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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님은 먼 곳에'서 배우는 hidden interest

협상/interest

by 조우성변호사 2012. 1. 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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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을 할 때 상대방의 욕구(interest)를 자극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상대방의 욕구 이면에 있는 더 심층적인 욕구를 우리는 ‘숨은 욕구’(hidden interest)라고 한다.

일반적인 interest는 ‘본인도 인지하고 있는 욕구’라고 한다면,

 

hidden interest는 본인도 쉽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막상 상대방이 그 부분을 자극해 주면

‘아, 맞다! 그런 문제가 있었지’ 혹은

‘그래. 맞아. 내가 놓치고 있었어.’ 또는

‘어라? 이거 괜찮네?’라는 식으로 뒤늦게 인식하게 되는 자신의 욕구를 의미한다.

 

본인도 놓치고 있던 욕구이기에 이 부분을 상대방이 자극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평소 내가 설득하고자 하는 상대방이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에 대한

세밀한 관찰이 없거나 뛰어난 직관력이 없다면 힘든 부분이다.

 

그래서 hidden interest를 자극하는 것이야말로 협상의 고수들이라야 가능하다는 평가가 있다.

hidden interest에 관한 좋은 사례가 영화 ‘님은 먼 곳에’에서 발견된다. 

 

밴드를 이끌고 베트남으로 간 단장 정진영은 베트남 주둔 군부대에서 위문공연을 통해 수입을 얻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그 중 한 부대의 중대장을 만나서 ‘병사들을 위해 공연을 하겠다’면서 공연을 열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해당 부대 중대장은 ‘병사들은 지금 진지구축을 위해서 참호를 파고 있고 그 작업을 하기에도 바쁜 데 무슨 공연관람이냐?’면서 정진영의 제안을 거절한다.
하지만 정진영은 이에 포기하지 않고 밴드 내에 있던 유일한 여성 가수였던 수애를 데리고 진지구축 중인 작전 현장까지 들어간다.

그러자 중대장은 화를 내면서 공연을 볼 시간이 없으니 당장 돌아가라고 한다.

그 때 정진영은 진지구축을 하느라 지쳐 있던 병사들에게 큰 소리로 “수고많으십니다. 장병 여러분~”이라고 외쳐서 주목을 끈 후 옆에 있던 수애의 치마를 휙 들어올린다.

그러자 병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열광한다.

침체되어 있던 부대 분위기가 확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그 때 정진영은 중대장에게

 

“역시 중요한 것은 사기(士氣)아니겠습니까? 중대장님?“

 

이라고 말하면서 다시 한 번 공연허가를 요청한다. 중대장은 공연요청에 대해 승낙한다.

당시 중대장의 position은 ‘공연은 무슨 공연? 시간 없어!’였고, 중대장의 interest는 ‘우린 빨리 진지구축을 해야만 해’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정진영은 위문 공연 자체가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알려주었고,

중대장 입장에서는

 

‘어라? 공연을 통해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면 일의 효율성이 증대되어 진지구축에 더 탄력을 받을 수도 있겠는걸?’

 

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 것이다.

결국 정진영은 ‘시간’이라는 중대장의 관심사에 ‘사기(士氣)’라는 다른 관점을 강조함으로써‘더 빨리 공사가 마무리될 수도 있다’는 상대방의 hidden interest를 자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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