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뛰어난 협상가가 되고 싶어한다.
협상에 관한 여러 책과 강의를 들으면서
나 스스로 협상 고수가 되어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대로 조종하고 거꾸러 뜨리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내 친구(편의상 C라고 한다)가 있다.
이 친구는 항상 자랑처럼 내게 하는 말이 있다.
"조변호사, 나의 강점은 역시 1:1이야. 그 어떤 놈이든
내 앞에만 갖다 놓으면 내가 확실히 뿌러뜨릴 수 있어.
결국은 밀고 당기는 심리전이거든. 내가 사업을 하면서
그 동안 갈고 닦은 내공이라고나 할까.
하여튼 그 누구든 나랑 1시간만 대화하면 다 내 친구나
부하가 되거든. 하하하!"
실제 그 친구는 카리스마도 있고, 머리 회전력이 정말 빨랐다.
그 친구 말을 듣고 있노라면 거짓말도 진짜같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아.... 그 화려한 구라빨...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의 그 강렬한 눈빛!
이성과 감성 모두를 자극하면서
현란한 협상력을 발휘하면 모조리 그 말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위로만 위로만 올라갈 줄 알았던 그 친구는
정상에서 급전 직하하는 롤러코스트처럼 추락해서
결국은 사업도 망가지고, 집안도 풍비박산되고
본인은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었다.
사람은...
주위의 모든 일이 자신의 의도대로 잘 풀려나가면
아무리 그러지 않으려해도 자만하게 되고
또 다른 욕심을 갖게 마련인가 보다.
작년에 베스트셀러였던 책에 "지학(止學)"이라는 책이 있다.
중국 고전들을 통해서 "언제 멈추어야 하는가?"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었는데, 나 역시 아주 감탄하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언제 멈추어야 하는지, 또는 과연 이것을 내가 취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은 채
탁월한 협상력으로 상대방을 거꾸러 뜨렸던 그 친구는
결국 "브레이크 나간 벤츠"였던 것이다.
그 친구가 만약 자신의 의도대로 제대로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욕심을 자제할 수만 있었다면
이렇듯 철저하게 파괴되지는 않았으리라...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내게 주어진 행운과 능력이
쓰기에 따라서 내게 독이 될 수도 있음으니.....
'협상력', '협상의 기술' 그 자체는 가치중립적인 것이다.
올바른 마음으로, 올바른 목적을 위해
협상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협상력은
본인에게 화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협상의 테크닉에만 탐닉하기 보다
내가 과연 그런 협상력을 기를만한 재목인지
그리고 내게 삿된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마음.....
반드시 필요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