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숲을 거닐다> 죄는 은밀한 기쁨으로부터 시작된다.
● 인용문
過罪未熟 과죄미숙
愚以怡淡 우이이담
至其熟時 지기숙시
自受大罪 자수대죄
해석)
죄를 지어도 죄의 업이 익기 전에는
어리석은 사람은 그것을 꿀 같이 여기다가
죄가 한창 무르익은 후에야
비로소 큰 재앙을 받는다.
<법구경 중>
● 나의 느낌
우리는 뉴스에서 보도되는 권력자들의 각종 비리 소식을 접하면서 ‘거참,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과 더불어 ‘저러고도 안 들킬 줄 알았나?’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실제 많은 사건을 변호해 보면, 그 분들 중 상당수는 ‘안 들킬 줄 알았다’고 고백합니다.
위 법구경 원문 중 ‘과죄미숙’이란 말에 눈이 확 갑니다.
즉 죄를 지어도(過罪), 그 죄가 충분히 숙성하지 않은 상태(未熟)에서는 외부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달콤하게 여긴다는 부분. 아, 정말 진리입니다.
인삼도 5년이 되어야 익고, 와인도 오래 숙성되어야 제대로 맛을 내듯이
‘죄’라는 것도 그것을 저지른 당장에는 아픔보다는 ‘쾌감’과 ‘기쁨’이 더 큰 법입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 이미 죄의 씨앗을 뿌려 놓으면, 그 죄는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싹을 틔우고 길이생장을 한 후 꽃을 피우고 드디어 독의 열매(毒果)를 맺는 법입니다.
오늘날 언론을 시끄럽게 만드는 그 독과의 씨앗은 이미 3-4년 전에 뿌려진 것이고, 적어도 그 독과의 씨앗을 뿌릴 때에는 우리네 인간은 쾌감과 승리감에 사로잡혔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가요?
촘촘한 하늘비단 그물(天羅之網)로 얽혀 있어서, 그 무엇도 빠져 나가지 못하는데 말입니다.
잘못도 시간이 지나야 제대로 큰 재앙이 되어 돌아온다는 법구경의 말씀, 큰 울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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