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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프로젝트 - 협상삼국지 : 굿가이 뱃가이 전술

협상/협상하는인간

by 조우성변호사 2012. 1. 2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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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Guy – Bad Guy 전략을 활용하라

 

<사례>

# 1

촉한(蜀漢) 전자의 구매담당부장인 조자룡은 최근 고민에 빠졌다.

조부장은 STN-23 이라는 장비 1천개를 구매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동오(東吳)전산의 주유 이사와 2개월 정도 협의를 진행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2개월 정도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자룡 부장은 주유 이사와 인간적으로 친해졌다.

특히 조부장의 초등학생 딸이 친구들과의 갈등 문제로 힘들어 하는 것을 알고는 주유이사가 자신의 친구인 심리상담사를 소개해 주어, 딸이 많은 도움을 얻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 부장은 주유 이사에 대해서 마음의 부담까지 진 느낌이었다.

 

# 2

현재 동오전자는 STN-23이라는 장비를 단가 100만 원 정도에 판매하고 싶어하는 반면, 촉한전자 입장에서는 95만 원 정도에 구매하고 싶어 한다.

조자룡 부장은 평소에도 사람이 순하기로 유명한데, 더구나 동오전산의 주유 이사와 인간적으로 친해지기까지 한 마당에 야박한 가격 Deal을 한다는 것에 영 자신이 없었다.

 

# 3

조 부장은 이런 고민을 제갈 량 이사에게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러자 제갈 이사는 미소를 지으며, “그럼 내가 악역을 하지. 조부장은 계속 착한 역할을 하라구. 주유 이사를 내일 들어오라고 하게. 단, 그 전에 나랑 입을 좀 맞추자구.”라고 말했다.

도대체 제갈 량 이사는 어떻게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일까?

 

<해 설>

 

1. 역할을 나누는 것의 유용성

 

1) 협상의 기법 중 상대방에게 인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우리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전술이 바로 ‘굿가이 뱃가이’ 전술이다.

2) 협상을 오랫동안 진행하다보면 협상 상대방과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이고 감정적인 공감대도 형성되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 야박하게 원칙에 따라 나의 입장을 요구하기란 쉽지 않을 경우가 많다.

3) 하지만 그 상황에서, 우리 입장을 엄격하게 대변할 ‘악역’을 만든 다음 당신의 마음과는 달리 누군가(악역을 맡은 사람)가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상대방에게 보다 나은 안(案)을 달라고 요구해 보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4) 이런 방식을 택하면, 기존의 관계를 중시하는 굿가이는 계속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상대방과 공동으로 머리를 맞대고 뱃가이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고민을 한다는 입장에서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아울러 굿가이는 상대방과 만남을 계속하면서 상대방의 정확한 속내를 알아챌 수도 있다.

 

2. 사례 1 (카터와 레이건의 이란 인질 구출 협상)

 

1) 1979년 1월 이란의 팔레비 왕은 휴양을 이유로 출국(사실상은 망명이었다)하고, 그 해 2월 아야툴라 호메이니가 귀국하여, 과도 정부를 붕괴시키고 6월 신권적(神權的) 지배의 이슬람 공화국을 수립했다.

2) 당시 미국의 카터 행정부는 이란 혁명 정부의 경직된 입장을 오판하여 신병 치료를 이유로 팔레비 왕의 입국을 허가함으로써, 이란 측 급진 강경파의 분노를 유발시켰다. 호메이니는 팔레비 송환을 강경하게 요구했고, 그를 확인코자 의사단의 파견을 미국에 제의했으나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3) 1979년 11월 4일 테헤란에서 팔레비 신병 인도를 요구하던 과격파 학생 시위대가 시위 도중 미대사관에 난입 · 점거함과 동시에 약 70여 명의 외교관을 인질로 억류함으로서 미·이란 인질 사태의 막이 올랐다.

4) 이란 정부는 급진 강경파가 주도하여, 미국과 일전불사의 초강경 자세로 일관했다.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에 이란이 대미 석유 금수 조치, 이란의 재미 예금 전액 인출 및 재이란 미국 투자의 국유화 조치에 미국이 재미 이란 공적 자산(公的資産) 동결조치로 맞서는 등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었으며, 아라비아해·인도양에서 미국의 해군력에 의한 무력 시위가 전개되었다.

5) 국제 연합을 중심으로 한 중재 노력도 무산되는 가운데 1980년 4월 미국은 특공대를 투입, 무력에 의한 인질구출 작전을 시도했으나 계획 차질과 항공기 충돌사고로 일부 특공대원이 사망, 실패로 끝났다.

6) 악화일로를 치닫던 인질 사태는 1980년 9월 다소 유화된 호메이니의 요구 조건 제시로 돌파구가 마련되었고, 미국의 협상 제의가 거듭된 가운데, 마침내 알제리의 중재로 양국간 간접 협상이 진행되어 미국이 동결된 팔레비 왕정 당시의 재미 자산을 이란에 반환하기로 동의, 1981년 1월 사건 발생 444일 만에 이란이 억류하고 있던 인질 전원을 석방함으로써 미·이란 인질사태는 종식되었다.

7) 그런데 당시 이란과 미국의 협상이 이루어진 데에는 카터와 레이건의 굿가이 뱃가이 협상전술이 제대로 먹혔다는 평가가 많다.

8) 카터 대통령은 재선을 노리고 1980년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다시 지명되었으나 1980년 11월에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의 레이건 후보에게 완패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이 상황에서 카터는 이란의 호메이니 측에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내가 당신이라면 이 문제를 나와 해결하겠소. 1월에 새로 들어오는 팀과 어떻게 해결해 보려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소. 백악관에 들어올 사람들을 봤소? 대통령은 전직 카우보이 배우인데, 자신이 존웨인인 양 세계의 정의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오. 부통령은 전직 CIA 국장이고, 국무장관은 강경하기로 소문난 알렉산더 헤이그요. 이들은 세상 누구보다 과격하오. 그들이 어떻게 할지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오.”

 

레이건도 이 전술에 동참했다.

 

“내가 당신이라면 이 사건을 카터와 해결하겠소. 카터는 점잖은 양반이오. 내가 백악관에 들어간 뒤에 이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을 당신은 틀림없이 좋아하지 않을 거요.”

 

9) 결국 레이건이 공식적으로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기 직전인 1981년 1월에 이란 인질사태가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은, 카터와 레이건의 굿가이 뱃가이 전술이 절묘하게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3. 사례 2 (계약의 정확한 이행을 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려 할 때)

 

1) 회사 간에 계약을 체결하고 진행하다보면 한쪽 당사자가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에는 나중에 계약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2) 실제 다양한 계약분쟁을 지켜보면, 상대방이 제대로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때 ‘내용증명’ 형식으로 상대방에게 통지를 해놓아야 만이 나중에 법정에서 유리하게 작용되는 것을 흔히 접하게 된다. 단순히 전화나 이메일, 구두로 계약을 제대로 이행할 것을 통지한 경우, 상대방이 그런 통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법원 입장에서는 ‘내용증명으로 보내지 않은 것을 보니 그리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던 것 같다’는 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3) 그래서 나는 항상 의뢰인들에게, 문제가 있을 때는 일단 명확하게 상대방의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증명을 보내라고 하는데, 이 경우 의뢰인 회사의 ‘현업’에서는 상당히 난감한 입장을 표명한다. 그들의 입장은 이러하다.

 

“앞으로 계속 만나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 자체가 칼을 들이대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정말 부담스럽습니다. 그냥 전화나 이메일로 잘 이야기하면 안되나요?”

 

하지만 법정에서 문제가 될 경우에는 내용증명으로 통보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낮게 본다는 것을 익히 경험한 나로서는 어떻게든 내용증명 형식을 취해야 한다는 점을 설득하려고 한다.

 

4) 이 경우, 내가 주로 코치하는 방식이 바로 굿가이 뱃가이 전술이다. 대략 이런 식으로 진행을 하는 것이다.

 

① 현업 담당자는 우리를 괴롭게 하는 상대방 회사 담당자인 박부장을 만나러 간다.

② 박부장을 만나서 사정 설명을 한다.

“저는 귀하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이 상황을 알게 된 저희 회사 총무팀(혹은 법무팀) 김00부장은 현 상황이 명백한 계약위반이라면서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귀사 대표이사 앞으로 보내야 한다고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김00부장은 저희 회사 사장님도 어떻게 하기 힘들 정도로 외곬수입니다. 그래서 저는 ‘절대 그러면 안된다. 내 체면을 봐서도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라고 사정을 하는데도 김00부장은 ‘이 사실을 반드시 상대방 회사 대표이사도 알아야 한다. 이건 부당하지 않은가?’라면서 바로 내용증명을 보내겠다고 합니다.”

 

③ 그러면서 현업 담당자는 슬쩍 내용증명 초안이라면서 서류를 하나 보여준다.

세상에… 저희 회사 김00부장이 이런 내용증명을 내일 우체국에 가서 귀사 대표이사께 발송한다는 겁니다. 제가 아무리 말려도 말을 안듣습니다. 정말 박부장님께 누가 될 것 같은데…”

 

④ 상대방인 박부장으로서도 화가 나지만, 현재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은 이 상황에 대해서 같이 걱정해 주고 있다. 문제는 강경파임을 자처하는 상대 회사 총무팀(법무팀)의 김부장인 것이다.

 

⑤ 문제가 확대될 것을 우려한 박부장으로서는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제가 이런 식으로 양보를 하면 회사에 가셔서 김부장을 좀 설득해 보실 수 있겠습니까?”라는 식으로 대안을 제시하게 된다.

 

5) 실무에서 이런 식의 접근을 해 본 경험이 여러 번 있는데, 현업 담당자들의 경우 자신은 상대를 이해하지만 회사 내의 어떤 강경파가 문제를 어렵게 만든다는 식으로 자신이 면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방식을 선호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4. 본 사례의 경우

 

1) 주유 이사와의 인간적인 문제 때문에 야박한 협상을 하기 힘든 조자룡 부장은 촉한전자로 주유 이사를 불러들인다. 불러들이는 명분은 “이 Deal의 최종 결정권은 제갈 량 이사에게 있다”는 점. 바로 이러한 이유때문에라도 협상을 진행하면서 ‘내게 최종 결정권이 있다’라고 밝히면 안된다. 나중에 누군가에게 핑계를 댈 여지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2) 조자룡 부장으로부터 주유 이사를 소개받은 제갈량 이사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네, 조부장으로부터 좋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아주 훌륭한 분이시라고…”라면서 주유 이사의 설명을 듣는다.

 

3) 하지만 막상 주유 이사로부터 구체적인 가격을 들은 후에는, 인상을 찌푸린 후 조자룡 부장더러 잠깐 같이 나가자고 한다. 그리고는 문 밖에서 제갈 량 이사는 조자룡 부장에게 다소 큰 소리를 낸다.

 

4) 잠시 후 제갈 량 이사는 다소 붉어진 얼굴로 주유 이사에게 ‘급한 회의가 잡혀서 그러니 죄송하다’면서 황급히 자리를 뜬다.

 

5) 어안이 벙벙해진 주유 이사에게 조자룡 부장은 한숨을 쉬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저 양반이 저렇게 경우 없는 분이 아닌데. 사실 요즘 구매원가 절감 문제로 대표이사께 엄청 압박을 받고 있거든요.

더구나, 저도 오늘 안 사실인데, 이 제품에 대해서는 다른 회사에서 지금 단가 90만 원정도로 offer가 들어온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유 이사님이 말씀하신 100만 원 조건은 저 분에겐 상당한 부담이 될 거 같구요.

전 어떻게든 이사님을 밀고 있는데, 아… 난감합니다”

 

6) 조자룡 부장은 주유 이사를 위하는 척 하면서 자신도 아쉽다는 말을 건넨다. 다급해진 주유 이사는 “그럼 어떻게 해야 제갈 이사님께 설득이 될까요?”라면서 조자룡 부장에게 의견을 구한다. 조자룡 부장은 주유 이사와 같이 제갈 량 이사가 수용할 만한 대안을 같이 만들어 보자고 하면서 적절히 촉한전자의 입장을 반영하게 된다.

 

7)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지만 실제 거래계에서 이와 같은 굿가이 뱃가이 전술이 상당히 자주 활용되고 있다.

 

5. 상대방이 굿가이 뱃가이 전술을 펼 때의 대응방안

 

1) 상대방이 이 같은 굿가이 뱃가이 전술을 쓸 경우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은가?

 

2) 이에 대해 협상가들은 ‘뱃가이’를 물고 늘어지는 방법을 택하라고 조언한다.

 

즉, 뱃가이 역할을 하는 사람이 누군지 명확해 질 경우 ① ‘저사람과는 더 이상 협상하지 않겠습니다’라면서 협상 파트너를 바꿔 달라고 요구하거나, ② ‘이 모든 협상의 교착상태는 저 사람 때문입니다’라는 것을 밝힘으로써 협상의 원활한 진행이 뱃가이 때문에 방해되고 있다는 점, 나아가 자칫하면 뱃가이 때문에 협상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특히 뱃가이의 구체적인 몇 가지 행동들 때문에 인간적인 모욕을 느꼈다거나 자존심을 다쳤다는 식의 항변을 하는 방식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3) 원래 뱃가이는 적절히 협상에 긴장감을 부여함으로써 협상에서 우위에 서려는 목적으로 투입되는 것인데, 뱃가이로 인해 협상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면 상대방도 뱃가이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4) 만약 굿가이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면, 우리는 굿가이를 부추길 수 있다. “사실 그 사람(뱃가이)이 반대를 한다지만, 이 일에 대해서는 당신(굿가이)이 가장 전문가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당신이 그 사람(뱃가이)을 설득 못시킬 바도 없지 않습니까?”라면서 굿가이로 하여금 뱃가이를 설득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교묘하게 유도할 수도 있다.

만약 굿가이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면 ‘그건 그래요. 이 분야에서는 내가 가장 잘 아는 것은 맞아요.’라면서 자신이 적극적으로 뱃가이를 설득할 수 있음을 자인(自認)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침>

 

1) 우리의 입장이 반드시 하나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적절히 역할분담을 해서 계속적인 거래를 해야 하는 파트에서는 좋은 역할을 맡고, 내부의 한 파트에서는 나쁜 역할을 맡음으로써 입장을 분리할 수 있다.

 

2) 좋은 역할을 맡은 사람은 지속적으로 상대방과 심정적인 연결의 끈을 가져가면서 같이 협력해서 나쁜 역할을 맡은 사람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하자고 권유하라.

 

3) 상대방이 굿가이 뱃가이 전술을 쓰는 것이 의심되면 뱃가이를 배제하거나 뱃가이로 인해 협상이 원천적으로 깨질 수 있음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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