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길을 양보하다: 비움의 지혜

새벽 안개 속 좁은 골목. 한 사람과 마주치자 자연스레 한 걸음 물러선다. 그가 고개를 숙여 지나가고, 발자국 소리만 남는다. 채근담은 명확하다. "경로착처, 유일보여인행." 좁은 길에서는 한 걸음 비켜서라. 이 단순한 행동에 삶의 지혜가 담겨있다.

좁은 길은 일상 곳곳에 존재한다. 날카로운 말이 오가는 대화, 키보드 전쟁이 벌어지는 SNS, 그리고 내면의 갈등까지. 공자는 "화이부동"을 말했고, 햄릿은 결정 앞에서 멈춰 섰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잠시 멈추는 법을 잊었다. 상대를 밀어내고 자신의 목소리만 높인다. 양보의 공간은 사라지고, 길은 좁아진다.

"자미농적, 감삼분양인상"의 의미는 무엇인가? 진한 맛을 덜어 다른 이와 나누라. 어머니가 주신 떡볶이., "조금 남겨, 동생도 먹어야지"라는 말은 불편했지만 그 안에 삶의 본질이 있었다. 비움이 오히려 채움이 되는 역설. 동양의 '인'과 서양의 '카리타스'는 다른 이름으로 같은 지혜를 말한다. 이것이 공동체의 심장박동이다.

그러나 의문은 남는다. 물러섬과 나눔이 항상 옳은가? 내가 양보했는데 무심한 반응이 돌아올 때 마음은 흔들린다. 아무 기대 없이 비우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지만, 그 속에도 보이지 않는 욕망이 있지 않은가? 이 역설은 나눔의 본질을 묻는다. 순수한 비움과 채우려는 욕망 사이의 경계는 흐릿하다.

안개가 걷힌 골목, 좁은 길은 여전히 좁다. "한 걸음 물러서니 길이 열리고 하늘이 트이네." 물러섬은 패배가 아닌 더 넓은 시야를 여는 지혜다. 오늘, 당신은 어떤 좁은 길에서 멈춰 설 것인가? 그 선택이 당신의 하늘을 얼마나 넓힐지 생각해보라.

 

https://www.youware.com/project/6329zvk0ge

 

YouWare Project - 6329zvk0ge

 

www.youware.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