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욕구파악 사례> - 스님에게 빗을 팔아라!
※ 아래 사례는 제가 상상해 본 것입니다.
◎ 사례
윤석관군은 대학 4학년생으로 남다른 추진력과 기획력이 장점인 학생이다. 취업 준비 중인데 국내 굴지의 CK그룹 마케팅 부문에 지원하여 1차 시험을 통과했다.
2차 시험은 실제 제품을 판매하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100명의 2차 지원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머리빗는 빗’ 500개를 최단 시간에 팔아오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가장 창의적인 방법으로 판매해 온 사람 20명’만 2차에 합격시킨다는 것이다.
빗을 가장 창의적으로 팔아야 한다?
석관군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가 번득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평소 어머니와 함께 가던 절(제심사 ; 齊心寺 - 마음을 가지런히 하는 곳)의 주지 스님은 ‘영철 스님’에게 가서 판매하리라 마음먹었다.
평소 사람의 마음공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파하시는 ‘영철 스님’의 인자하신 얼굴이 떠올랐다.
‘스님에게 빗을 팔 수만 있다면 이 얼마나 창의적인 일이겠는가?’‘
석관군은 얼른 빗 샘플을 챙겨 들고 북한산 중턱에 있는 ‘제심사’를 찾았다.
자, 과연 석관군은 빗을 어떻게 팔 수 있을까? 협상론적인 관점에서 풀어보자.
◎ 판매 과정
1. 스님의 욕구는 무엇일까?
일단 석관군은 영철스님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분명 스님이 ‘직접’ 빗을 쓰실 일은 없다. 하지만 스님의 다른 욕구(interest)를 자극하기로 마음먹었다.
석관 : “스님, 제가 오늘은 스님께 부탁을 하나 드리러 왔습니다. 이 빗을 좀 팔아주십사 하구요,.”
영철스님 : “허허...(머리를 쓰다듬으며) 농담도 심하구먼. 자네. 내가 어디 머리를 빗을 일이 있다고 이러는가? 허허 참”
2. 경건한 분위기의 연출
석관 : "물론 스님이 직접 사용하시라는 건 아닙니다. 제가 어머니를 따라 절에 오면서 느낀 점은, 이 절에 오시는 대부분의 신도가 40-50대 아주머니들인 것 같던데 맞나요?“
영철스님 : “음. 아마 그럴 것 같네. 대부분 아들 대학문제, 남편 사업문제, 건강문제 등으로 기원을 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지.”
석관 : “그 분들이 법당에 들어오셔서 절을 하시기 전에
거울을 보고 빗으로 머리를 빗으면서 마음을 가지런히 하는 의식을 하게 한다면 좋지 않을까요?“
영철스님 : “흠, 계속해 보게.”
석관 : “어차피 자발적으로 법당에 오셔서 절을 하시지만, 그래도 마음을 가지런히 하는 차원에서 빗으로 머리를 빗는 단계를 추가함으로써 좀 더 경건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석관은 빗을 꺼내 보였다.
석관 : “그리고 제가 이 빗에다가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절이 제심사(齊心寺). 즉 마음을 다시리는 절이잖아요.이 빗은 ‘제심소(齊心梳)’, 즉 마음을 가지런히 하는 빗입니다. 이런 사소한 것들 하나가 다른 사찰과는 좀 더 차별화되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요?”
영철스님 : “흠. 좀 더 경건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긴 하겠네.”
3. 부처님 오신날 기념선물로 제안
이쯤에서 석관은 회심의 제안을 하나 더 한다.
석관 : “스님, 그리고 어차피 다음 달이면 ‘부처님오신날’이잖아요. 그런 기념일에는 신도들에게 무언가 기념품을 나눠주곤 하지 않으시나요?”
영철스님 :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고민이긴 하네. 매년 기념타올을 제작했는데 그건 너무 흔하고. 그렇다고 염주나 목탁을 하려니 단가가 만만치 않고 말야.”
석관 : “아예 신도들께 이 빗, 제심소를 기념품으로 제공하는 겁니다. 집에 있으면서도 이 빗으로 머리를 빗으면서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또 나아가 제심사라는 사찰을 계속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도 있구요.”
영철스님 : “흠, 부처님오신날 기념품으로 쓴다 이 말이지...”
4. QR Code와의 접목
석관 : “여기다 멋진 아이디어 하나 더 추가해 드릴께요. 영철 스님은 워낙 말씀이 좋으셔서 스님의 설법은 인기가 좋으시잖아요?”
영철스님 : “흠흠... 뭐 다들 그런 반응을 보여 주시긴 하지. 허허.”
석관 : “스님, 요즘은 영상시대입니다. 스님의 설법은 실로 널리 널리 전파되어야만 합니다. 따라서 스님의 중요한 설법을 캠코더로 찍은 다음 이를 영상 파일로 만들어서 널리 퍼뜨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영철스님 : “그건 좋은 생각이네만, 나같은 구닥다리 영감이 그런 첨단장비가 어디있나?”
석관 : “전혀 문제없습니다. 제가 도와드릴께요. 제가 캠코더 들고 와서 정기적으로 스님의 설법 장면을 찍어 드릴께요.”
영철스님 : “그런데 그렇게 찍은 설법장면을 우리 신도들이 어떻게 본단 말인가?”
석관 : “요즘 유행하고 있는 QR Code가 해결책입니다. 이 빗(세심소)에는 ‘세심사’라는 이름과 함께 그 옆에 QR Code를 박는 겁니다. 신도분들이 스마트폰으로 QR Code를 찍어보면, 제가
영상으로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린 영철 스님의 설법 장면을 볼 수 있는 겁니다.”
영철스님 : “오? 스마트폰으로 그게 되는가? 하기야 나도 갤럭시 2인데.”
석관 : “요즘 스마트폰이 대세 아닙니까? 이렇게만 되면 정기적으로 QR Code에 링크되는 영상만 바꿔주시면 신도들은 QR Code 하나로 정기적으로 스님의 설법을 접할 수 있게 됩니다. 훨씬 신도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제심사’가 되지 않겠습니까?”
영철스님 : “오호~ 놀랍구먼. 결국 ‘빗’이 나와 신도들을 지속적으로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거구먼.”
석관 : “네, 바로 그겁니다.”
영철스님 : “당장 주문하겠네. 우리 신도분들만 할 것이 아니고, 신도분들에게 몇 개씩 드려서 자신의 지인들에게 그 빗을 나눠주면 우리 제심사가 여러분들께 전파되는 효과도 있겠구먼. 허허. 참 대단하네. 우선 1,000개 주문함세!”
◎ 해설
1. 석관군은 스님의 interest, 즉
(1) ‘신도들에게 더 경건한 분위기를 제공하고 싶다’,
(2) ‘신도들이 절에 와 있지 않을 때도 제심사를 떠 올리고 스님과의 정신적인 교류를 갖기를 원한다’
를 적절히 자극을 한 것이었다.
2. 결국 이 사례에서 ‘빗’은 자신의 고유한 용도(머리를 빗는 것)에서 더 나아가 ‘경건한 분위기의 연출’, ‘절에 대한 충성도 제고’, ‘스님과의 지속적인 심적 연계’ 기능을 담당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3. 상대방의 1차원적인 needs가 아닌 좀 더 심층적인 needs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p.s. QR Code로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수시로 그 영상의 링크를 바꾸면 영상의 내용을 달리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
참고삼아 제 영상을 QR로 연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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