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내공매거진/에세이

수처작주'의 현대적 의미와 자기 성찰

조우성2 2025. 5. 17. 22:31

[당신은 삶의 ‘주인’인가, ‘손님’인가? '수처작주'의 현대적 의미와 자기 성찰]

# 들어가며: 삶의 조타수를 잃어버린 당신에게

삶은 누구의 것인가. 우리는 문득, 내 삶의 조타수가 내가 아님을 깨닫는다. 타인의 시선, 세상의 소음 속에 표류하는 손님일 뿐이다. 아침 알람 소리에 떠밀려 하루를 시작하고, 타인의 평가에 일희일비하며, 정작 자신의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 돌아볼 겨를조차 없다. 스마트폰 화면 속 넘쳐나는 정보와 타인의 화려한 삶은 상대적 박탈감만을 안겨주기 일쑤다. 이처럼 현대 사회는 교묘하게 우리를 삶의 '손님'으로 전락시킨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거대한 흐름에 맞서 삶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까?

# 임제의 외침: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천여 년 전, 당나라의 임제 의현 선사는 거침없는 할(喝)과 방(棒)으로 당대 불교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그의 핵심 가르침은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어느 곳에서든 주인이 되고, 지금 서 있는 그곳이 바로 참된 진리의 자리이다"—으로 요약된다. 이는 단순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안일한 위로가 아니다. 맹목적인 낙관이나 현실 도피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주어진 현실을 직시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온전히 발휘하여 매 순간을 진실되게 창조하라는 준엄한 명령에 가깝다.

임제에게 '주인'이 된다는 것은,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지금-여기'에서 자신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을 깨닫는 것이다. 선불교에서 말하는 공(空)사상은 이러한 주체성의 토대가 된다. '나'라는 고정된 실체가 없음을 깨달을 때, 비로소 우리는 세상의 온갖 규정과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져 매 순간 새롭게 자신을 창조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장 폴 사르트르가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선언하며 인간에게 부여한 절대적 자유와 책임과도 맥을 같이 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존재이며, 그 선택의 총합이 바로 '나' 자신이다.

도교의 '무위자연(無爲自然)' 역시 '수처작주'의 삶과 맞닿아 있다. 억지로 무언가를 하려 하거나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연스러운 흐름에 몸을 맡길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자신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이는 에드문트 후설이 말한 '판단중지(epoché)'를 통해 선입견을 멈추고 사태 자체로 돌아가려는 현상학적 태도와도 통한다. 외부의 소음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자신의 '생활세계'로 돌아와, 모리스 메를로퐁티가 강조한 '신체성'을 통해 세계와 직접적으로 관계 맺을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주체성을 회복할 수 있다.

# 손님의 삶 vs. 주인의 삶: 두 갈래 길

회의실, 그의 목소리는 없었다. 상사의 말은 곧 법이었고, 그는 묵묵히 지시를 따를 뿐이었다. 퇴근길, 그는 텅 빈 껍데기였다. 스마트폰 속 타인의 삶은 화려했으나, 그의 현실은 아니었다. 주인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삶에서 철저히 '손님'이었다. 이러한 '손님'의 삶은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압력, 정보 과잉 속에서 쉽게 길을 잃는다.

반면, '주인'의 삶은 다르다. 가령, 직장 내 번아웃으로 무기력했던 K씨를 보자. 그는 임제의 가르침을 접한 후, 자신의 업무에 작은 의미라도 부여하려 애썼다. 수동적으로 지시를 기다리기보다, 회의에서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개진했고, 반복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할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처음에는 미미했던 변화가 점차 그에게 '내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을 안겨주었다. 그는 비로소 자신의 일터에서 '주인'으로 서기 시작했다.

# 과학이 밝혀낸 '주인 되는 법'

이러한 '수처작주'의 태도는 단순한 정신 승리가 아니다. 현대 심리학과 신경과학은 그 실질적 효과를 뒷받침한다. '마음챙김(Mindfulness)'은 '지금-여기'에 대한 자각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서 조절 능력을 향상시킨다. 이는 임제선사의 가르침과 정확히 일치한다. 데시와 라이언의 '자기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은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 충족될 때 인간이 내적 동기를 갖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음을 밝힌다. '수처작주'는 바로 이 자율성과 유능감을 극대화하는 삶의 방식이다.

뇌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은 더욱 놀라운 가능성을 시사한다. 우리가 '주인'으로서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반복하면, 뇌의 회로 자체가 그 방향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주인 의식'은 훈련을 통해 강화될 수 있는 능력이다. 명상과 같은 마음챙김 훈련이 주의력과 관련된 전전두피질의 기능을 활성화한다는 연구 결과들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는 존 듀이가 강조한 '경험을 통한 성장'과도 맞닿아, 실천을 통해 주체성이 단련됨을 보여준다.

다시, 당신의 삶으로: 주인의 자리에 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일상에서 '수처작주'의 삶을 실천할 수 있을까?

1) 매 순간의 자각: 아침에 눈을 뜰 때, "오늘 하루의 주인은 나다"라고 스스로에게 선언해보자. 식사를 할 때, 걸을 때, 업무를 할 때, 지금 하고 있는 행위에 온전히 집중하며 그 순간의 주인이 되어보자.

2) 내면의 목소리 경청: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통념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도교의 '무위'처럼, 가장 자연스러운 내면의 답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3) 작은 성공의 경험: 거창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좋다. 오늘 할 일 목록 중 하나를 주도적으로 완수하거나, 불편했던 상황에 대해 용기 내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작은 성공들이 모여 '나는 내 삶의 주인'이라는 자기 확신을 키운다. 윌리엄 제임스가 말한 '실용적 진리'처럼, 삶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는 실천이 중요하다.

* 인포그래픽
https://xuowymhi.gensparkspace.com/

 

당신은 삶의 '주인'인가, '손님'인가? - 수처작주의 현대적 의미

© 2024 수처작주의 현대적 의미 진정한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지혜

xuowymhi.gensparkspa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