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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삼국지 : 처음부터 YES라고 하지 말라

협상/협상하는인간

by 조우성변호사 2012. 1. 2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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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YES라고 하지 말라>

◎ 사례

용산 전자상가의 어느 중고 디지털카메라 샵. 



주인은 5O대 중반의 김성윤 사장님. 중견업체 CEO를 마치시고 소일거리 삼아 원래 좋아하는 카메라와 관련돤 샵을 오픈하셨다. 그렇게 돈이 궁한 편은 아닌 상황.

그곳을 찾은 오승주(29세)씨.

취업준비 중인 승주씨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괜찮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안좋아서 중고 디카 판매상에 들어 온 것.

그러다 문득 3달전에 새로 출시된 ‘올림푸스’ 디카 모델이 중고로 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분명 신상품으로 나왔을 때의 소비자가격이 120만 원이었다.

중고로 나왔으니 얼마면 될까? 그 가게의 카메라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았다.

오승주씨는 그래도 중고니까 80만 원 정도에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승주씨가 그 카메라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을 본 김성윤 사장님의 생각.

‘흠, 저 제품은 중고라고는 하지만 거의 신상품에 가까워서 100만 원 정도는 받아야 하는데, 저 친구는 과연 얼마에 구입하려고 할까?’

오승주씨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카메라를 80만 원에 사겠다는 비장한 마음을 먹고 카메라를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김성윤 사장님은 사장님대로 100만 원에 팔고 있는 저 카메라를 얼마에 팔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 설명


1. ‘처음부터 yes라고 말하지 말라?’

° 협상가들은 거래를 함에 있어 ‘결코’ 처음부터 yes라고 말하지 마라는 원칙을 주장한다.


° 필자는 사실 처음에 이러한 설명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yes라고 할 내용이라면, 처음부터상대방도 기분 좋게 yes라고 해 주는 것이 나도 기분좋고 상대방도 기분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 그런데 아주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쉽게 상대방의 제안에 yes라고 하면 상대방은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불행해진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2. 몇 가지 전제상황

° 위 사례에서 손님이 사려고 마음먹은 중고 카메라의 가격은 100만 원이었다(물론 그 가격표시는 별도로 붙어 있지 않았다)

° 하지만 손님은 그 카메라의 신상품일 때 가격이 120만 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중고임을 감안한다면 80만 원 정도에 사면 좋은 가격에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 결국 겉으로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샵 사장님의 희망판매가격 100만 원’과 ‘손님의 희망구매가격 80만 원’이 충돌하게 될 것이다.

° 그리고 사장님은 문득 예전의 자기 모습을 떠 올려봤다. 자기도 누구보다 카메라가 갖고 싶었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항상 아쉬워했던 자기의 과거 모습을, 그러다 보니 초라한 행색의 손님에게 마음이 갔다.




3. 경우 1 : 위 사례에서 사장님이 손님의 제안을 처음부터 yes라고 할 경우


° 사장님은 손님을 보면서 자신의 예전 모습을 떠 올리고는 ‘그래, 저 젊은이가 얼마에 사려고 하든 내가 정말 기분 좋게 선선히 수용해야지’라고 좋은 마음을 먹었다.

° 손님은 어떻게든 80만 원이라는 가격을 관철하려고 비장한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고 와서 사장님 앞에 놓고서는 “이 카메라 80만 원에 파십시오!”라고 말한다.

° 그러자 사장님은 웃으면서 “네, 그렇게 하세요!”라고 기분 좋게 답변한다.

° 순간, 손님의 표정은 일그러진다. 왜 그럴까? 분명 자신이 원하는 가격대로 카메라를 사게 되었는데.

° 자신의 제안에 대해 상대방이 너무도 선선히 yes라고 대답할 경우 손님은 두 가지 생각에 사로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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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무언가 내가 모르는 제품상의 하자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이렇게 쉽게 제안을 수용하는 것일거야.



둘째, 내가 왜 좀 더 싸게 제안하지 못했을까? 70만 원이나 60만 원을 제안했어도 수용될 수 있었을텐데. 아, 난 바보야 바보.


° 사장님은 뿌듯한 마음으로 ‘내가 이 친구를 위해 좋은 일 했어’라면서 미소띤 얼굴로 카메라를 포장해 주지만, 정작 손님은 계속 괴로워하면서 의구심에 가득 찬 눈으로 그 카메라를 보게 된다. ‘도대체 무슨 하자가 있는 걸까? 내가 발견하지 못한 하자가 뭘까?’, ‘아... 조금 더 깎을 수 있었는데...’



4. 경우 2 : 위 사례에서 사장님이 손님의 제안을 못이기는 척 떨떠름한 표정으로 yes라고 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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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조금 상황을 바꿔보자. 손님은 카메라를 들고 와서 ‘이 카메라 80만 원에 주세요’라고 비장하게 말을 한다.

° 이에 대해 사장님은 “이 카메라는 저희 샵에서 100만 원에 팔고 있습니다. 80만 원에는 곤란합니다. 80만 원 정도를 생각하신다면 다른 모델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저쪽에 있는 Nikon 중고 모델 중에 80만 원에 사실 수 있는 훌륭한 모델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 그러자 손님은 사정을 한다. “사장님, 정말 제가 이 카메라가 꼭 갖고 싶었는데, 오늘에야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80만 원에 어떻게 안될까요?”

° 사장님은 다시 한 번 완곡한 거절을 한다. “허허 참. 저희도 남는 게 있어야 장사를 하죠. 80만 원이라면 차라리 저 Nikon 중고 카메라를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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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손님이 또 다시 애원을 하자, 그제서야 사장님은 못이긴 척 한숨을 푹 쉬고는 

휴. 손님을 보니 옛날 내 생각이 나는군요. 나 역시도 카메라는 좋은 것 같고 싶은데 주머니 사정은 열악하고. 그래서 괴로워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음, 할 수 없죠. 이 카메라 주인이 따로 있었나 봅니다. 좋습니다. 그럼 제가 이 카메라를 80만 원에 선물인 셈 치고 드리지요.

라고 말한다.

° 손님은 감격해서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카메라를 받아 간다. 집에 가면서 와이프에게 전화를 해서 자신이 오늘 협상을 잘해서 100만 원짜리 카메라를 80만 원에 살 수 있었다고 자랑까지 한다.



5. ‘경우 1’과 ‘경우 2’의 차이

° ‘경우 1’과 ‘경우 2’의 차이라고는 중고 디캬샵 사장님의 반응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장님이 처음부터 nice하게 양보해 주었을 경우보다, 안된다고 거절하다가 승낙해 준 경우에 상대방은 더 큰 만족감을 느끼며 행복해 한다.

° 문제는, 처음부터 yes 라고 말했을 때, 상대방은 의심하게 되고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했을까봐 괴로워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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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이러한 차이를 두고 협상론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무엇인가? 그 미묘한 인간의 심리를 논하고자 한다.


◎ 설명


1. 처음부터 Yes라고 하지 말아야 할 이유들


가. 이유 1 : 쉽게 Yes라고 함으로써 상대방의 성취욕을 줄여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인간은 객관적 가치 못지않게 ‘주관적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 누구나 자신이 ‘힘들게 획득한 것’에 대해서 더 많은 애착을 느낀다. 일종의 보상심리.

° 따라서 정말 소중한 것임에도 너무 쉽게 획득을 허용해버리면, 상대방은 그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나. 이유 2 : 너무 쉽게 Yes를 하게 되면 또 다른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

° 좋은 마음으로 상대방을 승낙했을 때, 이를 고맙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라? 내 요구가 받아들여지네. 그럼 이건 또 어떨까?’라는 마음으로 또 다른 요구를 야금야금 하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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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일단 No라고 선언을 하면서, 이를 Yes로 바꿀 때는 다른 대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야금 야금 추가적인 요구를 하지 못하게 사전에 바리케이드를 치는 효과가 있다.


다. 이유 3 : No를 함으로써 당신 입장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 Anchor-Effect(닻내리기 효과)라는 말이 있다. 당신이 먼저 표명하는 그 입장이 협상의 starting point가 되면서 기준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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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너무 쉽게 Yes라고 함으로써 출발점, 기준점을 당신에게 불리하게 설정하고 시작한다면 나중에 당신이 양보할 수 있는 입지는 훨씬 좁아진다. 오히려 나중에 가서 상대방에게 인색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 하지만 처음에는 No라고 대응하면서 어느 정도 room을 확보해 놓은 뒤, 협상 상대방과 인간적으로 친해졌을 때 마치 상대방을 배려하듯이 양보를 하게 되면 그 양보의 효과는 훨씬 극대화될 수 있다.

° 결국 No라고 말하는 것은 당신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첫걸음임을 명심하라.


라. 이유 4 : 상대방에 대한 정보 파악이 안 되어 있을수록 No로 시작하라(짐 캠프의 설명)

° “No로 시작하라(Start with No)”라는 저서를 쓴 짐 캠프 : 상대방의 정보가 부족할 때에는 일단 NO 전략으로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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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상은 ‘예스’도 아니고 ‘글쎄요’도 아닌 ‘노(No)’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

° No로 시작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보’ 때문임.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인데, 내게도 이익이 되고 상대방도 이익이 될 수 있는 윈윈협상을 위해서는 상대방이 손해 보지 않는 범위에서 내가 취할 수 이익이 얼마가 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 그런데 만일 ‘Yes’로 협상을 시작한다면, 협상의 가장 중요한 정보가 파악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Nego의 기본은 정보다. 올바른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약점이 무엇인지, 그로 인해 내가 이익을 얼마나 취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반대로 상대방이 내게서 이익을 취할려고 할 때 내가 양보할 수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약간의 정보는 상대에게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협상은 ‘No(노)’로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Yes’면 모든 것이 오케이기 때문에 내가 상대에게 정보를 줄 여지도, 상대가 나에게 정보를 줄 여지도 없기 때문이다.



2. 윈-윈 협상의 허구 - ‘유사 윈윈 협상’이 더 많다.



가. 윈윈협상의 구분

° 필자는 윈윈 협상을 ‘진정한 윈윈협상’과 ‘유사 윈윈협상’으로 구분한다.


나. 진정한 윈윈협상

° 진정한 윈윈협상은 상대방에게 ‘자신에겐 별 가치 없거나 별다른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대가’를 지급하고, 상대방으로부터는 ‘자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가치로운 무언가를 획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 진정한 윈윈협상의 예

(1) 물품 납품계약의 예

을은 갑에게 물건을 납품하려고 하는데, 갑이 단가를 10만 원 이상으로는 안된다고 한다. 을은 12만원을 받고 싶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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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을 입장에서는 단순히 단가부분만으로 협상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계약조건, 즉 ‘계약기간’, ‘대금지급스케쥴’, ‘다음 계약의 확약’이라는 ‘추가 쟁점’을 만들어 냈다. (Issue-Making)

협상결과, 단가의 경우 ‘갑’의 방침상 10만 원을 고수할 수밖에는 없었지만, 오히려 을은 계약기간을 당초 1년에서 3년으로, 대금지급 스케쥴도 6개월 어음에서 3개월 어음으로, 더 중요한 것은 ‘다음 계약의 확약’까지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진정한 윈윈협상은 원래 협상 상황에서 ‘추가적인 쟁점’을 만들어 낸 후 그 쟁점을 주고 받음으로써 각자 중요한 것을 얻는 것이 윈윈이다.



(2) 이솝우화 - 늑대와 포도 이야기 패러디

> 이야기 소개 :   http://www.jowoosung.com/book/book_view.asp?number=349&category_number=1

이솝우화를 다소 비틀어서, ‘여우는 까치와 까마귀들의 둥지를 지켜주는 대신, 까치와 까마귀들은 여우에게 포도를 가져다 주는 Deal' 역시 윈윈 협상의 사례가 될 수 있다.


라. 유사 윈윈협상

° 그런데 상당 부분 협상 과정에서는 ‘진정한 윈윈’ 못지 않게 ‘유사 윈윈’ 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즉, ‘유사 윈윈’이란,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상대방은 자신이 이 협상에서 이겼다고 느끼게 하는 협상’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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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 디카판매상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최초 사장님은 디카의 가격을 100만 원이라고 말한 다음 ‘특별히’ 깎아준다는 점을 강조하자 그 자체로 상대방은 ‘자신이 이겼다’는 착각, 그것도 아주 기분좋은 착각을 하게 된다.

° 물론 이런 유사 윈윈 협상 관계가 반복적으로 진행되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최초의 거래시 서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적절한 NO 전략을 구사하다가 상대방의 요구에 못이겨 Yes로 양보해 줌으로써, 상대방의 성취욕구를 충족시켜 준다면, 상대방은 그 협상에서 이겼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 How To

1. 협상을 진행할 때 쉽게 Yes라고 하지 말라. 이는 본인을 위해 상대방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2. 일단 NO로 시작하지만,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정보를 흡수하면서 접점을 찾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3.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해 주는 것도 중요한 윈윈협상의 전략이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이 쟁취한 것이 대단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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