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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변호사의 멘토 사마천(21) 송양지인과 갈택이어

나를 세우는 ETHOS/Thoghtful

by 조우성변호사 2012. 12. 10.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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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 변호사의 멘토 사마천(21) 송양지인과 갈택이어


■ 인용


춘추시대 송나라와 정나라 사이에 큰 전쟁이 벌어졌다. 정나라가 싸움에 밀리기시작하자 다급해진 정나라는,이웃인 초나라로 사신을 보내 구원병을 청했다.

 

얼마 후 초나라의 대군이 위기에 빠진 정나라를 구하기 위해 몰려왔다.

이에 송나라는 몰려오는 초나라 군사들을 막기 위해 강변에 철통같은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초나라 군사들이 강을 건너기 시작하자 <목이(目夷)가 송나라의 <양공(襄公)>에게

 

" 대왕! 지금이 기회입니다. 저들이 강을 반쯤 건너왔을 때 일제히 공격하면 우리가 이길 것입니다."

 

그러나 <목이>의 말에 <양공>은 고개를 저었다.

 

"자고로 군자는 남의 약점을 이용하여 공격하는 게 아니다, 남의 약점을 이용하여 적을 공격하는 것은 비급한 짓이다."

 

"대왕 저들은 초나라 대군입니다. 정면으로 싸우면 우리가 집니다."

"군자는 정정당당하게 싸워야 한다. 저들이 강을 건널 때까지 기다리자."

 

결국 송나라는 초나라를 쳐부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초나라의 군사들은 강을 다 건넜으나 아직 정비가 되지 않았다.

 

<목이>가 어서 공격 하자고 하였으나 <양공>은 허락하지 않았다.

"싸움이란 서로 똑같은 조건에서 해야 정당한 것이다."


마침내 전투준비를 마친 초나라의 공격이 시작되었고 송나라 군대는 패하고 양공은 심한 부상까지 당했다. 


양공의 이런 행동에 대해 송나라 사람들은 모두 의아해했다. 그러나 양공은 여전히 ‘군자는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지 않는 법이다. 전열을 갖추지 못했으면 공격의 북을 울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점잔을 뺐다. 그러자 목이가 이렇게 비난했다.


“전쟁은 승리로 공을 세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공께서는 실제와는 거리가 먼 헛소리만 늘어놓는 것입니까? 공의 말씀대로라면 차라리 노예가 되어 다른 사람을 섬기는 것이 낫지 뭐 하러 전쟁은 한답니까?”


- 사마천 사기 ‘송미자세가’ 중 - 






■ 생각


바로 이 고사 때문에 후세 사람들은 때와 장소를 생각하지 않고 적에게 인정을 베푸는 행위를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는 성어로 표현하곤 합니다.


그런데 사마천은 ‘송미자세가’에서 이를 평가하면서 양공을 두둔하고 있다.


“송양공이 홍수에서 패하긴 했지만 어떤 군자는 매우 칭찬할 만하다고 했다. 당시 중원의 국가들이 예의가 없는 것을 가슴아파하면서 양공의 예의와 겸양이 정신을 칭찬한 것이다.”


사실 현실과 이상의 딜레마는 모든 리더들이 갖고 있는 문제이다.


그런데 이 문제와 관련해서 아주 지혜롭게 대처한 문공의 사례가 있다.


송 양공과 비슷한 시기인 기원전 7세기에 살았던 진(晉) 문공(文公)이 있었다.

그는 기원전 632년 성복(城濮) 전투에서 초나라 군대를 물리치고 천하의 패주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문공은 강을 건너고 있는 초나라 군대에 대한 대책을 신하들에게 물은 적이 있다. 이 때 선진(先軫)이란 대신은 초나라가 강을 다 건너기 전에 공격해야 한다고 했고, 호언(狐偃)은 그것은 대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반대했다. 


문공은 선진의 의견을 받아들여 초나라 군대를 공격해 대승했다. 


귀국 후 문공은 승리에 따른 논공행상을 벌였는데, 뜻밖에도 선진이 아닌 호언이 1등상을 받았다. 누군가 이의를 제기하자 문공은 이렇게 대답했다. 


"성복의 전투를 말하자면 호언은 과인에게 신의를 잃지 말라고 권했고 선진은 ‘군대는 오직 이기는 것이 최고다’고 말했다. 과인은 선진의 말을 받아들여 승리를 얻었지만 그것은 한 때의 유리한 방법이고, 호언은 만세의 공덕을 말한 것이다. 한 때의 유리함이 어찌 만세의 공덕을 뛰어넘을 수 있겠는가?"



*** 이 부분에 대해서 ‘회남자’, ‘여씨춘추’라는 책에서는 다소 달리 설명하고 있다.


호언이 말하길, “저는 예절을 중시하는 사람은 번거로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움에 능한 자는 속임수 쓰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속임수를 써 보십시오.” 


잠시 후, 문공은 이옹 李壅의 생각을 물었다. 이옹은 호언의 속임수 작전에 반대하였다.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어 물고기를 잡으면 잡지 못할 리 없지만 그 훗날에는 잡을 물고기가 없게 될 것이고, 산의 나무를 모두 불태워서 짐승을 잡으면 잡지 못할 리 없지만 뒷날에는 잡을 짐승이 없을 것입니다. 竭澤而漁 豈不獲得 而明年無魚 焚藪而田 豈不獲得 而明年無獸”. 



여기서 갈택이어(竭澤而漁)라는 사자성어가 나왔다. 


갈택이어의 뜻은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 고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먼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l


춘추시대는 명분과 의리 그리고 신의가 여전히 큰 미덕인 시대였다. 현실에서 이런 미덕들이 온전히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문공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감각을 발휘한 셈이다. 돋보이는 리더십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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