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씨의 의로운 희생,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
마지막까지 세월호 승객들의 구조를 위해 노력하다 끝내 목숨을 잃은 '박지영'씨가 '의사자'(義死者)로 인정될 수 있도록 네티즌들이 청원을 벌이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의사자로 인정되어야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고, 유족들에게 보상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할머니를 모시고 살았다는 박지영씨에게 의사자 인정은 꽤 의미가 클 것 같았다.
'의사자'는 재난 상황에서 구조활동을 하다가 돌아가신 분들을 의미하는 용어다.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특별법이 제정되어 있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나는 변호사로서 ‘당연히 박지영씨는 의사자로 인정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어 관련법 조문을 뒤적여 보았다.
의사자에 관한 내용을 정해 놓은 법은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에 따라 의사자로 인정이 되면 훈장 수여(제7조). 보상금 지급(제8조), 의사자 유족에 대한 취업보호(제13조), 국립묘지 안장(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그런데 ‘의사자’의 정확한 정의(定義)를 보니, 왜 청원이 진행되고 있는지 이해가 됐다. 위 법에서 말하는 의사자가 되려면 '직무 외'의 행위로서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해야만 한다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제2조 제2호). 즉, 의사자로 인정되려면 '자신의 직무'가 아닌 행위로서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해야만 하는데, 고 박지영씨는 세월호의 '승무원'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승객을 구조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자신의 직무'로서 한 것이므로, 의사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의사자로 인정받으려면 주소지 또는 구조행위지를 관할하는 시장 · 군수에게 의사자 인정신청을 해야 하고(법 제5조 제1항), 그 신청을 받으면 의사자 심사위원회가 의사자 인정 여부를 심사하여 결정하게 된다(법 제4조).
통상 이런 심사위원회는 그 인정여부를 정함에 있어 법조문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기에, 의사자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는 결국 소송으로까지 일이 확대된다.
관련 기사를 검색해 봤더니, 박지영씨는 세월호 승무원이긴 하지만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이었고, 임무 내용도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으로는 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배를 책임지는 선장이 선원법상의 재선(在船) 의무(배에 끝까지 남아 있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고 먼저 탈출해 버린 상황에서도, 자신의 구명조끼를 학생들에게 넘겨준 후 지속해서 인명구조 활동을 하다가 사망한 박지영씨의 행위를 감안해 보면, 의사자로 인정될 충분한 사유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라도 박지영씨가 의사자 인정을 받는 과정에 어려움이 생긴다면 뜻있는 변호사들이 논리를 보완해 주어야 마땅하며, 유족들이 동의한다면 나라도 그 일에 나서야겠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부쩍 우리는 헐리우드 히어로 물에 열광한다. 사람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순식간에 나타나 사람들을 구해주는 영웅들.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구나라는 생각을 이번 진도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뼈저리게 절감했다.
하지만 그 절망의 순간에 다른 이들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마다하지 않는 고 박지영씨 같은 분들도 있다. 그분들이야 말로 영화가 아닌 현실 속의 영웅들이다. 박지영씨가 의사자로 인정되어 그에 합당한 예우를 받는 것, 남아있는 우리들이 해야 할 첫번째 숙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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