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읽기] 권력의 길: 맥베스를 읽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권력이 사람을 어떻게 갉아먹는지 보여주는 냉혹한 이야기다. 사람이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는 것들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맥베스는 자유롭게 선택했다고 생각했지만, 마녀의 예언을 들은 순간부터 이미 그의 길은 정해져 있었다.
이 작품 속 세상은 신의 뜻이 아닌 인간의 욕심이 지배한다. 그곳에서 옳고 그름은 힘 있는 자의 말 한마디에 뒤바뀐다. 양심은 쓸모없는 낡은 물건처럼 버려진다. "피는 피를 부른다"는 말은 단순한 교훈이 아니다. 폭력이 폭력을 낳는 끝없는 고리를 보여준다. 우리는 맥베스의 광기를 옛날 이야기라 여기지만, 오늘 우리 사회의 권력 다툼과 얼마나 다른가.
맥베스가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라며 절망하는 대목은 삶의 공허함을 직시한 말이다. 셰익스피어는 수백 년 전에 이미 의미 없는 삶 앞에 선 현대인의 고뇌를 내다봤다. 맥베스의 광기는 미친 것이 아니라, 무의미한 세상에 대한 사람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레이디 맥베스는 여자에게 씌워진 두 얼굴의 굴레를 보여준다. "여자의 젖을 빨았으면서도" 냉혹해지라는 모순된 요구—이는 지금도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이다. 그녀가 "씻어도 씻어지지 않는" 피의 환상에 시달리는 것은, 사회가 바라는 여성상과 자신의 욕망 사이에서 찢긴 마음의 무너짐이다.
맥베스의 말은 때로 명확하고 때로 흐릿하다. 이는 진실이 언제나 모호하고, 의미는 항상 흔들리는 세상을 보여준다. "공정이 불공정으로, 불공정이 공정으로" 뒤바뀌는 마녀들의 주문은 오늘날 우리가 사는 '가짜 뉴스'의 세상과 닮아있지 않은가.
당신은 정말 맥베스와 다른가? 출세와 명예의 유혹 앞에서, 당신의 양심은 얼마나 단단한가? 요즘 세상의 마녀들—언론,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은 당신에게 어떤 속삭임을 들려주는가? 그리고 당신은 그 속삭임을 얼마나 믿고 있는가?
맥베스의 칼끝에서 흐르는 피는 검붉다. 그 피는 권력의 길을 따라 흐르며 모든 것을 물들인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그 욕심이 만든 상처는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다. 셰익스피어는 간결한 문장 속에 인간의 모든 욕망과 고뇌를 담아냈다. 그의 문장은 칼처럼 날카롭고, 상처처럼 아프다.
# 줄거리 요약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는 전쟁에서 돌아오다 세 마녀에게 왕이 될 거란 예언을 듣는다. 이에 부추겨진 맥베스와 그의 아내는 던컨 왕을 죽이고 왕좌를 차지한다. 하지만 권력을 지키려 맥베스는 더 많은 사람을 죽이며 폭군이 된다. 양심의 가책과 환영에 시달리는 동안, 레이디 맥베스는 미쳐서 자살하고, 결국 맥베스도 맥더프에게 살해되며 정의가 회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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