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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삼국지 : 사례분석 - 종중 재판에서 조정을 이끌어 낸 사례

협상/협상하는인간

by 조우성변호사 2012. 1. 22.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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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진행했던 종중 관련 사건입니다. 협상론적인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아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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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제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오늘 어떤 사건의 2심 첫 변론준비기일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무실 고문님의 집안 사건 2심을 진행하고 있다.

1심은 패소하고 2심부터 맡게 된 사건인데, 
'종중'관련 사건이라 300년 전까지 기원이 거슬러 올라가는 사건이다.



1심을 1년 6개월이나 진행했고
이미 쌍방의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상황에서 우리측(원고)이 패소한 건이라
항소심에서도 별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였다.

결과를 뒤집기는 어려운 사건이었다. 그러나 고문님은 종중의 감사를 맡고 계신 상황이고
'대' 태평양에서 반드시 이 사건을 뒤집어 달라고 80세 이상된 할아버지들이 연일 사무실을 방문하셔서 압력을 넣으시는 통에 고문님이나 나나 부담백배인 사건이었다.

그런데.

오늘  첫 변론준비기일에서 화해의 실마리가 잡힌 것이다.

비결은?

역시 협상 기법을 활용한 것이다.


'과연 이 사건에서 양 당사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언가?' 라는 진지한 물음을 
한치 앞을 모르고 달리고 있는 두 상대방은 서로에게 물어보지 않았던 것이다.

재판 내내...


일단 소송이 제기되었으니 무조건 승소하고 봐야겠다는 생각만 한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상대방(피고)의 승소 역시 상처뿐인 영광인 것을.


우리(원고 ; 대종중)측 interest는 

해당 건물을 정상적으로 임대하여 수익을 얻어 종중을 위해 쓰고 싶은 것임. 
따라서 피고 종중원 명의로 예전에 경료된 해당 건물상의 가등기 말소를 구하려는 것임

(왜냐, 가등기가 계속 남아 있으면 피고들이 나중에 그 가등기에 기해 본등기를 해 달라고 생떼를 쓸 수 있으니)


상대방(피고; 소종중)측 interest는 

대종중이 종중원들의 가등기를 말소하고 함부로 팔아먹을까봐 그것이
두려워 계속 가등기를 두기 위해 끝까지 싸움을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된 그 건물을 구매한 재원(돈)이 된 토지 보상금의 귀속과 관련하여
'그 토지가 종중의 어느 문파의 것인지'라는 문제로 촉발되면서 300년전까지 거슬러 올라간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접점이 있는 것이다.

즉, 양측 다 그 건물이 종중을 위해 사용되어져야 한다는 점에서는 일치된 의견을 보이는 것이었다.


원고 입장에선, 그 건물을 딴 곳에 팔려는 것은 아니고 단지 임대수익을 얻으려는 것이었고
피고 입장에선, 그 건물을 자기들이 가져갈려는 것이 아니고 영구히 종중에서 팔지 않고 보존하길 원하는 것이었다.

협상론에서 말하면, 서로의 interest를 정확히 파악하면, 창조적 대안, 즉 creative option이 나올 수 있는 법.

내가 제안한 대안은 이런 것이다.

(1) 피고가 불안해 하니, 일단 피고 소종중 명의의 가등기는 그대로 존속한다.

(2) 하지만 원고의 가장 큰 불안, 즉 피고 소종중이 나중에 그 가등기에 기해서 본등기를 요구하는  만행(?)을 사전에 막을려면, 별도의 이면 합의서를 작성한다. 
 즉 가등기는 피고 소종중 명의로 해 주지만, 이는 특수 목적의 가등기이므로, 피고는 절대 원고에게  그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를 청구하지는 않기로 한다는 특약을 담아서...

(3) 그럼 원고는 피고의 가등기가 있으니 함부로 팔아먹지 못하므로, 피고의 이해관계에 부합되고 피고는 가등기권자지만, 가등기에 기해서 본등기를 제기하지 못하니, 원고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것이다



이 제안에 대해서 양쪽 종파의 할아버지들은 한참 생각하더니
선선히 "그러면 우리야 좋죠~"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골치아픈 사건의 판결을 안하게 된 판사님 역시 만면에 웃음 가득!

결국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무엇인지를 깊이 탐구해 본 결과, 근사한 대안이 나온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측 할아버지들과 식사마치고 방금 사무실 들어오는길.
역시 협상론은 유용한 too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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