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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 변호사의 협상컨설팅 사례(3) 지독한 소송광(訴訟狂)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협상/협상하는인간

by 조우성변호사 2012. 3. 27.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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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 변호사의 협상컨설팅 사례(3) 지독한 소송광(訴訟狂)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전제 상황

 
1) A은행은 우리 법무법인(태평양)의 오랜 고문기업.

2)
그런데 A은행은 5년 전부터 집요하게 민사소송을 반복해서 제기하는 때문에 힘들어 하는 상황.

3) ‘
A은행 때문에 손해를 봤다면서 계속 청구원인을 바꿔가면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있음. 물론 법적으로는 의 청구가 타당성이 없음
.

4)
하지만 은 소송절차를 최대한 활용해서 관련자들을 전부 증인으로 불러 내고, 문서제출명령 등을 행사하면서 관련자료들을 계속 받아내는 과정을 통해 A은행을 지속적으로 압박
.

5)
항상 결과는 의 패소로 끝나지만 그래도 은 쉬지 않고 소송을 진행하고 있음

6)
그동안 우리 법무법인의 다른 변호사들이 이 사건을 맡아서 진행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승소했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힘들어했고, A은행 담당자들도 증인으로 불려나와서 곤욕을 치러야만 했음.

 

의뢰내용


1) A
은행의 법무담당자가 이번에는 다른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진행해 보자면서 나에게 사건을 의뢰.  

2)
역시 A은행 및 A은행의 임직원을 피고로 걸어서 소송을 한 건인데
, 이번에는 더욱이 A은행의 부행장님까지 피고로 포함시켰음. A은행으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

 

진단 및 처방 

1) 그 동안 A은행은 도저히 말귀가 안 통하는 상식 밖의 사람으로 보고 접근했고, 먼저 소송을 수행했던 변호사들도 그런 입장이었음

2) ‘
에 대한 존중, 배려심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 하지만 A은행은 그래봐야 별 소용 없을 것이라는 의견 표명

3)
결국 나는 과의 personal한 관계를 잘 가져가면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판단. 어차피 소송의 결과는 우리가 승소할 테지만, 그 과정에서 의 부당한 요구들(무리한 증인신청, 문서제출명령)을 막으려면 어떤 식으로든 과 대화의 채널을 열어 두어야 한다고 판단함.

 

구체적 협상 진행


1)
재판 첫 날 나는 법정에서 씨를 찾아가서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씨는 잔뜩 경계하는 표정으로 이번엔 변호사를 바꿨구먼. , 일부러 덩치 큰 사람으로 바꾼 모양이지(우잉....??)”라면서 빈정거리는 투로 말을 했다. 나는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이렇게 대꾸했다.

  제기하신 소장(訴狀) 내용을 봤습니다. 참 화도 나고 억울하실 것 같습니다. 제가 비록 A은행 변호사로서 그 쪽의 위임을 받아서 사건을 진행할 수밖에 없지만 선생님의 갑갑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내가 이 이야기를 하자 갑자기 씨의 눈이 촉촉이 젖어드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씨는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첫날 재판은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3) 두 번째 재판일에도 가서 먼저 인사를 했다. ‘씨는 지난 번과는 달리 내 인사를 정중하게 받아 주었다. 나는 솔직한 심정으로 말했다. “제가 비록 A은행의 변호사지만, 저 역시 법과대학 시절 법을 몰라 억울하게 당하는 분들을 위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고시공부를 했었습니다. 제가 볼 때 선생님은 참 억울하신 것 같습니다. 그러시죠?”

 

4) 그랬더니 씨는 그 동안 A은행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에 대해서 구구절절이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물론 그 중에는 법적으로 전혀 의미 없는 자신의 하소연이 대부분이었지만, 새겨들을 부분도 분명 있었다.

그리고 씨는 A은행 외에 다른 업체들과도 다양한 법적 분쟁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5) 나는 그 날 헤어지면서 이런 제안을 했다.

 

제가 지금 A은행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상황이므로 선생님이 A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 선생님을 위해서 법적인 조언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변호사법 위반입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다른 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는 제가 무료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라면서 명함을 건네 줬다.

어떻든 2번째 재판날도 그렇게 지나갔다.

 

6) 그 이후 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신이 현재 00기업과 소송을 진행 중인데, 몇 가지 물어봐도 되겠냐고 했다. 나는 우리 사무실로 오시라고 했다.

그 다음 날 씨는 우리 사무실로 왔다. 현재 재판 중인 상대방이 우리 사무실로 온 것이다. 물론 대화의 주제는 A은행과는 무관한 00기업과의 소송에 대한 것이었다


7)
나는 씨와 00기업과의 소송에 대해서 객관적인 입장에서 설명을 해주었다. 그나마 씨가 00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은 법적인 타당성이 있었기에, 내가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8)
아니나다를까, ‘A은행과의 소송 과정에서 지난 번 소송과 마찬가지로 무지막지한 분량의 문서제출명령신청과, 관련자 4명에 대한 증인신청 및 부행장의 당사자본인신문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A은행은 다시 초긴장상태로 돌입.


9)
세 번째 변론기일, 나는 조금 일찍 재판정에 가서 씨와 사전 미팅을 가졌다. 나는 씨에게 설명했다.

 

지금 선생님이 재판부에 신청한 증거들은 사실상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건 아마 선생님도 잘 아실겁니다. 선생님은 화가 나신 거잖아요? 그런데 재판을 기분으로 할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그 동안 재판에서 왜 선생님이 계속 패소하셨겠습니까? 그것은 뭔가 포인트를 잘못 잡아서 그런 겁니다. 판사님이 보실 때 선생님이 이런 식으로 재판을 진행하면 , 저 사람은 무리하게 재판을 진행하는구나라는 안좋은 선입관을 가지게 됩니다. 이는 결코 선생님께 유리하지 않습니다.”

 

10) 나의 이런 설명을 씨가 받아줄 수 있었을까? 아마 초면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으면 씨는 내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재판을 맡을 당시부터 분명 어느 정도 재판이 무르익을 때면 갑씨가 무리한 증거신청을 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고, 그 증거신청을 적절히 cut하려면 사전에 신뢰를 쌓아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사전에 갑씨와 신뢰관계를 쌓도록 노력을 했던 것이다.   


11) ‘
씨는 내 말이 100% 거짓은 아니라는 믿음을 가져주는 듯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나에게 물어봤다. 과연 어떻게 증인신청을 하는 것이 좋겠냐고.  


그래서 나는
어차피 이 사건의 쟁점은 000입니다. 그리고 그 쟁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실무자는 B구요. 그럼 B에 대해서만 증인신청을 한다고 해야만 법원은 선생님의 증인신청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물론 B 역시 자기가 몸담고 있는 A은행에 대해서 불리한 이야기는 안 할 겁니다. 하지만 그 부분은 어차피 선생님이 뛰어 넘어야 할 부분이구요.’라고 설명하면서 또 한마디를 더했다.  


12) ‘
사실 저도 A은행으로부터 무지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여러명의 증인신청이 다 받아들여지면 도대체 변호사는 뭐 한 거냐면서 비난을 할 것이 분명합니다. 제 입장도 좀 고려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선생님.’

 

13) 그러자 씨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거참. 조변호사가 입장 난처해지는 건 나도 원치 않는데...’

그러면서 한참 고민을 하더니 재판을 진행하면서 다른 증거신청은 취하하고 B에 대한 증인신청만 유지한다고 했다.

 

14) 나는 그 날 재판정을 나오면서 씨에게 말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제 입장을 생각해서 그렇게 해 주시다니...”.

 

그러자 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도 사람이라오. 조변호사가 날 위해 시간도 내주고 좋은 말도 해준 걸 아는데. 그리고, 솔직히 나도 이 사건에서 승소하리라는 기대는 안해요. 벌써 비슷한 사건 여러 건을 졌잖소? 화가 나 있는 거지. 나에게, 그리고 A은행에게... 그런데 조변호사 말 듣고 나니 좀 정신이 듭니다.”  


15) A
은행 법무담당자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여러 증거신청 중에서 1명에 대한 증인신청만 준비하면 되었기에.

 

16) 이 사건은 1심에서 A은행의 승소로 끝났다. ‘씨는 다른 사건에서와는 달리 이 사건에 대해서는 항소도 제기하지 않았다.

 

17) ‘씨와 나는 그 이후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씨가 00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내가 옆에서 도와 준 덕에 일부 승소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씨의 아들은 내가 추천서를 써줘서 작은 중소기업에 취직을 했다.

 







교훈


1)
우리는 쉽게 상대방을 고집불통이라고 단정짓는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괴로움과 아픔을 갖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
힘들더라도 선의를 갖고 접근하면 상대의 마음이 열릴 수 있다. 물론 그 자체도 악용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3)
강하게 나오는 사람일수록 더 외로운 구석이 많은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 말고 하는 노력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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