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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변호사의 ETHOS 이야기 : 범려의 현명한 처신 - 공성신퇴

나를 세우는 ETHOS/Thoghtful

by 조우성변호사 2012. 6. 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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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에는 복이 기대어 있고, 복에는 화가 깃들어 있다.


범려는 온갖 고생 속에서도 월왕 구천을 20여년간 전심전력으로 모셨다. 마침내 오나라를 멸망시켜 회계의 치욕을 씼었고, 북쪽으로 회수를 건너 제나라와 진나라를 정복, 중원의 각국을 호령했다.


구천은 이로써 춘추오패의 한 사람으로 군림했고, 범려는 상장군으로 봉해 짐.


월나라로 돌아온 뒤 범려는 성대한 명성 하에서는 장기적인 안정을 누릴 수 없다고 판단. 또한 구천의 사람됨이 어려움은 같이 할 수 있어도 즐거움은 같이 누릴 수 없는 사람이어서 그 곁에 오래 머무르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 범려는 구천에게 작별을 고함.


"제가 듣건데 군주에게 근심이 있으면 신하는 응당 군주의 근심을 덜어드려야 하고, 군주가 굴욕을 받으면 신하는 당장 목숨을 바쳐야 한다고 합니다. 예전에 대왕께서 회계의 굴욕을 겪으실 때 제가 죽지 않은 것은 복수의 대업을 위해서였습니다. 이제 대업을 이루었고 치욕을 씻었습니다. 회계산에서 대왕에게 굴욕을 당하게 한 벌로 저에게 죽음을 내리소서."



구천이 말했다.


"과인은 그대와 월나라를 함께 향유하겠소. 그러지 않으면 그대에게 징벌을 내리겠소."

"군주는 법령에 따라 행하고, 신하는 뜻에 입각해 행합니다"

그리고는 총총히 월나라를 떠났다.

범려는 제나라로 가서 이름을 바꾸고 사업에 수완을 보여 편안한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범려는 월나라를 떠나 제나라에 있을 때 대부 문종에게 편지를 보냈다.

범려가 대답했다.

"나는 새를 다 잡으면 좋은 활을 감춰두고, 교활한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는 삶는다고 했네. 월왕의 생김새를 보면 목이 길고 입이 새부리처럼 뾰족하니 환난은 같이 할 수 있어도 즐거움은 같이 누릴 수 없네. 그런데 자네는 어찌하여 떠나지 않는가?"



편지를 읽은 문종은 그 때부터 병을 핑계로 조정에 나가지 않았다.

급기야 간신들은 문종이 모반을 꾀한다고 참언했고, 월왕은 문종에게 보검을 내리면서 말했다.


"예전에 그대가 나에게 오나라를 토벌하는 일곱가지 방법을 알려주었는데, 나는 그 중 세가지만을 써서 오나라를 이겼네, 나머지 네 가지는 여전히 그대에게 있으니, 선왕들에게 가서 그 계책들을 써 보아라!'

결국 문종은 핍박을 당해 자살하고 말았다.





<Comment>

모든 일은 일정한 조건이 형성되면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변화의 관점에서 상황을 살펴야 한다. 이를테면 편안한 시기에도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장량'이라는 인물을 통해 자주 논의되는 '공성신퇴'(공을 이루고 나면 몸은 후퇴한다)
번성할 때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얼마나 큰 어려움이면서 지혜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이하는 노자의 도덕경 원문 중에서 공성신퇴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持而盈之, 不如其已, 取而銳之, 不可長保, 金玉滿堂, 莫之能守, 富貴而驕, 自遺其咎, 功遂身退, 天之道. 

지속적으로 이를 채우려 하면 이를 그만두는 것보다 못하며, 
갈아서 이를 날카롭게 하면 오래 보전하지 못한다. 

금과 옥이 집에 가득하여도 이를 지키지 못하며, 부귀하여 교만하면 스스로 그 허물을 남긴다. 공을 세우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은 하늘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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