

그러자 그의 식객들이 염파를 떠나버렸다.

 

#3

얼마 지나서 염파가 재등용(再登用) 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뿔뿔이 떠났던 식객들이 다시 몰려들었다.

그리고 전처럼 염파에게 아유구용(阿諛苟容=남에게 아첨을 하며 구차스러운 짓을 하는 일)하는 것이었다.

염파는 역겨워 식객들을 쫓아내려 했다.

#4

그러자 어느 식객이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화를 내실 일이 아닙니다.

무릇 세상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곳에 붙게 되어 있습니다.

군주(君主)에게 권세가 있을 때에는 군주를 따르고 권세가 떨어지면 군주를 떠나는 것입니다.

이보다 확실한 건 없습니다.”

 

이 말을 듣고 염파는 탄식하며 말했다.

이것이 바로 市道之交(시도지교) 구나.

 

 

4. 이 글과 반드시 같이 봐두어야 할 글 – 맹상군 열전의 한 대목

 

#1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재상이었던 맹상군이 군주의 신임을 받고 부귀가 극성했을 때는 휘하에 식객이 수천 명 있었으나,

군주의 신임을 잃어버린 이후에는 그 많던 식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경험했다.

 

#2

결국 맹상군은 식객 풍환의 덕에 다시 복직을 하게 되었는데(관련 고사성어는 바로 ‘교토삼굴’ http://srmin.net/7219),

예전의 식객들이 몰려들자 그들을 내쫓으려 했다.

그러자 풍환이 이를 말리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한다.

#3

生者必有死는 物之必至也오,

富貴에 多士요 貧賤이면 寡友는 事之固然也라

 

“살아 있는 자가 반드시 죽는 것은 사물이 반드시 이르는 바요,

부귀할 때 선비가 많고 빈천할 때 친구가 적은 것은 일이 진실로 그렇게 되는 바인 것입니다(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4

 

今君失位에 賓客皆去하니 不足以怨士로되 而徒絶賓客之路이니 願君 遇客如故이어다.

孟嘗君再拜曰敬從命矣하리니 聞先生之言하고 敢不奉敎焉가.

 

지금 군이 직위를 잃고 빈객이 모두 떠나간 것을 두고 그들을 원망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원망한다면 이는 선비들이 다시 공에게 돌아오는 길을 끊어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원컨데 군께서는 옛날처럼 객을 대우하여 주십시요.

 

이에 맹상군이 두 번 절하며 말하길

“삼가 그 명에 따르겠소. 선생의 말씀을 듣고 어찌 감히 가르침을 받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하였다.

 

5. comment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부인할 수 없는 인간의 이기심과 나약함이라 할 것입니다.

 

현명한 신하는 화가 난 주군에게 이렇게 조언을 합니다.

 

“화를 내지 마십시오.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이치, 인간사의 모습입니다.”

사마천은 굳이 성선설(性善說)과 성악설(性惡說)을 거론하면서 거창하게 말하지 않더라도,

이익에 초연하기 힘든 것이

팍팍한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의 솔직한 모습이라는 것을,

따라서 이런 모습을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 이야기들을 통해 담담하게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p.s. 관포지교 컬럼 : : 
http://jowoosung.tistory.com/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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