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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 변호사의 멘토 사마천(11) 천하삼분(天下三分)

나를 세우는 ETHOS/Thoghtful

by 조우성변호사 2012. 11. 30.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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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 변호사의 멘토 사마천(11) 천하삼분



C사의 김대표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김대표가 몸담고 있는 업계 상황을 보자면 A사와 B사가 시장을 각 45%, 40%씩 지배하고 있었고, C사는 15%의 지배율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B사측에서 인수합병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C사를 일정한 조건에 인수할테니 B사와 C사를 합친 다음 이를 통해 A사를 뛰어넘어 보자는 제의였다.


업계 3위의 입지가 사실 고달픈 면이 많았기에 김대표는 이 기회에 C사를 B사에 넘기는 것도 방법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B사 사장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와 믿음이 있었다. 관련 업계 사장단 모임에서 만날 때마다 호의를 베푸는 B사 사장의 모습에서 A사 사장과는 확연히 다른 매력을 느꼈던 김대표였다.


하지만 앞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있었고, 시장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 동안 힘들게 버텨온 업계 3위 자리를 내준다는 것이 상당히 아쉬웠다. 


고민하고 있던 김대표에게 나는 사마천 사기에 나오는 천하삼분지계를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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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삼분(天下三分)


천하를 세 개로 나눈다는 뜻으로서, 힘이 상대적으로 약한 3위 국가가 1, 2위와는 독립적인 영역과 세력을 구축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독자적인 지위를 구축해 가는 생존전략을 의미한다.


통상 천하삼분지계라고 하면 제갈량이 유비에게 제안했던 내용을 떠올리는데 그 원조는 유방과 항우간에 치열한 천하통일 싸움을 하던 초한지 시절에 유방의 휘하에 있던 한신과 그의 참모 괴통의 일화로부터 비롯된다.


항우와 유방 사이에 격렬한 초한전(楚漢戰)이 진행되던 기원전 3세기 말, 당시 한신은 유방의 휘하에 있었다.


한신은 유방의 대장군으로서 수많은 전공(戰功)을 세운다. 한신의 등장은 항우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진행되어 온 초한전의 양상을 일시에 뒤바꿔 놓았다. 


특히 유방은 항우와 겨룬 팽성 전투에서 결정적인 패배를 당해 도주하는 신세가 되었는데, 그 때 한신이 구원군(救援軍)을 이끌고 나타나 구사일생할 수 있었다. 한신은 유방의 명을 받아 제(齊)나라를 정복한 뒤 제 나라를 봉지(封地)로 하사받아 제나라의 임시왕(假王)이 되었다. 


이 때 제(齊)나라 출신의 괴통(蒯徹)이라는 사람이 한신을 찾아왔다. 


괴통은 천하 대권(大權)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는 힘과 무력을 지닌 사람이 바로 한신임을 알고 유방으로부터 독립하여 왕국을 건설한 다음 천하를 차지하여 황제가 되라고 한신을 설득한다. 그 과정을 잠시 살펴본다. 


괴통의 설득논리는 다음과 같았다.


(1) 항우는 현재 경수와 삭수 사이에서 어려움에 빠졌고, 3년 동안 서산(西山)에 가로막혀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2) 유방은 수십만의 군사를 거느리고 공(鞏)과 낙 땅에서 험준한 산과 강에 의지해 여러 차례 싸웠으나, 아주 조그만 전공(戰功)도 세우지 못했다. 군대는 기세가 꺾였고, 싸움에서 패배해도 구원을 받지 못했다. 그는 형양에서 패배하고, 성고에서 상처를 입고 드디어 원(宛)과 섭(葉) 사이로 도망니다. 


(3) 결국 현재 항우나 유방은 그 누구도 절대적인 강자의 지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4) 현재 항우와 유방의 운명은 장군(한신)에게 달려 있다.


(5) 장군이 항우를 위해 싸우면 항우가 이길 것이고, 유방을 위해 싸우면 유방이 이길 것이다. 


(6) 장군이 내 계책을 받아준다면 유방과 항우를 존속시켜 놓은 채천하를 삼분(三分)하여 솥의 발처럼 세워 놓겠다. 그러면 어느 누구도 먼저 상대방을 공격하려고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7) 장군은 수많은 병사를 발판으로 제(齊)나라에 의지하여 연나라와 조나라를 복종시키고 아무도 차지하고 있지 않은 땅으로 진출해 항우와 유방의 후방을 견제하라. 또 백성들의 소원을 좇아 서쪽으로 나아가 유방과 항우의 싸움을 중단시키고 병사들의 생명을 구해주시라. 그러면 천하는 마치 바람처럼 달려와 장군에게 호응할 것이다. 


괴통은 마지막에 이런 말을 남긴다.


“저는 하늘이 주시는 것을 받지 않으면 도리어 화(禍)를 당하고, 때를 만났는데도 과감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도리어 재앙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장군께서는 이 점을 깊이 생각하십시오.



하지만 이에 대해 한신은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1) 유방은 나를 매우 잘 대해준다. 유방은 자신의 수레에 나를 태워주고, 자신의 옷을 나에게 입혀 주고, 자신의 음식을 나에게 먹여준다. 


(2) 나는 '남의 수레를 타는 자는 그 사람과 우환(憂患)을 함께 지고, 남의 옷을 입는 자는 그 사람과 근심을 함께 하고, 남의 음식을 먹은 자는 그 사람이 하는 큰일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다'고 들었다. 내가 어떻게 나만의 이익을 위해 의리를 저버릴 수 있겠는가.


이에 대해 괴통은 그런 일시적인 감정과 작은 은혜에 휘둘리면 화를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한신은 괴통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괴통의 간곡한 설득에도 불구하고, 한신은 망설이면서 차마 유방을 배신하지 못했다. 결국 한신은 자신의 공적(功績)을 믿고, 한나라 왕 유방이 자신에게 봉지(封地)로 하사한 제(齊)나라를 빼앗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괴통의 제안을 거절했다. 


- 사마천 사기 회음후 열전 중 - 


그 뒤 유방이 중원을 통일하고 결국 한신을 역모 혐의로 처단했다(이 과정에서 토사구팽이란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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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대표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 그 정답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C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함에 있어 괴통이 한신에게 했던 천하삼분의 아이디어를 충분히 참고해 볼 필요는 있다. 최종 선택은 김대표의 몫이겠지만.



☞ 시간관계상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를 다루지는 못했습니다. 이는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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