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마천 사기 인문학] 살아남음의 철학 살아남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패망한 장수에게 살아남음이란 어떤 의미인가. 계포는 항우의 장수였다. 초한전쟁에서 항우가 무너지자 그는 사지에 몰렸다. 유방은 그를 잡으면 후하게 상을 주겠다고 현상금을 걸었다. 하늘 아래 어디에도 그가 설 자리는 없었다. 그럼에도 계포는 죽지 않았다. 죽음으로 주군에 대한 충성을 증명하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그는 살아남기로 했다. 역설은 여기에 있다. 계포는 노예들 사이에 숨어 지냈다. 귀한 신분의 장수가 천한 노예들과 함께 먹고 자며 시간을 버텼다. 신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선택이었다. 그는 신분이라는 허울을 벗어던졌다. 고귀함과 비천함의 경계에서 그는 오직 생명만을 선택했다. 죽음은 쉽다. 칼 한 번에 모든 것이 끝난다.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