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궁신접수(躬身接受)] "아무리 훌륭한 찻잔이라도 물을 받기 위해선 주전자 아래에 있어야 한다." 삼국지 시대 제갈량에게서 유래했다는 '궁신접수(躬身接受)'는 이처럼 몸을 낮추어 겸손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뛰어난 지략가로 명성이 높았던 제갈량이 항상 겸손한 자세로 사람과 지식을 대했다는 일화는, 능력이 뛰어날수록 더욱 낮은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동양의 지혜를 보여준다. 겸손이라는 덕목은 단순히 예의를 갖추는 형식적 태도가 아니라 내면의 성찰에서 비롯되는 본질적 가치이다. 자신을 비우는 행위는 역설적으로 더 많은 것을 채울 수 있는 여백을 만든다. 마치 그릇의 본질이 비어있는 공간에 있듯, 인간의 가치도 스스로를 비울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제갈량은 유비를 만나기 전 초가삼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