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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 변호사의 멘토 사마천(12) 수자부족여모(竪者不足與謀)

나를 세우는 ETHOS/Empathy

by 조우성변호사 2012. 11. 30.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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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 변호사의 멘토 사마천(12) 수자부족여모(竪者不足與謀)

 

 

내 후배 K는 오랜 기간 준비해 온 IT 기반 00 시스템을 런칭하기 위해 투자자를 찾았다. 그러다가 만난 사람이 P.

P는 나이는 젊었지만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상당했고, 그 재산을 근거로 다양한 투자활동을 하고 싶어했기에 K로서는 적절한 파트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몇 차례 IR을 거쳐 PK의 회사에 투자함과 동시에 사내이사로서의 지위도 갖게 됐다(이는 투자자인 P가 강력히 원해서였다).

그런데 P는 어려서부터 부족함이 없이 자라온지라 치열한 경영현장에서 K와 호흡을 맞추기에는 그 역량이 턱없이 모자랐다.


더욱이 아주 치밀한 계산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협상자리에서도 자신의 기분에 따라 협상을 결렬시키기도 하고, 반대로 하지 말아야 할 제휴도 자신의 비위에 맞으면 무리하게 진행해서 회사를 힘들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 때 제가 좀 무리를 해서라도 P로부터 돈만 받는 것이 맞았습니다. 역량이 안되는 사람과 같이 일을 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 미처 몰랐습니다.”


누구를 탓하리오. 그 선택을 한 것은 후배 K 본인인 것을.

사마천 사기에도 내 후배와 같은 한탄을 했던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항우의 일급참모이자 멘토였던 범증(范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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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부족여모 (豎子不足與謀)

 

어린 자식과는 더불어 일을 꾀할 수 없다.’는 뜻으로,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사람과는 큰일을 도모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같이 일을 하다가 상대가 시킨 대로 하지 않고 제 주장만 내세워 일을 망치거나 했을 때 쓰는 표현이 되었다.

()더벅머리, 내시, 천하다의 의미.

 

 

이것은 화가 난 범증이 항우를 보고 한 소리였는데 같이 일을 하다가 상대가 시킨 대로 하지 않고 제 주장만 내세워 일을 망치거나 했을 때 흔히 쓰는 문자다.

 

유방이 진()을 멸망시키고 수도 함양에 먼저 입성하자 항우는 크게 노해 모사 범증과 함께 유방을 물리칠 계획을 세웠다.

범증은 홍문에서의 술잔치(홍문연 ; 鴻門宴)를 벌이는 척 하면서 유방을 죽이기로 모의했다. 당시 범증은 항우에게 유방을 죽여 없애지 않는 한 천하는 누구의 것이 될지 모르니 오늘 밤 반드시 유방을 죽여야 합니다라고 건의했다고 한다.

 

이 계략을 사전에 알게 된 유방은 백여 기를 이끌고 홍문까지 와서 항우에게 사죄하였다.

 

이날 술자리에서 범증은 유방을 죽이라고 허리에 차고 있는 구슬을 들어 세 번이나 신호를 보냈다. 그런데 항우로서는 유방이 겸손한 자세로 나오자 죽일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당시의 항우의 군사는 40만이었고 유방의 군사는 10만이었다. 따라서 항우는 유방을 만만하게 본 것이리라.

 

범증은 칼춤을 추며 패공을 죽이려 했으나 패공의 장수 樊噲(번쾌)가 맞대응을 하는 바람에 죽일 수가 없었다.

 







패공은 술을 핑계로 도중에 자리를 뜨며 구슬 한 쌍을 항우에게 바치고, 옥으로 만든 술잔 한 쌍을 범증에게 선물로 주었다.

 

항우는 구슬을 받아 자리에 놓았다. 그러나 범증은 잔을 받아 땅에 놓더니 칼을 뽑아 쳐 깨뜨리며 에잇! 어린것과는 일을 같이 할 수 없다. 항왕(항우)의 천하를 빼앗을 사람은 반드시 패공(유방)이다. 우리 무리들은 이제 그의 포로가 되고 말 것이다라고 했다 한다.

 

- 사마천 사기 항우본기 중-

 

항우는 대업을 이루기에는 너무 자신만만했고 신중하지 못했던 것이다.

범증은 바로 이 점을 한탄했다.

 

可與共學 未可與適道(가여공학 미가여적도)

可與適道 未可與立(가여적도 미가여립)

可與立 未可與權(가여립 미가여권)

 

논어 자한편(29)에 나오는 말이다.

 

풀이해 보자면 이렇다.

 

함께 배울 수는 있더라도 함께 같은 길로 나아갈 수는 없는 사람이 있다.

함께 같은 길로 나아갈 수는 있더라도 함께 이룩할 수는 없는 사람이 있다.

함께 이룩할 수는 있더라도 함께 임기응변할 수(권력을 나눌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요즘같이 복잡한 세상에서 혼자서 일을 도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여러 사람들과 협업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같이 일을 도모할 만한 사람을 골라내는 것도 능력이다. 이루고 싶은 욕심만 있을 뿐 이를 현실화할 만한 능력이 부족하거나 자만에 빠진 사람과 일을 도모하면 범증과 같은 후회를 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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