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지금 내 인생의 속도는? 그리고 무드는?
검은 메트로놈이 책상 위에서 좌우로 움직인다. 딱, 딱, 딱. 규칙적인 소리. 그것은 원래 그런 용도로 만들어진 물건이다. 일정한 박자를 알려주는. 그러나 내 삶의 메트로놈은 고장 났다. 때로는 광속으로, 때로는 달팽이처럼 느리게. 어떤 규칙성도 없이.
안단테. 걷는 속도로. 아다지오. 편안하게. 이 말들을 입 안에서 굴려본다. 차이코프스키의 아다지오에서는 눈물이 묻어나고, 모차르트의 안단테에서는 고요함이 흐른다. 나는 어떤 템포로 살고 있을까.
가슴 속에 소리 없는 메트로놈이 있다. 초침보다 정확하고, 기분보다 변덕스럽다. 그 진자는 사랑할 때 빨라지고, 분노할 때 뛰어오르고, 슬플 때 무거워진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뜨거운 난로 위에 앉아 있으면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진다고. 의외로 시적인 말이다. 시간이란 결국 그런 것이다. 시계 속 시간과 마음속 시간의 차이.
서양의 시계는 일직선으로 달린다. 동양의 시계는 원을 그린다. 하나는 목적지를 묻고, 다른 하나는 존재 방식을 묻는다. 그러나 삶의 시간은 양쪽 모두를 품는다. 기-승-전-결처럼, 삶의 의미는 긴장과 이완 사이에서 드러난다.
우리는 프레스티시모로 살지만, 라르고를 그리워한다. 스마트폰이 울릴 때마다 몸이 움찔거린다. 일정표는 늘 가득 차 있다. "더 빨리"라는 주문에 우리는 노예가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가 도착하는 곳은 별로 변하지 않는다. 에스컬레이터를 달리는 사람들. 속도는 빨라졌지만 결국 같은 출구로 나간다.
나는 템포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은 단순한 속도가 아니다. 삶의 몸짓이다.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이 주는 기쁨은 속도에서 오지 않는다. 그것은 강약과 반복, 기대와 만족의 조화에서 온다. 삶도 마찬가지다. 빠름과 느림의 경계를 넘어, 각자의 리듬을 찾아야 한다.
예전 음악회에서 이상한 일이 있었다. 지휘자가 갑자기 지휘를 멈추었다. 오케스트라는 잠시 혼란스러워했다. 그러나 곧 그들은 서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지휘자 없이도 음악은 계속되었다. 오히려 더 생생하게. 우리의 삶도 그럴 수 있을까? 누군가의 박자가 아닌, 내면의 리듬을 따를 때 진짜 내가 되는 것은 아닐까.
인생은 교향곡이다. 주제와 변주, 긴장과 이완, 불협화음까지도 전체의 일부다. 빠른 악장만으로는 지루하고, 느린 악장만으로는 질척거린다. 아름다움은 그 사이에 있다.
자신만의 메트로놈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것.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외부의 소리가 아닌,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이 답이 아닐까. 지금 내 인생의 속도는? 그 답은 시계가 아닌, 내 가슴 속 메트로놈의 움직임에 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매 순간 변한다. 그것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 인포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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