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 자리를 바꿔 생각해보다]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는 걸 말이다."

나는 카페 창가에서 이 문장을 다시 읽었다.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에 나오는 이 말은 내 손안의 작은 책 속에 갇혀 있지 않고,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내 주위로 뻗어나갔다. 문득 맞은편 테이블의 노인을 바라보았다. 굽은 등, 거친 손, 피로한 눈빛. 그는 나와 같은 공간에 있지만, 우리는 전혀 다른 인생의 여정을 달려왔다.

'유리한 입장'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눈에 보이는 재산이나 지위만이 아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각기 다른 '보이지 않는 배낭'을 짊어지고 인생이라는 산을 오른다. 어떤 이의 배낭에는 따뜻한 가정, 좋은 교육, 건강한 신체, 안정된 사회적 기반이 담겨 있다. 반면 어떤 이의 배낭에는 상처, 결핍, 편견, 차별이라는 무거운 돌들이 가득하다.

동양의 불교에서는 이를 '인연(因緣)'이라 불렀다. 서양의 철학자 롤스는 '무지의 베일' 뒤에서 태어나는 모든 불확실성을 말했다. 모두 같은 말이다. 우리는 자신이 어떤 '유리함'을 가지고 태어날지 선택하지 못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마치 모든 경주자가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한 것처럼 가장한다. 성공한 자는 자신의 노력만을 자랑하고, 실패한 자는 게으름의 증거로 낙인찍힌다. 우리는 타인의 배낭에 무엇이 들었는지 보려 하지 않는다. 아니, 보려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볼 수 없다. 우리는 각자의 안경으로만 세상을 본다.

나는 카페를 나와 거리로 나왔다. 신호등 앞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모두 다른 인생의 지도를 들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초원처럼 평탄한 길이, 누군가에게는 험한 산길이 그려져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에게 같은 속도와 방향을 요구한다.

피츠제럴드의 문장은 비단 '유리함'에 대한 인식을 넘어 '타자성'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요구한다. 내가 아닌 존재, 나와 다른 시작점을 가진 존재들. 그들의 신발을 신고 걸어본 적이 있는가? 그들의 배낭을 메어본 적이 있는가?

비판하기 전에 잠시 서서, 자리를 바꿔 생각해보는 일.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작은 인간성의 시작이 아닐까. 유리함을 가진 자의 첫 번째 덕목은 그 유리함을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 인포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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