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티베이터 김도윤] 사실, 대형 로펌이 김앤장도 있고, 율촌, 광장도 있는데 태평양은 그 중에서 뭐가 좀 다른가요? 태평양의 주력 사업이 어떻게 되나요?
[조우성 변호사] 음, 대략 평가하기를 태평양은 송무가 발달해 있다고 해요. 로펌이 하는 일이 자문과 송무가 있어요. 자문은 계약 같은 거 협상 하는 것이고, 송무는 소송이에요. 태평양은 이 소송 업무에 전통적으로 강한 로펌이고, 또한 변호사들이 시골 출신들이 좀 많은 데가 태평양이에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음, 어디 출신이세요?
[조우성 변호사] 저는 경남 밀양이에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그러면 변호사님은 태평양에서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조우성 변호사] 파트를 몇 군데 돌아다니다가, 한 6년 전부터는 기업 소송 파트를 주로 맡고 있어요. 아무래도 로펌이다 보니까 의뢰인들이 기업들이 많거든요. 로펌에 있으면 제너럴리스트가 될 거냐, 스페셜리스트가 될 거냐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보통 대형 로펌에 들어오는 이유는 큰 조직에서 한 분야를 좁고 깊게 파는 스페셜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생각 때문이 많거든요. 젊은 변호사들이 그래서 많이 지원을 하는 거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로펌에서는 제너럴리스트들이 필요하거든요. 저는 제너럴리스트의 길을 택한 거예요. 소송도 금융 소송, 건설 소송, 공정거래위 소송 등 종류가 많거든요. 저는 좀 더 넓게 해보고 싶어서 일반적인 기업 소송을 택했어요. 어느 분야에 특화되지 않은 소송들, 여러 분야가 짬뽕되어 있는 소송들, 그런 소송들을 주로 하는 태평양의 제너럴한 파트가 기업 소송 파트예요. 거기에서 지금 6년째 근무하고 있고, 태평양에서 일을 한 지는 이제 올해로 17년 째예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중간에 다른 곳에서 근무를 하셨던 것 같은데?
[조우성 변호사] 제가 중간에 사업을 좀 했었어요. 그게 (주)로앤비라고 하는 법률 포탈 사이트예요. 제가 태평양에 들어온 게 1997년인데, 1998~1999년 한국에 한참 벤처 붐이 불어서 약간 바람이 든 측면도 있고, 또 비즈니스란 게 변호사라는 것보다 참 멋져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법률과 관련된 비즈니스를 해볼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하다가 법률 포탈 사이트를 하나 만들자고 생각한 거죠. 근데 제가 자금이 있는 게 아니니까 태평양 측에 제안을 했죠.
그러니까 태평양에서는 '네가 한 번 내부 변호사들한테 IR을 해 봐', 그래서 내부 변호사들한테 IR을 하고, 그 변호사들이 1당당 500~1,000만원 이렇게 투자해서 5억을 모으고, 법무 법인도 매칭펀드로 5억을 해서 총 10억을 가지고 일종의 회사가 지원한 벤처 회사를 만들었죠. 그게 1999년도예요. 그때는 변호사를 잠시 쉬고, 1999년부터 2003년 초까지 로앤비라는 회사에서 약 3년간 마케팅 기획이사로 근무하면서 마케팅도 하고 세일즈도 하면서 경영자로서의 길을 걸었죠. 그러다가 2003년도에 다시 복귀를 했어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왜 복귀를 하셨나요? 잘 안 되셨나요?
[조우성 변호사] 잘 안 되지 않았어요. 로앤비는 법조인들이 가장 많이 쓰고 있는 법률 포탈 사이트가 되었고, 약 10년 동안 한국 법조 문화에서 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다가 작년에 영국의 톰슨 로이터 그룹에 상당한 차액을 남기고 팔았어요. 그래서 기존 경영진은 그대로 가고 있지만, 태평양과 태평양 변호사들은 이제 투자한 자본을 exit를 한 거죠.
저는 원래 할 때 계속 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고 initiate 역할을 좀 했던 거죠. 원래 제 본업은 변호사니까요. 그래서 initiate 역할을 3년 정도 하고 저는 다시 복귀를 했죠. 근데 그때 경영자로서의 경험이 그 뒤로 변호사를 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그 전에 변호사로서 클라이언트를 대하거나 세상을 바라볼 때의 view하고, 경영자로서 한 3년 간 하고 난 다음에 변호사로서의 마인드나, 세상을 바라보는 view는 많이 바뀌었어요. 박스 밖에서 한 번 변호사들을 보고 다시 박스 안으로 들어온 거니까요. 그래서 비즈니스 oriented 된 변호사로서의 삶을 2003년도부터 살게 되었고, 그것이 지금 제가 하는 많은 행동들하고 다 연관이 되어 있어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음, 그게 아무래도 변호사님만의 장점일 수 있겠네요. 사실, 다른 변호사님들은 다 변호사만 하니까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변호사님 자료를 찾아 보니까 강의와 기고도 하시고, SNS로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도 하고 계시더라고요. 거기다가 블로그 1일 방문자는 거의 1,000명에 육박하시던데, 그렇게 대부분의 변호사님들이 퍼스널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나요?
[조우성 변호사] 음, 퍼스널 브랜드를 하겠다고 처음에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원래 제 마음 깊숙이에는 대형 로펌 변호사로서 갖고 있는 채무의식 같은 게 좀 있었어요. 대형 로펌에 있다 보면 클라이언트들이 대부분 수임료를 비싸게 받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이에요. 저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로마 시대 검투사다 라는 표현을 쓰는데, 주인을 위해서 콜로세움에서 상대방과 칼 들고 싸우는 거죠. 그런데 실제 싸움을 하다 보면, 법적으로 되게 취약한 것은 사실 중소기업이라는 거죠. 근데 대형 로펌에 있다 보니까 대기업의 의뢰를 받아서 중소기업과 싸우는 그런 경우들이 많았어요. 저는 그게 어느 순간 마음이 좀 불편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아, 내가 뭔가 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채무의식을 좀 덜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라고 고민을 했었죠.
그런데, 제 성격 자체가 좀 내향적인 성격이라서 일찌감치 하이텔 시절부터 커뮤니티를 만들고 정보를 올리는 온라인하고 좀 친했었어요. 사람들은 제가 그룹을 많이 운영하다 보니까 외향적이라고 오해 하시는데, 온라인을 많이 하는 사람치고 외향적인 사람은 별로 없거든요. 저는 그래서 1996년부터 하이텔에서 커뮤니티를 만들었어요. 그 당시 저는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법무관 시절이었는데, 고시를 공부하기 위해서 신림동까지 와서 비싼 돈을 들이는 많은 고시생들을 봤어요. 그때, 제가 갖고 있는 수험 정보를 하이텔로 나누면 어떨까 싶어서 F1이라고 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었죠. F1이 컴퓨터로 도움말이잖아요. 그래서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 변리사 시험 같은 국가 라이센스 시험을 치는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계속 정보를 올렸었어요. 그때 고시 공부를 했던 친구 중에 나승철 변호사라는 젊은 친구는 올해 서울지방변호사협회 회장이 됐어요. 그리고 지금 법조계 가도 그때 F1 멤버였던 친구들이 꽤 많아요. 그렇게 원래부터 온라인에 되게 익숙했었죠.
[모티베이터 김도윤] 아, 어떻게 보면 그분들이 변호사님의 후배들이니까 되게 뿌듯하시겠네요.
[조우성 변호사] 네, 되게 뿌듯해요. 그때는 멋도 모르고 시작한 건데, 96년 12월부터 99년까지 그 커뮤니티를 운영했었는데 나중에는 회원 수가 6,000명쯤 되고 그랬었죠. 그러면서 제가 뭔가 알고 있는 걸 나눈다는 게 보람 있다는 느낌을 가졌었죠. 그 후 온라인 활동을 좀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페이스북을 만나고 되었어요. 페이스북이라는 툴 자체가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상당히 좋은 영향도 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오랫동안 했던 변호사 업무에서 배웠던 노하우들을 계속 올리기 시작했었죠. 대형 로펌에 비싼 돈을 내고 도움을 청하기 힘든 중소기업, 1인 기업, 청년 창업가, 자영업자 등 정말 법률 지식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를 나눠주기 시작했어요. 그게 재미있더라고요.
시작한 취지는 제가 원래 그런 거를 좋아했었고, 제 마음 속의 채무의식도 있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계속 제 주위에 모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이 제 콘텐츠를 좀 더 편하게 보기 위한 방법으로 그룹을 만들기 시작했고, 지금은 제가 관리하는 커뮤니티가 CEO talk, Manager talk, Lawyer talk, Young talk 등 총 4개가 있어요. 그런데 그룹을 만드니까 사람들이 이제 오프라인 모임도 한 번 하자고 된 거죠. 그러면 제가 나가서 또 얘기를 해야 되잖아요. 사실, 제가 리더가 되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그룹을 만들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저는 모임에 앞장서는 사람처럼 보이는 거죠. 저는 바깥에서 술 먹는 날짜가 1년에 열흘도 안 돼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지금도요? 이렇게 모임을 많이 하시는데요?
[조우성 변호사] 바깥에서 의뢰인이나 다른 분들이랑 술 먹는 걸 거의 안 해요.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저녁에는 그냥 책 보고, 글 쓰고 연구하는데 활용해요. 모임을 가더라도 저는 모임을 주도하고 강의한 다음에 헤어지는 거죠.
[모티베이터 김도윤] 뒤로 빠지시는 건가요?
[조우성 변호사] 네, 2차 가고 이런 것도 잘 못하거든요. 저는 온라인은 되게 강한데, 오프라인은 의외로 좀 약해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그러면, 뒤에 술자리를 안 가는 거는 술을 별로 안 좋아하셔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 뒤에 자리에 조금 부담스러우실 것 같아서 그런 건지?
[조우성 변호사] 아, 술도 별로 안 좋아하고 시끄러운 공간에서 큰 소리로 얘기하는 것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조용한 공간에서 필요한 얘길 하는 건 잘 하는데, 그래서 사람들이 좀 의외라고 하는 편이에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아, 사람마다 성격은 다른 거니까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CEO talk라고 해서, 중소기업 분들이 네트워크가 약하니까 연결시켜주는 일을 하시잖아요. 근데 어떻게 보면 오해를 받을 수 있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 "아, 저 사람이 이걸 연결시켜주고 나중에 변호 쪽으로 어떻게 수익을 높이려고 한다" 든가, 운영 상의 오해라든가, 아니면 남들이 잘 안 하는 걸 하심에 있어 혹시라도 힘든 부분이 없으신지?
[조우성 변호사] 일방적으로 베풀기 때문에 오해는 없죠.
[모티베이터 김도윤] 그럼, 운영 상에 힘드신 점은 하나도 없으신가요?
[조우성 변호사] 아, 이런 건 있어요. 모든 커뮤니티가 다 그렇겠지만, 커뮤니티에서 서로 알게 되면 같은 커뮤니티 사람이기 서로를 믿는 거죠. 그런데 사실은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이 있을 수가 있어요. 커뮤니티에서 만나서 자기가 어떤 일을 한다 그래 놓고 만나서 같이 한 번 해보자 라고 했는데, 알고 봤더니 한 쪽이 제대로 준비가 안 되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이게 바깥에서 만났으면 검증을 할 텐데, 커뮤니티에서 만나다 보니까 서로 그냥 믿다 보니까 발생하는 거죠. 그런 경우에 "아, 내가 괜히 그 커뮤니티에 가서 그 사람을 너무 쉽게 믿었다" 그런 얘기들이 좀 나오긴 했었죠.
[모티베이터 김도윤] 그건, 변호사님이 아니라 내부 당사자들간의 문제이군요.
[조우성 변호사] 다만, 그게 저한테는 좀 부담으로 다가오죠. 그렇다고 제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하면서 사람들이 가입할 때마다 당신은 매출액 얼마예요? 당신은 제대로 된 사람이에요? 라고 확인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은 제가 항상 CEO 분들에게 "서로에게 책임질 행동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신중하게 판단을 하시라. 여기는 하나의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이 줄 수 있는 +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에 작은 - 효과에도 그냥 갈 수 밖에는 없는데, 그 - 효과 때문에 이걸 엎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항상 신경을 써야 되고, 조심을 해야 된다." 그런 이야기를 제가 많이 하죠.
[모티베이터 김도윤] ‘나는 로케터’ 라는 제목으로 기고를 하시잖아요. 마케팅적인 요소를 입히신 것 같은데, 그게 아무래도 이제 변호사 시장도 갈수록 많이 힘들어지니까 그렇게 시작하신 건지, 아니면 아까 말씀하셨던 로앤비 마케팅 기획 이사를 하시면서 시작하신 건지요?
[조우성 변호사] ‘나는 로케터다’는 법률 신문과 교육 전문기관인 (주)인포비랑 같이 하고 있어요. 제가 강연하는 걸 되게 좋아하고, 지금 10년째 하는데 강연의 대상과 주제를 점차 넓혀가고 있거든요. 그런데, 제 후배 변호사들을 보니까 마케팅이나 세일즈를 배울 기회가 없어요. 그리고 제가 CEO talk에 있는 중소기업 CEO들에게 좋은 마음으로 변호사를 소개 시켜주거든요. 왜냐하면, CEO talk에 있는 CEO들은 제 사무실을 이용하기가 힘들어요. 기본적으로 여기는 대기업용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CEO talk를 통해서 제가 뭐 하겠다는 생각은 없을 수밖에 없는 거죠.
[모티베이터 김도윤] 그렇죠, 비용이 비싸니까요.
[조우성 변호사]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후배 변호사들한테 CEO talk 사람들을 소개시켜주거든요. 그런데 보니까 변호사들이 제대로 응대를 못하는 거예요. 기본적으로 변호사들이 서비스 마인드가 없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고객들을 견인해 오는지를 잘 모르더라고요. 그러면서 변호사들도 '힘들어 힘들어' 그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제가 아주 오랫동안 강의했던 것 중에 협상 강의가 있는데 협상은 결국 설득이거든요. 이걸 가지고 변호사들에게 좀 가르쳐 줘야겠다 싶었죠.
법률 신문은 기본적으로 변호사들을 위한 언론 단체이기 때문에 작년에 제가 제안을 했죠. 젊은 후배 변호사들이 법률 지식은 뛰어나니까, 어떻게 고객을 응대하고, 고객을 진정성 있게 대하고, 더 베푸는지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고요. 왜냐하면 고객들은 너무 똑똑하기 때문에, 당장 내가 현실적으로 뭘 더 가져가려고 해 봤자 그렇게 안 되거든요. 오히려 그런 마음을 내려놓고,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걸 좀 가르치면 좋겠다 싶었죠. 그렇게 법률 신문에 제안을 했고 법률 신문도 좋다고 해서 작년부터 매달 한 번씩 진행을 하고 있어요.
근데 변호사들이 그 강의를 듣고 "아, 이런 강의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며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고객을 꼬실까 이런 쪽의 스킬을 가르쳐주는 줄 알았는데, 와서 강의를 들으니까 마음이 따뜻해지고, 정말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정으로 대하는 것이 진정한 마케팅이라는 걸 깨닫게 된 거죠.
저는 마케팅과 세일즈의 기본은 파는 것이 아니고 주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것이 반응이 좋아지다 보니, 유사 직역에서 요청이 많이 들어와요. 변리사, 세무사, 노무사, 회계사 분들이 우리도 그런 거 좀 해줄 수 없냐고 하는 거죠. 처음에는 그냥 가볍게 시작했는데, 전문 라이센스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진정성을 가지고 고객을 대하는가에 대한 커리큘럼을 만들고 체계적으로 강연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던 거죠. 저는 젊은 변호사들게 올바른 길을 제시해주는 멘토 변호사가 되고 싶은 꿈이 있어요.
제 로케터 강의를 들은 젊은 변호사들한테 강의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제가 알고 있는 기업들과 연결도 시켜 줘요. 제가 최근에 페이스북을 통해서 알게 된 SK증권의 서OO 송파 센터장님 같은 경우, 센터에 지점이 되게 많거든요. 그러면 제가 얘기를 하는 거죠. SK증권이 증권사니까 기본적으로 상품만 팔 텐데, 거기 VIP 고객들한테 좀 더 추가적인 밸류를 주면 어떻겠냐? 제가 이렇게 제안을 하는 거죠. "마케팅으로 무장된 변호사 10명과 핫라인을 개설해 줄 수 있으면 좋아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센터장님은 좋아하죠. 왜냐하면, VIP 고객들이 혹시라도 법률적인 문제가 있으면 "10명의 변호사가 조인을 했습니다" 라고 말하면 되는 거잖아요. 추가 비용 없거든요. 제가 후배 변호사들한테는 "자, SK증권의 VIP 들과 연결시켜 줄 텐데 같이 한번 해 보겠느냐." 그렇게 자꾸 플레이스를 만들어 주는 거죠. 변호사들은 이런 사건 상담을 하는 것 자체가 자기한테 기회거든요. 상담을 한 다음에 그걸 어떻게 사건으로 키울 건가 그건 본인의 몫인 거고요. 그렇게 해서 지금 SK증권 뿐만 아니고, 꽤 많은 기업들이 같이 하기로 했어요. 그 속에서 자꾸 이런 식의 커넥팅을 하는 거죠.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커넥팅이거든요. 그렇게 일거리가 없는 변호사들과 실제 변호사들과 바로 전화 한 통 하기 힘든 고객들과의 다양한 커넥팅을 하는 커넥터 역할을 하고 있죠.
[모티베이터 김도윤] 그렇게 하시는 이유는, 그냥 변호사님이 좋아서 하시는 거죠?
[조우성 변호사] 좋아서도 하는데, 제가 봐서는 이것 자체도 저한테는 뭐랄까 처음에는 브랜드화 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게 결국에는 브랜드화가 되는 거예요. '중소기업 지향적인 변호사, 변호사들을 가르치는 변호사'라는 브랜드가 쌓이고 있는 거죠. 그것 자체가 저를 많이 알리게 되니까 저한테 사건 수임으로 많이 연결이 돼요.
이런 표현을 쓰는데, 저한테는 무급 사무장들이 되게 많아요. 제가 법률 상담을 하고 돈을 안 받으면 그분은 저한테 미안하잖아요. 그러면 막 고민을 하면서 내가 어떻게 하면 저 변호사한테 좀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해요. 그런 무급 사무장들이 돌아다니면서 큰 건이 있으면 저한테 연결을 해줘요. 제가 그분들한테 "자, 제가 도움을 드렸으니까 저한테 사건을 주세요" 이렇게 절대 안 하거든요. 제가 그냥 남들 도와주는 거 좋아하다 보니까 저도 도움을 받는 거죠. 제가 지금 태평양에 있으면서도 사건이 다 아는 사람을 통해서 들어오거든요.
제가 항상 얘기하는 게 있어요. 만약, 제가 천 명이랑 친하게 지내요. 그게 온오프라인이든 상관 없고요. 근데 천 명이라는 사람들이 다 저를 좋게 생각해요. 그러면 그 천 명이 살아가면서 법률 문제가 안 생길까요? 다 생겨요. 그 다음에 천 명이 아는 사람이 또 있거든요. 그러면 제가 천 명을 알면 한 오천 명 정도가 삶을 살면서 법률 문제가 생기면 저한테 오게 되어있는 거예요. 마치, 거미가 거미줄을 쫙 쳐놓고 있으면 거기에 먹이가 걸리 듯이요.
제가 알고 있는 사람들을 점점 많이 늘리고, 그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베풀어 주면 소비자들도 알거든요. 저 변호사는 돈만 챙기는 변호사다, 저 변호사는 뭔지 모르지만 되게 도움을 준다. 그리고 제가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을 후배 변호사들한테 얘기를 하는데 그게 또 먹혀요. 저는 궁극적으로 이런 선한 영향력이 퍼져 나가면 좋다고 생각해요. 저도 30대 때는 대단히 전략적인 삶을 살았는데, 40대가 되면서부터 눈에 힘이 좀 풀리고, 어깨에 힘을 풀고 좀 편하게 가는 것이 오히려 더 멋지고, 그게 더 본질에 가깝지 않은지 깨닫기 시작한 거죠.
[모티베이터 김도윤] 아, 30대 때는 그렇지 않으셨던 거네요?
[조우성 변호사] 그렇죠. 30대 때는 실적에 급급했었고, 어느 순간에는 의뢰인이 돈으로 보이는 거죠. '이 사람이 과연 나한테 얼마만큼 사건을 줄 수 있을까, 내가 이 사람한테 이만큼 시간을 썼을 때 나한테 도움이 될까 안 될까' 자꾸 그런 계산이 돌아가는 저를 발견했는데, 몇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뒤통수를 좀 맞고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었어요. 왜냐하면, 일단 그렇게 사는 삶 자체가 사람의 영혼을 되게 피폐하게 만들어요. 적절한 예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주식을 할 때, 하루에도 몇 번씩 주식 차트의 등락을 보면서 마음이 피폐해지는 것처럼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네, 저도 경험해 봤습니다.(웃음)
[조우성 변호사] 결코 인생이란 게 짧은 승부가 아니거든요. 그리고 원래 법을 전공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이 '내가 나중에 법을 잘 몰라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겠다' 말은 그렇게 하는데 어느 순간 그게 안 되는 거죠. 저도 변호사 생활 6~7년 차 때 그 초심이 진짜 느꼈어요. 그때부터는 되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아, 되게 좋은 마인드이신 것 같아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기고 내용 중에 대부분의 분쟁이 소통의 부재 때문에 생긴다고 적으신 글이 있던데 사실은 이해관계 때문 아닌가요? 물론, 소통의 문제도 있겠지만 내가 잘못한 걸 알아도 그걸 법률적으로 인정해버린다면 나중에 큰 손해를 보니까 그럴 수 없는 부분이 더 크지 않나요?
[조우성 변호사] 그걸 보면 될 거 같아요. 예컨대 동업과 관련해서 분쟁이 되게 많거든요. 우리나라에서 동업을 하는 사람이 정말 많을 텐데 그게 다 제대로 되지는 않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동업을 하다가 잘못 된 사람들이 100명이라면, 그 중에 소송까지 가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뭔가 일이 틀어진다고 해서 다 소송 가는 건 아니에요. 소송이란 건 지극히 감정적인 부분이에요. 기본적으로 그 사람에 대한 감정적인 적개심까지 들지 않으면 소송 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니까 아주 나이스하게 웃으면서 "이거 나 줘, 안돼? 그럼 소송할게"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그렇지는 않아요. 소송 자체는 대단히 감정적인 부분이 들어가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이거 한 번 볼까요. 내가 친구한테 돈을 천 만원 빌려줬어요. 근데 친구가 돈을 안 갚아요. 다 소송 할 거 같죠? 안 그래요. 소송 하는 대부분의 경우가 이자식이 전화도 안 받고,연락도 안 받을 때예요. 근데 만약에 내가 돈을 못 갚았지만 그 친구 사무실에 가서 홍삼세트 하나 3만원 짜리 들고 와서 "친구야 정말 미안하다, 내가 진짜 힘들다" 그런 식의 소통이 있으면 소송까지는 안 해요. 대부분의 분쟁은,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그거를 풀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자꾸 피하고 도망가버리다 발생하는 거죠. 그러면 사람들은 "이자식이 나를 무시하나?" 생각이 드는 거죠. 그렇게 소송까지 간 경우, 소송 중간에 합의를 유도하죠. 합의를 유도하면 어떤 경우가 있냐하면, "야, 너 그런 사정이 있으면 진작에 얘기를 하던가" 그러면서 조정이 돼요. 그래서 저는 변호사로서 의뢰인들이 오면 소송을 하자 그러면, 저는 오히려 가급적 소송을 하지 마라 그래요. 그쪽과 만나 봤냐 그러니까 안 만나 봤대요. 그럼, 한 번 만나 봐라. 그 사람이 왜 그러겠냐고 하는 거죠.
이게 되게 중요한 이야기인데, 대부분의 법률 분쟁은 계약한 사람 간에 생기는 거에요. 생판 모르는 사람 사이에 생기지는 않아요. 그럼 계약할 때는 얼마나 따져 보겠어요. "아, 쟤는 믿을 만한가?" 누구보다도 믿을 만 하다고 생각했을 때, 계약을 체결하고 일을 진행하다 싸우는 거거든요.그걸 보면 기승전결이 있더라고요. 지금 싸우고 있더라도 처음에는 되게 좋았거든요.그러면 제가 "처음엔 좋았는데 왜 이렇게 됐나요?" 그 스토리를 쭉 물어봐요. 근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니 변호사가 소송 해주면 돼지 왜 말이 많느냐고 하는데, 저는 스토리를 알아야 되니까요. 왜 제가 그 얘기를 하게 하느냐면, 그 과정에서 의뢰인 당신도 잘못한 게 있지 않느냐는 걸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거죠.
"아니, 두 분이 그렇게 잘 지내다가 지금은 완전히 적이 됐는데, 스토리가 있지 않겠느냐? 지금은 마치 영화를 중간에 확 잘라먹은 것처럼 스토리가 이어지지 않는다. 그거를 한 번 얘기해 보세요." 그러면 그분이 얘기를 쭉 하다가 자기 스스로가 '아, 내가 그때 그 부분은 좀 잘못했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반추가 되는 거죠. 그렇게 해야 이 분도 그 사람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거거든요. 역지사지를 이 분이 해야지, 이 분이 철저히 자기 입장에만 매몰되어서는 변호사도 힘들어요. 그러니까 제가 좀 일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 분과 얘기를 통해서 '아, 이게 나도 이런 잘못이 있으니까 쟤가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래야 나중에 합의로써 풀 수 있거든요.
제일 안 좋은 변호사는 무조건 소송 비용만 받고 소송을 장려하는 변호사예요. 정말 좋은 변호사는 그렇게 하지 않아요. 보통 사람들은 객관성을 못 갖거든요. 자기 증명을 못 해요. 자기 입장만 얘기하고 막 울화통이 터지는데, 화를 내는 것은 100% 저쪽이 잘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거든요. 근데, 그 스토리 속에서 '아, 나도 잘못한 게 있구나. 아, 쟤도 화가 날만 하겠구나' 그러면 상당 부분 이성적으로 돌아와요. 그러면 저도 일하기가 쉽고, 나중에 재판을 진행하면서도 합의로 유도하기가 쉬워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개인의 문제에서는 이해가 가는데, 기업의 문제 같은 경우는 감정이 앞선다고 보기에는 훨씬 큰 집단이잖아요. 집단도 똑같나요?
[조우성 변호사] 아, 제가 볼 때에는 똑같아요. 왜냐하면 기업은 오히려 이런 거거든요. 어제의 적도 없고 오늘의 동지도 없잖아요. 수시로 바뀌어요. 오히려 제일 힘든 게 가족 간의 분쟁이더라고요. 그건 진짜 합의가 힘들어요. 기업 간의 이해관계도, 상대방을 알아야 이해관계를 알 수 있어요. 많은 기업들이 가격 때문에 계속 다투는데, 결국 보면 우리는 가격 좀 깎아주라, 그쪽은 못 깎아준다 거든요. 대부분의 기업 분쟁은, 가격 때문에 싸우는 거예요. '비싸게 사줘 vs 비싸게 못 사' 처럼, 우리는 가격 100만 원 밑으로는 안 돼, 그걸로 계속 싸우고 있거든요. 근데 그거를 자세히 보면, 얘네들은 우리한테만 팔고 있는 게 아니고 딴 데도 다 팔고 있기 때문에 우리한테 싸게 주면 가격이 다 무너진다고요. 그러니까 거기다 계속 그 얘기만 하면 안 되는 거죠. 그러한 정보를 알고 보면 '아, 저쪽 기업이 이런 거구나' 하지만 저쪽 기업은 가격은 못 낮춰 주지만, 결제 조건을 좋게 해줄 수도 있는 거죠. 예컨대 장기 계약이나 무상 업그레이드를 할 수도 있는 거고요.
상대에 대해서 알려고 노력하고 상대방을 많이 알아야 분쟁이 풀어지는데, 한 가지 쟁점만으로 싸우면 '당신 나를 무시하는 거야?' 하며 계속 그걸로 싸움이 되는 거죠. 그런데 이거는 단가를 가지고 싸우면 답이 안 나온다는 걸 알면, "싸게 하는 대신에 결제를 우리한테 현금으로 주세요" 라고 하는 거죠. 그럼 그쪽 업체도 그거는 가능하다고 할 수도 있는 거죠.
이처럼, 사람들마다 각자의 이슈가 있는데 이슈마다 무게는 다 달라요. 가격에 대한 무게는 되게 가볍고, 결제 조건에 대한 무게는 가볍고 이런 것들을 알려면 상대방을 알아야 돼요. 근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부분 분쟁이 생겼을 때, 딱 눈에 보이는 이슈만 가지고 막 싸우고 소리가 커지는 거죠. 저는 그거를 이슈 메이킹이라고 하는데, 다양한 이슈를 던져놓고 Give & Take를 하면 성공적으로 되거든요.
항상 중요한 게 협상이 제대로 안 되면 분쟁으로 가요. 그런데 "아, 부장님 입장도 제가 충분히 이해 합니다. 지금 얼마나 위에서 쪼이겠습니까. 저희한테만 싸게 했다가 당장 욕 얻어먹을 수 있잖습니까" 이렇게 상대방 입장을 파악하고 이해해 주면 협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거죠. 저는 여전히 대부분의 분쟁은 소통의 부재 때문에 생긴다고 보고, 소통이 잘 해결되면 분쟁이100%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상당 부분 없어진다고 봐요. 결국에 역지사지가 관련이 있는 거죠.
(사진을 좀 잘못 찍었네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17년 동안 변호사 하셨다고 하셨는데, 그럼 학생들이 변호사를 함에 있어 어떤 역량을 갖추면 좋을까요?
[조우성 변호사] 변호사가 갖추어야 될 역량 중에 가장 기본이 되는 역량은 논리적인 것도 있겠지만, 저는 변호사야말로 가장 전형적인 감성 노동자라고 생각해요. 제가 MBTI로 성격 분석을 하면 INFJ가 나오거든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그거 잘 안 나오지 않나요?(웃음)
[조우성 변호사] 보통 변호사들은 S나 T가 나와요. INFJ하고 가장 어울리는 직업이 카운셀러와 교사거든요. 근데 제가 봤을 때 뛰어난 변호사가 되려면 카운셀러이면서 교사여야 돼요. 보통 변호사들은 솔루션을 주려고 그러거든요. 제가 ‘나는 로케터다’에서 자주 강의하는 것 중에, '화성에서 온 변호사, 금성에서 온 의뢰인'이 있거든요. 기본적으로 변호사들은 솔루션을 막 주려고 하는데, 의외로 많은 의뢰인들은 '내 이렇게 힘들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어해요. 그리고 변호사가 "아, 정말 힘드셨겠네요" 라고 했을 때 진짜 눈물을 흘려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정말 눈물을 흘리나요?
[조우성 변호사] 정말요. 왜냐하면, 변호사를 쉽게 안 찾아오거든요. 그 사람이 열 받아서 주위 친구한테 얘기하면 "아, 네가 잘못했네" 막 더 열 받는 거죠. 집에다 얘기하면 "야, 네가 잘못된 사람을 만나가지고 말이야 돈만 날리고" 이러니까, 자기 편이 필요한 거예요. 그런데 찾아왔을 때, 변호사마저도 "그거는 사장님이 잘못하셨네요" 라고 하면 안 되는 거죠. 다른 말 필요 없이, "아, 정말 힘드시겠습니다. 제가 볼 때 그 사람이 정말 나쁘네요." 설령 그게 아니라도 일단 그렇게 말해야 그 사람의 마음의 문이 열리거든요.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으면 의뢰인은 절대 진실을 얘기하지 않아요. 의사를 만났을 때도 자기 아픈 거를 다 얘기해야 의사가 고치듯이, 변호사를 만나도 자기 얘기를 다 해야 되는데, 의뢰인들은 뭔가 자기 안 좋은 점을 변호사한테 얘기를 하면 자기를 싫어하지 않을까, 자기를 나쁘게 보지 않을까를 생각하는 거죠.
[모티베이터 김도윤] 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거고요.
[조우성 변호사] 뭔가 전심전력을 안 하지 않을까 싶은 거죠. 그래서 자기 스스로가 변호사 앞에서 IR을 해요. 근데 "아이고 사장님 다 이해합니다, 다 그러실 수 있어요." 이렇게 하면 그때 마음의 문이 열리거든요. 변호사가 그런 감성에 대한 것이 필요한 것이, 그래야 풀 인포메이션을 다 받아서 나중에 실수를 안 해요. 제한된 인포메이션을 가지고 법정에 나갔다가 뒤통수 맞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empathy, 동조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멘탈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법률 쪽에 논리력은 가장 기본이고요. 교사도 아주 엄격한 훈육관이 아니고, 이해해 주면서 끌고 가는 카운셀러와 교사의 역할이 섞여서 같이 해야 하는 거죠.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뛰어난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empathy, 공감 능력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거예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사실 변호사라고 하면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 텐데, 감성과의 조화가 중요한 거군요.
[조우성 변호사] 이렇게 보면 되겠죠. 이성적으로 뛰어난 사람은 좋은 변호사. 그 다음에 공감 능력까지 갖추면 훌륭한 변호사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아, 아주 적절한 비유시네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서울대 법학 석사까지 하셨죠?
[조우성 변호사] 대학원 다니다가 중간에 수료만 했었죠. 논문은 쓰다가 농땡이 쳐서 안 썼어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서울대 법대를 나오셨고 사법고시도 합격하셨잖아요. 그런데 사법고시를 합격하지 못해서 10년 동안 공부하는 분들도 있잖아요. 합격하는 사람과 합격하지 못하는 사람의 궁극적인 차이가 있나요?
[조우성 변호사] 제가 봤을 때는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예요. 우리나라 대부분의 시험 제도가 그렇지만 진정한 실력을 평가하기가 힘들어요. 대부분의 시험이라는 것이 떨어뜨리기 위한 문제도 많고요. 어차피 사람을 걸러내고 줄을 세워야 되니까요. 저 스스로도 대단히 운이 좋게 시험에 합격했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면 저랑 같은 해 시험을 친 사람들은 저보다 실력이 못한가? 전혀 그렇지 않죠. 공부를 이만큼 했는데, 제가 공부한 분야에서 시험에 많이 나오면 합격이 되는 거니까요. 시험이란 것이 대단히 테크니컬한 부분이고, 그 부분은 사실 인성과는 상관 없는 것 같아요. 테크닉과 트레이닝의 과정이거든요.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하우 같은 것들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사람은 어차피 기억을 망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계속 해도 밑 빠진 독이니까 물이 빠지거든요. 이거를 천천히 붓는 게 아니고 빨리 붓고, 그 다음에 딱 만땅이 찼을 때를 시험 날짜로 맞추는 거죠. 어차피 시험이란 제도를 우리가 활용을 하려면, 그 타이밍에 맞춰가지고 되게 효율적으로 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더라고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사법고시를 합격하신 분들은 대부분 기본적으로 재능이나 머리가 뛰어나신 분들이잖아요. 근데 그런 분들이 떨어진 이유가 그런 노하우나 테크니컬의 부족 때문인 건가요?
[조우성 변호사] 그거는 뭐 간발의 차이니까요. 만약에 300명을 뽑는다고 하면, 301등부터 떨어지잖아요. 줄 세우기를 하면 진짜 그건 종
이 한 장 차이예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음, 근데 10년 동안 쳐도 안 되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변호사님은 사법고시에 몇 번 만에 합격하셨나요?
[조우성 변호사] 두 번 만에 합격했습니다.
[모티베이터 김도윤] 상당히 빨리 합격하신 거네요. 그런 걸 보면 어느 정도 머리 쪽에 재능이 있으신 거잖아요. 재능과 노력의 관점에서, 정말 머리가 나쁜 친구가 단순히 노력만 한다고 해서 사법고시를 붙을 수도 있는 걸까요?
[조우성 변호사] 사람들마다 강점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강점이 없는 분야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 같아요. 달리기를 시킬 때, 동그라미 위에서 한쪽 방향으로 달리기를 시키면 1등부터 100등까지 나오는데, 360도를 달려 보라 그러면 다 1등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획일화된 구시대적인 제도에서 저도 이렇게 살아 왔는데, 다행히 저는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암기를 하는 능력이 좀 있었던 거죠. 그런 능력과 제 노력이 결합이 됐으니까 변호사를 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저는 만들기 이런 건 전혀 못 하거든요. 내가 기본 자질이 없는 상태에서 노력만으론 안 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적성 검사를 하는 이유가 사람들마다 지문이 다 다르듯이, 사람들마다 가지고 있는 탤런트도 다 다른 것 같아요. 그거를 다 한쪽에 끼워 맞추는 거는 진짜 불행한 거죠.
[모티베이터 김도윤] 사람들은 그걸 빨리 찾고, 사회는 그걸 빨리 찾을 수 있게 도와줘야 겠네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아무래도 전문직에 계시다 보니 성공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셨을 것 같은데, 성공한 사람들만의 특징이 있을까요?
[조우성 변호사] 첫 번째가 되게 디테일해요. 제가 만났을 때 디테일하지 않은 분들을 많이 봐요. 그런 분들은 대부분 하급 직원이나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람이더라고요. 근데 성공하신 분들을 보면 디테일해요. 디테일 하다고 해서, 막 이렇게 만나자마자 초반부터 사건이나 자기 일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는 게 아니고 이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분이 툭툭 챙기는 것들을 보면,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가지고 디테일하게 큰 그림과 그 큰 그림이 돌아가기에 밑에 것들이 뭐가 필요한 지에 대해서 전체적인 설계도를 정확하게 그리시는 것 같아요. Picture를 정확하게 가지시는 거죠.
두 번째가 겸손해요. 겸손이 왜 필요하냐 하면, 사람이 기본적으로 살아가다 보면 뜰 때가 있고 가라앉을 때가 있거든요. 근데, 사람들이 떴을 때 처신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떴을 때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주위 사람들을 우습게 아는 거죠. 근데 제가 본 몇몇 성공하신 분들은 나이가 좀 다 있으신 분들인데, 떴을 때 주위사람들한테 잘 해요. 그러면서 농담 삼아서 그래요. "아, 나중에 내가 어찌 될지 모르는데, 내가 잘 됐을 때 주위에 좀 베풀어 놔야지." 그렇게 말하고 항상 "아이고, 내가 운이 좋아서 그런 거지" 그러면 주위 사람들이 좋아해요. 주위 사람들이 그 사람이 계속 잘 되어가길 바래요. 근데, 혼자 잘난 척하고 그러면 주위 사람들이 싫어해요. 너 잘 되나 보자 싶은 거죠.
그런 주위 사람들의 좋은 기운들이 모였을 때랑, 나쁜 기운들이 모였을 때랑 달라요. 그게 저도 자꾸 느껴져요, 그 사람이 잘 나가도 왠지 그 사람을 몇 번 만나면서 '아, 이 사람은 좀 앞으로 잘 안 될 것 같아' 라고 느끼면 안 돼요. 또, '저 사람은 지금은 좀 힘들지만 앞으로 잘 될 것 같아' 그러면 잘 돼요. 어느 순간, 아니 나한테 예지력이 있나 왜 이렇게 잘 맞지 싶었어요. 근데, 예지력이 아니고 사람들이 다 비슷하게 느끼는 거예요. '이 사람은 싫어, 이 사람은 좋아' 그런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그런 것들이 하나의 기운이 돼서 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왜냐하면, 내가 좋은 사람이 있으면 좋은 게 있으면 막 연결시켜 주고 싶잖아요. 그 사람에게 계속 기회가 가는 거죠. 다른 여러 가지 덕목도 있겠지만 저는 디테일과 겸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성공하신 분들이 우리 사회의 멘토가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근데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의 정말 큰 잘못들은 그 성공하신 분들 중에서 많이 저지르잖아요. 변호사님은 그런 걸 잘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성공한 사람들이 앞으로는 좋은 말이나 좋은 글을 쓰는데, 실제 뒤로는 많은 잘못도 저지르잖아요. 그런 이중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조우성 변호사] 결국, 현대 사회는 점점 이미지 시대로 바뀌어 가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의 실제 모습을 그 가족이 아닌 한은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요. 우리는 점점 대중적으로 매스 미디어로 비춰지는 그 이미지 밖에는 볼 수가 없는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것에 되게 집착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근데 그런 분들은 제가 봐도 불안해요. 그러니까 저도 제 스스로를 계속 다듬으려고 하는데, 제가 잘 쓰는 표현 중에 '내게서 분리되는 것과 내게서 분리되지 않는 것'이 있거든요. 자, 차는 나하고 분리되거든요. 집, 직책, 뭐 내가 태평양의 변호사다. 내가 삼성의 부장이다 이런 건 다 나한테 분리될 수 있는 거예요. 근데, 나한테서 분리될 수 없는 건 나의 인격, 내 머리에 든 지식, 건강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나이가 들수록, 나한테서 분리될 수 없는 것을 키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 노력을 하자고 해요. 그게 베이스니까요. 베이스가 약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올라가도 그건 한 순간에 무너지거든요. 제가 변호사를 하면서 그런 사람들을 워낙 많이 봤어요.
저는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별로 부럽지가 않아요. 30대 때는, 제 친구가 됐든 누가 됐든 누가 한 10~20억 벌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저렇게 될까?' 하며 되게 부러웠거든요. 근데 요즘은 누가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하면 두 가지가 걱정이 돼요. 첫 번째는, 과연 저렇게 큰 돈이 저 사람한테 궁극적으로 득이 될까, 해가 될까. 두 번째는, 저걸 획득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을까. 그게 건강이 됐든, 인간 관계가 됐든. 그러니까, 저는 모든 건 다 대가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내 그릇이 요만한데, 그 그릇을 초과하는 행운이 오면 그릇이 깨지더라고요. 제가 그런 걸 하도 많이 봤기 때문에 그릇을 키우는 노력을 해야 되요. 나한테 왜 행운이 안 오냐를 얘기하기 전에 내 그릇을 키우고, 내 베이스를 키워야 해요. 내 베이스란 것은 인격, 지식, 체력 등과 같은 거죠.
아까 이중성이라고 말씀하셨는데, 훌륭하신 분도 있고, 훌륭하지 않은 분도 있죠. 또 지금 우리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분들 중에 훌륭하지 않은 분들도 많을 거예요. 당장 우리가 청문회 해 보면 알잖아요. 기본적으로 다 성직자 같은 사람들이 아니니까 도덕 기준이 높지는 않을 거라는 말이죠. 저는 그래서 제 스스로한테는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어요. 만약에 저도 높은 공직에 가서 청문회에서 다 까보면 생각지도 않았던 그런 부분들이 있을 수 있겠죠. 하여튼 저는 나이가 40세가 넘어가면서 나에 대한 평가는 내가 내리는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는 승소를 하면 선배들이 "야 잘했네" 이러면 되게 기분이 좋아요. 그 다음에 선배들이 "야, 너 이거밖에 못해." 이러면 기분이 나쁘고요. 평가라는 게 바깥에서 보는 거다 보니까 사람들이 바깥의 평가에 되게 민감하잖아요. 근데 제가 솔직히 최선을 다 못했고 놓친 게 있는데 우연과 행운이 겹쳐서 승소는 했어요. 근데 그건 내 것이 아니란 얘기죠. 그럼, '아, 이건 내가 잘못했구나' 하고 아차 싶은 거죠. 반대로 제가 정말 최선을 다 했는데 패소를 하거나 안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주위에서 뭐라 그러잖아요. 그렇지만 제 스스로 평가했을 때, '아 요거는 내가 최선 다했네' 하면 스스로 위안을 하는 거죠. 그러니까 잘했을 때는 '야 조우성, 너 이번에 잘 했어', 잘못했을 때는 '야, 조우성 너 정신 차려야 되겠지?' 그렇게 평가의 기준을 점점 외부에서 안으로 갖고 오는 훈련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외부의 평가에는 별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이 잡히는 것 같아요. 그게 한 40대 중반 되니까 잡히더라고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지?
[조우성 변호사] 지금 제 인생 후반기에서 많이 하려고 하는 게 강연과 집필이거든요. 아마 빠르면 올해부터 아니면 내년부터 강연과 집필 쪽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것 같아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회사에서는 그렇게 하셔도 좋아하시나요?
[조우성 변호사] 회사에서는 싫어하진 않죠. 왜냐하면, 대부분의 제 사건 수임이 거기서 이루어지니까요. 제가 어디서 강연을 1~2 시간 했다 그러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제 인생관을 좋아하는 거죠. 그러면서 "아, 저 변호사는 사기 치지는 않겠다, 저 변호사는 참 사람이 괜찮아 보이네" 하는 느낌을 갖는 거에요 그러고 헤어져요. 나중에 일이 생기면 연락이 오겠죠. 그러면 저는 그게 제 본업과 도움은 되는데, 다만 그런 사건이 와도 제가 다 못 하니까 주위에 알려 드리거든요.
저는 계속 책을 읽고, 뭔가 남에게 전달하는 걸 되게 좋아하는 것 같아요. 법정에서 어느 한 쪽 편이 되어서 변론해서 싸우는 것에서 느끼는 쾌감보다는, 여러 사람을 앞에 놓고 좋은 생각을 전파하고, 그 사람들이 제 얘기를 듣고 뭔가 느낌을 갖는 그 속에서 느끼는 희열감이 되게 크더라고요. 그래서 아마 그런 삶을 앞으로 살게 될 것 같아요. 다시 태어나도 아마 그런 강연자와 집필가처럼 살 것 같아요. 제 스스로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콘텐츠 큐레이터 이런 게 잘 맞는 것 같아요. 그걸 제 개인적인 삶과 같이 녹여서 강연으로 풀어낼 때 가장 행복감을 느껴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만약에, 다시 20대로 돌아가시면 뭘 해 보고 싶으세요?
[조우성 변호사] 솔직히 제가 별로 아쉽지는 않아요. 제가 한 번씩 그런 질문을 던지거든요? "야, 너 과거의 어느 한 시점으로 돌아가 볼래?" 별로 돌아가고 싶은 과거 시점이 없어요.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나이가 들면서 얻는 것들이 많고 제가 생각해놓은 것들이 그 나이에 걸 맞는 게 있으니까요. 또한, 과거로 돌아가면 되게 힘들었던 생각들이 되게 많은 거 같아요. 다른 질풍노도를 과연 내가 견딜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도 들고요.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뭔가 정리가 되면서 안정과 지향점과, 여기서 얻는 건강한 스피드가 너무 좋아서 별로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아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그만큼 과거의 순간에 최선을 다 했다고 봐도 되겠네요?
[조우성 변호사] 음, 그 때 할 수 있는 최선은 다 해왔던 것 같아요 그게 시그마로 계속 누적이 되어 왔다는 느낌은 들어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변호사님이 변호하신 분이 좀 더 잘못을 한 케이스 일 때도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 분들을 변호할 때, 윤리적으로 마음에 부담감을 가지신 적은 없나요?
[조우성 변호사] 이 세상에 100% 나쁜 사람은 없더라고요. 이게 누가 보더라도 100대 0 같으면 소송까지 안 와요. 이게 보면 51대 49, 60대 40, 70대 30 이렇거든요. 이런 분쟁이 많아요. 예컨대, 우리 의뢰인이 30이다, 그러면 변호사가 30까지는 얘기를 해야 되는 거에요. 그죠? 제가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세상 일이라는 게 그렇게 하얀 색과 검은 색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심지어는 살인범도 변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얘기를 하잖아요. 살인범은 변호를 해줄 권리가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살인범도 인권이 있으니까요. 기본적으로 변호사는 뭔가 그 사람에게 변론할 거리를 찾아내야 돼요. 우리는 그냥 비난하기는 쉬워요. "이 놈은 죽여야 돼, 저런 나쁜 놈들" 그건 되게 디테일하지 못한 얘기죠.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사람 자체가 태어날 때부터 악인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상황 때문에 몰려서 악인이 되는 거지. 저는 사람이 사람을 함부로 단죄하기가 쉽지 않은 게, 당신이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그러지 않을 자신 있느냐는 거죠. 없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나이가 들어가며 그런 것들을 보면서 단정적으로 얘기를 잘 못하겠어요. "그 사람 나빠, 그 사람이 문제가 있어" 그 얘기를 못 하는 것이, 이게 멀리서 볼 때랑 가까이서 볼 때랑 확 다르더라고요. 그 다음에 모든 분쟁은 양쪽 얘기를 다 들어봐야 돼요. 한 쪽 얘기만 듣고는 절대 파악이 안 돼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그러면, 반대 쪽 얘기도 들어보는 건가요?
[조우성 변호사] 아니, 그게 이런 거죠. 이건 좀 다른 얘기이기는 한데, 사람들은 철저하게 자기 입장에서만 얘기를 해요. 자기가 나쁘다는 얘기는 잘 안 해요. 오히려 그거는 하면서 느끼게 되는 거죠. 처음에 사건을 맡기면서 "난 이렇게 나쁜 놈이에요" 라고 얘기하는 경우는 사실 거의 없거든요. 그리고 저는 그래도 대형 로펌에 있으니까, 사건을 안 맡을 나름대로의 그건 되거든요. 왜냐하면 당장 사건을 해야만 먹고 사는 그런 변호사는 아니니까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아 그렇죠,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조우성 변호사] 저는 좀 까칠해요. 제가 설득을 하다가 안 되면, "저는 이 사건 못 합니다" 라고 말하고 고객을 돌려 보내요. 왜냐면 변호사들도, 좋은 클라이언트에게 집중을 해야 돼요. 좋은 고객과 나쁜 고객이 있는데, 좋은 고객한테 집중을 해야지 나쁜 고객한테 하다가 좋은 고객한테 잘못하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고객도 변호사를 초이스 하지만, 변호사도 고객을 초이스 하는 거예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제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나 충고, 응원메시지가 있다면? 뭐든지 좋습니다. (웃음)
[조우성 변호사] 크라이슬러의 CEO 였던 리 아이아코카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성공이라고 함은, 당신 능력보다는 당신이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비추어지는가에 따라 좌우된다. 왜냐하면 성공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오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제가 예전에 책에서 한 번 봤어요. 요즘은 워낙 사회가 복잡 다단해지다 보니까, 혼자만의 능력으로 뭔가를 큰 일을 이루어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 같아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무언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거죠. 또 분야가 하도 다양하니까 나 혼자 만능박사가 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내가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나의 성공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서포터들이 많아야 될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돈으로 서포트를 해 줘야 되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주위에 나왔을 때마다 "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야, 한 번 만나 봐" 처럼, 마치 많은 사람들이 저의 무급 사무장이 되어서 "아, 조성우 변호사 정말 사람이 좋아, 꼭 만나 봐" 라고 하는 저의 홍보 사절단이 많으니까 저는 일을 하기가 되게 쉽거든요. 결국은 30대 때는 사람을 얻는 거라고 생각해요. 흔히들 우리가 인맥이라고 하는데, 그게 스마트 폰이나 이메일 어드레스의 인맥이 아니고, 주위 사람이 김도윤씨 어때요? 라고 하면 그 사람이 "아 그래, 김도윤 음 괜찮지!" 그렇게 얘기해 줄 수 있을 만큼의 행동을 하고 이미지를 가져 간다면, 30대 때를 그렇게 보낸다면 40대 때는 큰 성공을 할 수 있다고 봐요.
제가 자주 쓰는 표현으로, 30대 때 버는 돈은 절대 자기 돈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30대 때 큰 돈을 벌잖아요. 그거는 위험해요. 30대 때는 마음을 비우고 내가 먹고 살 수 있는 정도만 하고, 차라리 내가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갖기 위해 좀 더 베푸는 거죠. 우리가 흔히들 Give & Take 라 그러잖아요. 그게 Take & Give가 아니거든. 근데 좋은 거는 5개를 Give 하면, 10개를 Take 하게 되더라고요. 이게 선빵이 중요해요.
도윤씨가 저를 인터뷰 한다고 하셔서, 저도 좀 찾아 봤거든요. 지금 하고 계신 일 잘 하고 있고,지금 인터뷰를 하는 게 사회 저명 인사들에게 자기를 얼마나 좋게 이미지 메이킹 하고 있는 거겠어요. 저는 이런 것들이 다 재산이라고 봐요. 은행 예금, 펀드만 재산이 아니고 사회에서 앞서나가는 사람들, 또 건전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리더들과의 느슨한 관계를 이렇게 계속 만들어 두는 거도 큰 거거든요. 그랬다가 정말 필요할 때 전화해서 "아, 선배님 이런 건 어떻게 해야 됩니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거죠. 야구에서도 원포인트릴리프(one point relief)가 있잖아요. 6회 말에 한 명의 타자를 위해서 나와서 한 방 던져 주는 그 원포인트릴리프 투수처럼, 인생에도 그런 멘토들을 지금 많이 만들어 놓고 있잖아요. 저는 그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 사람을 진정성으로 대하고, 선배들에게 가르침을 구하고자 하는 그런 자세들을 계속 가지고 가면서 나의 좋은 영향, 백그라운드를 만들어 두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그리고 지금 잘 하고 계신 거 같으니까, 앞으로 더 잘 하시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어요.
[모티베이터 김도윤] 아, 너무 감사합니다.
[모티베이터 김도윤] 취업난으로 인해 힘든 청년들에게 변호사님께서 해주고 싶은 직설적인 메시지가 있다면?
[조우성 변호사] 우선, 한 가지만 얘기할게요. 시도가 답이에요. 제가 성공한 사업가 분들을 봐도, 그분이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때는 A라는 모델을 가지고 돈을 벌 거라고 시작을 해요. 근데 절대 안 그래요. ABCDEFG에서, G에서 성공을 하시더라고요. 근데 G로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끊임없이 A를 하다가 '어, 이게 안 되네?' B로 가고, '이게 안 되네?' C로 가고. 그 속에서 계속 발전을 해 온 거예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바로 G로 시작했던 사람하고, A부터 G까지 왔던 사람하고는 그 내공이 달라요. 지금 청년들이 다양한 기회들이 있을 거예요. 근데, 정말 내가 평생 100점짜리 정답 하나만을 찾기 위해서 시간을 쓸 게 아니고, 20점짜리 답을 내더라도 해 보는 거죠. 그러면 뭔가를 얻는 거에요.
매트릭스 영화를 보면,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빨간 약과 파란 약을 주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죠. "이제 선택을 하게 되면, 너는 다른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매트릭스 밖의 세상을 보게 될 것이고, 그러면서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의 차이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멀리서 보면 사람들이 길을 가는 걸 보면서 괜찮네 라고 생각하겠지만, 막상 내가 걸어 보면 돌멩이가 발을 막 찌르고 그런단 말이죠. 바깥에서 볼 때는 되게 좋았는데.
[모티베이터 김도윤] 아, 완전 좋은 비유인데요? 길 안에서 걷는다.
[조우성 변호사] 그런 것처럼, 저는 시도가 답이라고 봐요. 심리학자로서 노벨경제학 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이 이런 얘기를 했어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결과에 때려 맞춘다는 거죠. 자, 오늘 주가가 내려갔다 그러면, 나중에 오후 3시 때 미국 재무차관의 발언과 뭐 때문에 오늘 주가는 내렸다고 끼워 맞추는 거거든요. 만약에 주가가 올라갔으면 다른 식의 이유를 댔을 거란 말이죠. 이걸 인지 부조화, 확정 편향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어떤 사람이 성공했는데 이 사람은 뭐뭐 했기 때문에 성공했어 그거는 결과 때문에 맞춰지는 거란 말이죠. 우리는 누군가의 성공을 사후적으로 때려 맞추는 것에 되게 익숙하잖아요. 하지만, 그렇게 예측대로 인생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뉴튼의 물리학에서는 모든 게 인과관계인 원인과 결과로 다 설명 된다고 했는데, 양자물리학으로 들어가고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로 들어가게 되면 모든 건 확률이에요. 확정되는 게 없어요. 양자 물리학이 우리한테 준 가장 큰 가르침은 모든 건 확률이라는 거죠. 사전에 예측한 대로 안 된다는 거에요.
제가 주역 공부를 좀 했는데, 주역이 역이 바뀔 역자거든요? 주역의 기본 이데올로기는 모든 게 계속 바뀌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속 바뀐단 얘기죠. 그러면 내가 지금 봄인지, 여름인지, 가을인지, 겨울인지를 자꾸 파악을 해야 돼요. 내가 이렇게 딱 고정되어 있으면 안 돼요. 내가 아무리 예쁜 꽃이라도 겨울이면 나갔다가 찬바람에 죽는 거예요. 그때는 숙이고 있다가 봄이 되길 기다려야 돼요.
저도 수학을 잘 못하는데, 수학 얘기를 좀 하면 2차 방정식에는 일반 근의 공식이라는 게 있어요. 딱 넣으면 모든 이차 방정식은 답이 딱 나와요. 3차 방정식도, 4차 방정식도 복잡하지만 근의 공식이 있어요. 근의 공식이 있다는 얘기는, 어떤 문제든 그 인자만 집어 넣으면 답이 튀어나온다는 거에요. 근데 5차 방정식에는 근의 공식이 없다 라는 거를 증명한 사람이 '아벨' 과 '갈루아'라는 프랑스의 유명한 수학자예요. 이렇게 5차 방정식에는 일반적인 공식 해, 일반적인 근의 공식이 없다는 것을 그 사람들이 증명을 한 거예요. 전 이 얘기가 참 멋지다고 본 게, 인생 방정식도 답이 없다고 봐요. 뭐가 답일지 몰라요. 그러면 5차 방정식은 어떻게 답을 푸느냐 계속 숫자를 넣어 볼 수 밖에 없는 거죠. 2차, 3차, 4차처럼 이렇게 가면 돼 그런 게 없다는 얘기죠.
지금까지 얘기한 게 다 일맥상통하는 게 뭐냐, 양자 물리학은 모든 게 확률 문제가 되는 거고 딱딱 아귀가 안 맞아진다는 게 이 물리학의 하나의 법칙이에요. 그 다음에 대니얼 카너먼 같은 사람도 사람들은 성공을 사후적으로 평가하지만, 사실은 자기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게 시도의 결과물에서 나와버린 것일 수밖에 없거든요. 그 다음에 아까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들도 A모델로 성공한 게 아니고 나중에 G나 K로 성공했단 말이죠. 방정식에도 일반적인 5차 방정식 이상으로 올라가면 해가 없다고 말한 것처럼 인생은 모범 답안이 없다는 거예요. 그러면, 내가 시도하지 않으면 내게 이게 맞는 답인지 틀린 답인지 모른다고요. 5차 방정식에서 답을 자꾸 넣어 보면 아 이게 아니구나, 제껴 제껴 그 과정에서 뭔가를 얻거든요.
나이가 들고, 자식 학비 대야 하면 시도 자체가 엄청난 cost 예요. 그렇지만, 젊은 때는 시도를 할 수 있어요. 젊은이의 특권은 시도할 수 있는 쿠폰들이 40대보다는 좀 더 많다는 거예요. 그 속에서 여러 시도를 통해서 과연 내 나름대로의 답이 뭔지 찾는 거죠. 모두에게 통용되는 답이 아니라 내 답이 뭔지를 찾아가는 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조우성 변호사님과 인터뷰를 하면서 깊이 있는 스피치와 논리적인 말씀에 감동을 했습니다.
또한, 말과 목소리에 정말 따뜻함과 진정성이 묻어 나더군요.
지금까지 인터뷰 하신 분들도 너무나 훌륭하셨지만, 특히 진심이 느껴지는 이야기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인터뷰를 통해,
'나는 어떤 시도를 해보았는지, 앞으로 어떤 시도를 할 것인지' 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바쁜 스케줄임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잃지 않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게 시간을 내주심에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저 또한 삶의 후배로서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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