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내공매거진/에세이

얼음 칼 위를 걷는 자, 세상을 품으리

조우성2 2025. 5. 13. 15:25

[얼음 칼 위를 걷는 자, 세상을 품으리]

"思立掀天揭地的事功 須向薄冰上履過(사립흔천게지지사공 수향박빙상리과)." 천지를 뒤흔들 일을 꿈꾸거든 얇은 얼음 위를 걸어라. 명나라 말기, 혼탁한 세상의 한복판에서 홍자성이 빚어낸 <채근담>의 한 구절이다. 거대한 포부와 아슬아슬한 위태로움의 공존. 이 짧은 문장은 시대를 관통하여 현대인의 심장을 겨눈다. 꿈의 크기와 위험의 무게가 정비례한다는 서늘한 진실. 그것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빛나는 성취로 향하는 유일한 길을 가리키는 나침반이다. 오늘, 우리는 이 낡은 지혜 속에서 가장 첨예한 현대의 길을 묻는다.


얇은 얼음 위. 그 풍경은 아찔하다. 발밑은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극한의 긴장감이 온몸을 죈다. 이것이 바로 '천지를 뒤흔들 만한 일'을 도모하는 자의 숙명적 무대이다. 현대 사회는 과거와는 또 다른 종류의 박빙(薄氷)을 우리 발밑에 깔아 놓았다. 기술의 눈부신 진보는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동반하고, 무한 경쟁은 한순간의 방심조차 사치로 만든다. 창업가의 책상 위 사업 계획서, 예술가의 빈 캔버스, 연구자의 미완성 논문, 혹은 평범한 직장인의 커리어 전환 계획 속에도 이 '얇은 얼음'은 서늘하게 존재한다. 꿈이 클수록 얼음은 더 얇고 위태롭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두려움에 발을 묶는 것이 아니라, 그 얼음의 성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건너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김훈의 문장처럼, 바람은 늘 예고 없이 불어오고, 삶의 길은 때로 얼어붙은 강물 위를 지난다. 그 위태로움이야말로 인간의 모든 감각과 지혜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역설적인 힘이다.

채근담의 이 구절은 단순한 '조심성'을 넘어선 '의식적인 위태로움'을 말한다. 이는 마치 숙련된 외과의사가 생사를 가르는 수술에 임하듯, 극도의 집중력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매 순간을 통제하는 경지에 가깝다. 이문열의 인물들이 그러했듯,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의 신념을 지키고 뜻을 이루려는 자는 필연적으로 수많은 위험과 고독을 감내해야 한다. '천지를 뒤흔드는 일'은 결코 안락한 환경에서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가장 위태로운 길을 선택하고, 그 위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나가는 치열한 과정의 산물이다. 예를 들어, 세상을 바꾼 혁신가들의 삶을 보라. 스티브 잡스가 차고에서 애플을 시작했을 때, 그의 발밑은 수많은 실패 가능성이라는 얇은 얼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위험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며 나아갔다. 그 과정에서 그는 좌절하고 넘어졌지만, 매번 얼음의 미세한 균열까지 읽어내며 다시 일어섰다. 이것이 바로 '박빙상리과'의 현대적 실천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우리는 어떻게 이 '얼음 칼' 위를 걸어야 하는가. 첫째, '깨어있는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자신이 걷는 얼음의 상태, 즉 주변 환경의 변화와 위험 요소를 끊임없이 살피고 분석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정보 수집을 넘어, 세상의 흐름과 그 이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을 요구한다. 둘째, '절제된 걸음'을 연습해야 한다. 큰일을 도모할수록 조급함과 과시욕은 금물이다. 한 걸음에 모든 것을 걸기보다, 신중하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꾸준히 나아가야 한다. 마치 김훈의 글 속 장인이 한 칼 한 칼 나무를 깎듯, 목표를 향한 과정 자체에 집중하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실제 한 스타트업 대표는 매일 아침 가장 어려운 문제부터 해결하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그는 이를 '가장 얇은 얼음을 먼저 건너는 훈련'이라고 표현했다. 셋째, '균형 잡는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 얼음판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예기치 않은 균열과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끊임없이 자세를 수정하고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이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회복탄력성과도 맞닿아 있다.


결국 '천지를 뒤흔드는 일'과 '얇은 얼음 위를 걷는 것'은 분리된 두 가지가 아니다. 그것은 위대한 성취라는 동전의 양면이다. 얇은 얼음 위를 걷는 고독하고 치열한 과정 그 자체가 이미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힘을 축적하는 시간이다. 두려움에 맞서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당신은 이미 가장 위대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모든 위대한 춤은 가장 아슬아슬한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당신의 심장이 가리키는 그 꿈을 향해, 오늘, 당신의 발밑 얼음은 어떠한가. 그 위태로움 속에서 당신의 가장 빛나는 춤을 출 준비가 되었는가. 스스로 자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