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 딱지의 철학]
어느 날 문득, 골목길 어귀에서 아이들이 딱지치기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손바닥 위에 얹은 종이 딱지를 툭 내려치면 상대방의 딱지가 뒤집히는 순간, 그들의 얼굴에 번지는 환희.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에서 '깜'이라는 것은 사람에게 붙이는 보이지 않는 딱지가 아닐까?
"그는 그 일을 맡을 깜이 안 된다."
이 한마디에 한 사람의 가능성이 얼마나 쉽게 뒤집히는지. 종이 딱지처럼 가볍게 던져진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을 결정짓는 순간이 있다. '깜'이란 무엇인가? 누가 그 자격의 크기와 무게를 정하는가?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적재적소'(適材適所)를 중요시했다. 공자는 "才不配位"라 하여 재능과 지위의 조화를 말했다. 서양에서도 플라톤은 이상국가를 꿈꾸며 각자에게 맞는 역할을 강조했다. 그런데 우리는 어느새 사람을 딱지처럼 분류하고 서열화하는데 익숙해져 버렸다.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시작된 방언 '깜'이 이제는 전국적인 평가 기준이 되었다. '대통령 깜', '교수 깜', '배우자 깜'. 무수한 '깜'들이 사람들 사이를 떠돌며 보이지 않는 딱지를 붙인다. 마치 중세 유럽의 신분제도처럼, 혹은 인도의 카스트 제도처럼 현대사회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깜'을 판단하는 기준은 시대와 함께 변해왔다. 조선시대에는 양반이라는 출신이 '깜'이었다면, 근대에는 학벌이, 그리고 이제는 SNS 팔로워 수나 유튜브 구독자 수가 '깜'이 되기도 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누군가를 분류하고 서열화하려는 인간의 집착뿐이다.
프랑스의 사상가 푸코는 이런 분류 체계를 '담론의 권력'이라 불렀다. '깜'이라는 담론은 누군가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또 누군가에게서는 기회를 빼앗는 권력으로 작용한다. "당신은 그 자리에 앉을 깜이 안 됩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인생의 문이 닫히는 순간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깜'이라는 딱지를 뒤집은 수많은 사례들이 있다. 가난한 시골 소년이었던 링컨은 '대통령 깜'이 아니었지만 미국의 위대한 지도자가 되었고, 시각장애인 헬렌 켈러는 '작가의 깜'이 아니었지만 세상을 울린 글을 남겼다. 우리나라의 서태지는 '문화혁신가의 깜'이 아니었지만 한국 대중문화의 흐름을 바꾸었다.
세계 속에서 우리가 '깜'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동안, 진정한 혁신은 항상 그 딱지의 경계 밖에서 일어났다. 아이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는 대학 중퇴자였고, BTS를 키운 방시혁은 처음에는 '기획자의 깜'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다.
골목길의 아이들이 딱지치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그들은 이긴 딱지와 진 딱지를 모두 주머니에 넣어 가져간다. 내일 다시 새로운 게임이 시작될 것이기에. 어쩌면 우리도 '깜'이라는 단어를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딱지를 치는 아이의 손길처럼, 우리의 가능성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깜'이라는 딱지가 아닌, 각자의 고유한 능력과 가능성을 존중하는 문화. 그것이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깜, 보이지 않는 딱지
사회의 '깜'이라는 프레임, 그 의미와 영향, 그리고 가능성을 뒤집는 힘.
'깜'의 정의
'깜'은 개인의 가능성을 재단하는 사회적 낙인입니다. "깜이 안 된다"는 말은 때로 한 사람의 잠재력을 묻어버립니다.
"가볍게 던져진 말이 인생을 결정짓기도 한다."
변화하는 기준
'깜'의 잣대는 시대에 따라 변합니다. 신분에서 학벌, 이제는 SNS 영향력까지. 본질은 서열화 욕구입니다.
'깜'과 권력
'깜'은 푸코의 '담론 권력'처럼 작용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기회를, 다른 이에겐 좌절을 안깁니다.
경계를 넘은 영웅들
역사 속 링컨, 헬렌 켈러, 서태지, 스티브 잡스 등은 '깜'의 한계를 부순 증인들입니다.
혁신의 조건
진정한 혁신은 기존의 '깜'이라는 고정관념 밖에서 시작됩니다. 세상은 예측 불가능하게 발전합니다.
새 시대의 지혜
'깜'이라는 단어 대신, 각자의 고유한 가능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가능성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우리 안의 '깜'을 넘어서
고정된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잠재력을 믿고 도전하세요. 보이지 않는 딱지를 넘어, 무한한 가능성의 문을 함께 열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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