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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변호사의 멘토 사마천(4) 득의양양(得意揚揚)

나를 세우는 ETHOS/Objective

by 조우성변호사 2012. 11. 20.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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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 변호사의 멘토 사마천(4) 득의양양(得意揚揚)



S사 구매부서에서 근무하는 후배 박00차장.


국내 굴지의 기업에 있는 그였고 나아가 구매부서에서 일하고 있기에 언제나 ‘甲’의 지위에서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사적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할 때도 자신이 거래하는 乙 업체에 대해 말할 때 “어떤 녀석들은 전혀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내 한마디면 당장 거래가 끊어질 수 있는데. 이사랍시고 와서 제게 대우를 해달라는 건지. 아휴 참..”라면서 대놓고 거래 업체들 관련자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곤 한다.


나는 그 후배를 보면서 ‘과연 이 친구로부터 S사라는 배경과 구매부서 차장이라는 직책을 떼놓더라도 이렇게 큰 소리를 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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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자 晏子(중국 춘추 시대 제나라의 정치가인 안영 晏嬰을 높여 이르는 말)가 외출을 하려고 하는데 마부의 아내가 문틈으로 자기 남편을 엿보고 있었다. 재상 안자의 마부인 남편은 마차의 큰 차양 아래에 앉아 네 마리 말에 채찍질을 하며 의기양양 매우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意氣揚揚, 甚自得也).


마부가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마부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남편이 까닭을 물으니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키가 여섯 자도 못되는 안자는 제나라 재상이 되어 제후들 사이에 명성을 날리고 있지요. 오늘 재상이 외출하는 모습을 보니 품은 뜻은 깊고 항상 자신을 낮추는 겸허한 자태이더군요. 그런데 키가 여덟 자나 되는 당신은 남의 마부 주제에 아주 만족스러워하더군요. 제가 이혼을 요구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 후 마부 남편은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졌다. 안자가 이를 의아하게 여겨 까닭을 물으니 마부가 사실대로 대답했고, 이에 안자는 마부를 대부로 천거했다.

- 사마천 사기, 관안열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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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아서 우쭐대는 모습을 나타낼 때 의기양양, 득의양양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 출전이 바로 사기의 관안열전에 나오는 ‘마부’의 이야기이다.


나는 후배를 보면서 자꾸 그 마부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자신의 지위와 배경을 제거한 뒤에도 오롯이 자신을 세울 수 있는 나력(裸力)을 키워야 한다. 그러한 나력 없이 지위와 배경에 근거한 우쭐거림은 모래위에 위태롭게 쌓아올린 누각(사상누각)일 뿐이다.






P.S.

이 이야기는 마부인 남편을 대부로 출세시킨 아내의 성공 스토리 같아 보이지만, 실은 전과 달리 성숙해진 모습을 보인 마부를 대부로 발탁한 안자의 안목과 인간관계에 대한 안자의 남다른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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