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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에서 배운 업무력 – 문제들을 머리에 쑤셔 넣어라

업무력강화 프로그램

by 조우성변호사 2013. 1. 1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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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에서 배운 업무력 – 문제들을 머리에 쑤셔 넣어라


로펌에서 선배들이 자주 하는 말.

‘로펌 변호사는 말야,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균일한 퀄리티로 해 낼 줄 알아야 해. 그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야.“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오전 10:30 선배 K변호사가 나를 부른다.

“조변호사, 이 파일보고 가등기말소가 가능한지 리서취해서 내일 오전 11시까지 내게 메일로 보내줘.”


조금 있다 선배 P변호사가 전화로 나를 찾는다.

“조변호사, 방금 의뢰인에게서 받은 계약서 초안을 메일로 보냈어. 의뢰인은 7, 9, 10, 12, 13조를 중점적으로 봐달라고 하는데, 내가 볼 때는 다른 조항도 좀 문제가 있는 듯 해. 의뢰인이 특정한 것에 제한받지 말고 전체적으로 리뷰해줘. 듀데이트는 내일 일과시간까지야. 그러니 내가 먼저 볼 수 있게 늦어도 내일 오후 1시까지는 보내줘.”


점심 식사 시간에 L변호사가 다가와서 내 등을 쓰다듬고는 은근한 눈빛으로 나를 잔잔히 쳐다보며 묻는다. “조 변호사, 요즘 많이 바뻐?”


바쁘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그러자 이사 해임과 손해배상 관련해서 판례 경향을 리서치한 뒤 의뢰인의 질문에 답하는 아주 ‘간략한’ 의견서를 써주면 고맙겠다고 한다.



아...

아직까지 pending 중인 검토 건도 3건이나 있는데.


로펌에서 근무하다 보면 이처럼 일이 마구 마구 밀려드는 경우가 흔하다. 


처음에는 이렇게 일이 밀려오면 한 건 한 건씩 순차적으로 처리하려 했다. 즉 A 건을 끝내고, 그 다음에 B 건을 하고, 그 다음에 C건을 하는 식으로.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도저히 due-date(마감시한)을 맞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식이 소위 ‘쑤셔넣기’ 방식이다.


현재 Pending 중인 건을 모두 꺼낸 다음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한꺼번에 쭉 읽는다. 즉 A, B, C, D 네 건을 한꺼번에 읽으면서 각 건별로 내가 무엇을 알아내야 하는지 그 Question list를 머릿 속에 넣어둔다.


이 방식은 상당히 유용하다. 내가 A건만 머리에 넣어 두고 A건을 처리할 때 와, A, B, C, D 네 건을 모두 머리에 넣어 둔 다음 A건을 처리할 때는 다소 다른 두뇌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A건에 몰두하면서도 머리에 넣어 둔 B, C, D건을 가끔씩 생각하게 된다. 특히 휴식시간 때. 


그럼 A건과 함께 B, C, D건에 대해서 병렬(parallel)적으로 처리하는 효과를 갖게 된다. 즉 A건을 처리하면서 쉬는 시간에 ‘아까 B건에서는 결국 000가 문제가 되겠지? 그럼 000을 찾아봐야겠군’이라는 힌트를 얻게 된다.


심지어 꿈 속에서 C, D건에 대한 힌트를 얻기도 한다.





이런 병렬작업이 가능하려면 일단 문제 자체가 모두 머리 속에 들어 있어야 한다. A건이 끝나기 전에 B, C, D를 펼치지 않으면, 그래서 내 머릿속에 일단 그 문제를 넣어놓지 않으면 번득 번득 지나치는 섬광같은 힌트를 얻을 수 없다.


우리의 두뇌는 예상 외로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다. 하루에도 오 만(50,000)가지 생각을 한다고 하지 않나. 그 두뇌를 놀려 둘 필요가 없다.


현재 갖고 있는 문제, 안건들을 ‘일단’ 머리에 쑤셔 넣어라.


그리고는 한 건씩 일에 몰두하자. 그러면 다른 건에 대해서 순간 순간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다.

처음에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자꾸 하다보면 요령이 생기고, 뇌도 병렬작업에 익숙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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