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 변호사의 협상이야기 : 상대방의 껄끄러운 질문에 답변하는 법

협상을 진행하다 보면 상대방의 결정적이고도 껄끄러운 질문에 답변해야 할 때가 있다.
질문에도 요령이 있듯이 답변에도 요령이 있다.

<전제상황>

판매자는 구매자가 자신의 물건과 경쟁사들의 물건을 사전에 비교조사 해왔고, 적극적으로 구매의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신들이 판매할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한 후, 직접적으로 가격에 대한 의견을 다음과 같이 물어왔다.

"저희가 제시한 가격이 성능을 비교해 볼 때 가장 좋은 가격이 아닌가요?"

<답변자의 고민>

만약 구매자가 이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할 경우 판매자는 현재 가격 협상의 여지를 없애거나, 구매자의 추가적인 요구사항을 전적으로 거부하게 만들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답변하는 법>

1. 주제를 바꾼다.

 '말씀하신 의도는 알겠지만, 그것보다는 먼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성능들이 다른 제품들도 충족시키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2. 대답을 늦춘다.

 '현재로서는 어떠한 확정적인 결론을 내린 것이 없고,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3. 다른 질문에 답을 한다.

 '요즘 다른 제품들도 성능이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4. 구체적인 질문은 일반적인 답으로

 '전반적으로 제품들의 가격들은 좋아지는 것 같아요.'

5. 의도를 묻는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 질문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제시하신 가격에 구매할 지를 묻는 것인가요?'

6. 연관성이나 구체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성능을 기준으로 말씀하시는 거죠? 어떤 측면에서 가격이 좋다고 하시는 건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대학 2학년 시절, 하숙집에는 독방을 쓰는 선배가 한 분 계셨다.
그 당시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연수생 신분이었는데, 대학 2학년생인 나로서는 저어기 하늘에 계신 분 같았다.

지금도 기억 나는 두가지.

그 선배에게 뭘 질문하면(사소한 거라도) 항상 '서론 - 배경지식 - 본론 - 결론 - 관련사항 - 확인질문'의 순서대로 답을 하셨다. 


그 선배 책들을 보면 밑줄이 그어져 있는데, 색깔로 구분을 해서 그어져 있었다.

파란색은 개념, 빨간색은 의문사항, 초록색은 동의하는 핵심부분.. 이런 식으로. 그래서 어떤 책이든 밑줄을 통한 심화 독서를 하신다는...


세월이 흘러서 이제 그 분도 중견 법조인이 되셨고 언론에도 심심찮게 나오신다. 오늘 후배랑 재판을 다녀오면서, 나는 어떤 선배 모습으로 남을지 생각해 봤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